9월 20일 유엔 총회 일정에 맞춰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가 열렸다. 유엔 사무총장이 각국 대표들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한 이 회의에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인 중국의 시진핑과 미국의 바이든은 불참했다.

여러 면에서 바이든과 보조를 맞추는 윤석열도 불참했다. 그러나 유엔 총회에는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미국의 선전전에 가세”(주한 러시아 대사관)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지도자들이 모두 열기를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행동이 지독하게 부족하다.”

실상은 훨씬 암울하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각국 정부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한 2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파리협약)

전 세계 과학자들은 그 이상 온도가 오르면 지구 기후의 안정성이 무너져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이, 예컨대 최근 리비아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기후 재난이 훨씬 많은 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기 불황과 부자들을 위한 긴축으로 선진국들에서조차 사회 기반 시설이 취약해지는 상황이라 이런 경고는 더욱 엄중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경고조차 실제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9월 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는데, 남극 대륙의 기온 상승 폭이 기존의 기후변화 모델 예측치의 곱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엔이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9월 초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9월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23 기후목표 정상회의’ ⓒ출처 환경부

이 보고서는 유엔이 파리협약 체결 이후 각국의 실제 이행 상황을 처음으로 평가한 것인데, 1.5도 목표를 지키려면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퍼센트가량 줄여야 한다. 그러나 2022년 9월 기준으로 실제 감축률은 3.6퍼센트에 그칠 것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그 감축률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공식 통계가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에는 배출량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자 주요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더러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은 인플레를 악화시키는 유가 상승을 막겠다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가 석유 생산량을 늘리라고 제안했다.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는 석유 채굴 증대를 요구했고 알래스카에 새 유전 사업을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자 석탄 채굴·연소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재가동했고 폐쇄된 탄광을 복원해 재사용하려 한다.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와 가스 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기로 한 시기를 최근 미루기로 했다.

여전한 화석연료 의존

주요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대안으로 채택해 온 “탄소 상쇄” 사업들이 사실은 “효과를 뻥튀기한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다시금 드러났다.

탄소 상쇄는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온실가스 저감이나 흡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그만큼 배출량을 상쇄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배출 가스를 처리해 상대적으로 온난화 효과가 적은 가스로 만들거나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하는 조처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가디언〉이 비영리단체 ‘기업책임’과 전 세계에서 추진된 대형 탄소 상쇄 사업 50개를 분석한 결과 39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8개는 “잠재적 무용지물”이었다. 나머지 3개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평가 자체가 어려운 사업이었다. 이 사업들은 전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30여 년 전 시작된 유엔의 기후변화 대응이 철저히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다른 증표는 11월에 열리게 될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다시금 드러날 것이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두바이에서 열릴 이 회의에는 각국 정부 대표단 뿐 아니라 세계 최대 화석연료 기업들도 참여해 발언권을 보장받을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들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질 것이다. 이번 주에도 전 세계 수십 개 나라에서 수백 개의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23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이런 항의 시위는 더 커지고 많아져야 한다. 또 체제의 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다양한 운동들과 연대해야 한다.

최근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조차 점진적 변화로는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고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체제의 일부이자 체제 수호를 핵심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 국가들과 유엔을 통해서는 그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들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운동들이 단결할 때 체제의 논리에 도전할 힘과 자신감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