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법원은 9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은 과반선인 148표를 한 표 넘긴 149표로 가결됐다. 정당별로 가부 입장을 밝힌 것에 기초해 계산해 보면,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최소 29명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인데도 민주당만 표결 방침 당론도 못 정하고 찬성표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이번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2월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 벌인 반대파 탄압의 일환이었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는 제시된 게 없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국회 회기 시작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굳이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은 추석 여론을 앞두고 이재명에게 거짓말쟁이 파렴치범이라는 오명을, 민주당에게는 ‘방탄 국회’라는 이미지를 씌워 반윤석열 정서를 약화시키고 부동층이 반윤석열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보자는 계산이었다.

이는 체포동의안 처리시 국회 본회의에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한 제안 설명에서 잘 드러났다. 무려 30분이나 떠들었는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논증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나 결정적인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이렇게 나쁜 놈’이라는 식의 비난만 가득했다.

불구속 상태라고 해서 수사·기소를 해 재판에 넘기고 처벌하는 일을 못하는 게 전혀 아니다.

게다가 이재명은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고, 다음 선거에도 출마하려고 하는 제1야당 대표다. 도주할 우려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사람의 중대 범죄라는 주장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구속수사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사 검사로 이름 날렸던 한동훈이 이걸 모를 리 없으므로 이날 한동훈은 그저 여권 핵심부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정치적 목적에 걸맞은 대국민용 발언을 한 것이다.

사실 검찰·경찰은 이미 1년여 동안 이재명의 여러 혐의에 대해 관련자 구속, 전방위적 압수수색 등 강도 높게 수사를 해 왔다. 기소해 재판이 시작된 문제들도 있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도 제시된 게 없다.

이 모든 이유로 법원은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옳다.

얍삽한 기회주의자들

여권과 검찰은 체포동의안 찬반 문제로 야권, 특히 민주당이 분열하기를 기대했고, 성공했다.

민주당은 20일간 단식 중인 당대표 자신이 부당한 탄압에 맞서자며 부결을 호소했는데도 부결 당론을 못 정했다. 당내 기회주의적 의원들 때문이었는데, 결국 그들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강경 개혁 염원층에 휘둘리지 말고 존경받게끔 온건하게 행동하라는 여권의 설득이 통한 듯하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재옥은 표결 당일 “민주당 의원들은 개딸의 명령을 따르는 것과 … 국민 상식을 따르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히 “개딸”은 이재명의 강성 지지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 우파가 그 용어를 사용할 때는 원뜻에 더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과 개혁 염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좀 더 광범한 대중을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국면은 윤석열 지지가 더 떨어지고 정당 지지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추세였다. 현 시점에서의 국민 상식(여론)은 개딸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민주당 기회주의자들은 그 기반과 공천 가능성 때문에 우익 못지 않게 “개딸”들을 싫어한다.

이 기회주의자들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지난해 검찰의 정치 수사를 막자는 “검수완박” 투표에는 적극 찬성했다.

검찰이 자기들을 겨눌지도 모를 때는 ‘개혁’ 운운하며 뭉치더니, 그 칼날이 당내 강경파를 향하니까 검찰의 정치수사에 낼름 협조한 것이다. “부결 호소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책임 전가를 하면서 말이다.

결국 온건파를 대리해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권(사실상 공천권) 배분 약속을 이재명에게 받아냈던 원내대표 박광온도 그들을 통제하지 못한 듯하다. 결국 그는 표결 이후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분당 가능성이 당장 불거지진 않아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내분은 더욱 심해질 듯하다.

21일 낮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및 항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의 야비한 공격에 더 큰 저항으로 맞서자며, 민주당 “수박” 의원들에 대해서도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9월 21일 저녁 여의도 국회 맞은편에서는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행진해 분노를 전달했다 ⓒ조승진

원칙있음을 가장한 정의당의 기회주의

정의당이 또다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은 기회주의적 행동일 뿐이다.

매우 온건하긴 해도 좌파 정당이 제1야당 지도자 체포에 찬성하는 것은 마치 그런 방침이 양식과 상식에 부합한다는 인상을 주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여권의 공격에도, 민주당 온건파의 반란 표결에도 정의당이라는 포장지가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준 것이다.

원래 정의당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조심스런 말투였지만 옳게 비판했었다.

“구속영장 청구 시기와 내용이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획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고] ... 검찰의 수사가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실패와 국민적 분노를 비껴가게 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 놓고는 찬성 표결을 한 것이다!

2월 국회에서도 정의당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찬성했었다. 당시 정의당은 잇따른 선거 실패의 위기감 속에서 민주당과 어떻게든 차별화해 비윤·비명 부동층에서 새 지지층을 찾으려고 절치부심하던 때였다.

그때 정의당 지도부·의원단은 찬성 논리가 군색하자,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찬성이 어느 경우에나 해당하는(정의당 의원에게도) 당론으로, 구체적 사안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런 회피는 우익 정부의 공세에 대한 저항을 스스로 억제해 당의 온건화를 재촉하는 것이다.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었다. 전술에 관한 한, 추상적 원론은 부차적 고려 사항이고 구체적 맥락에 따라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21일 오전 원내대표 연설에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기회주의적으로 선거적 이익 계산에 몰두하다가 자승자박에 빠져,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정치적 반대파 탄압을 돕고 보수 혐오 대중과 정서적으로 더 멀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