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병원분회와 경북대병원분회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 지금대로라면 두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10월 11일부터 파업에 나선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방역 최전선에서 헌신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말로만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을 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공공의료 서비스 향상은 나 몰라라 해 왔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공공부문 인력과 예산을 쥐어짜라고 다그치고 있다.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병원 노동자들의 요구는 의료서비스 향상에도 중요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기관의 인력과 예산 통제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2년간 국립대병원 인력을 동결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국립대병원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인력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인력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국립대병원노동조합공동투쟁연대체)

의료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은 제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제비뽑기로 휴가를 써야 할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반복되는 퇴직으로 이어져 인력 부족 악순환을 낳는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병원 사측은 환자·노동자들의 필요보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우선시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신음하고 골병 들고 있는데 병원은 기재부의 통제를 핑계로 인력 충원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홍소희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인건비를 통제하며 임금 인상을 억누르는 것에도 불만이 상당하다.

올해 국립대병원의 임금 인상률은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묶여 고작 1.7퍼센트인데,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5.1퍼센트)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한 서울대병원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몸을 갈아 넣으며 적정한 보상이 없어도 감내하면서 지금까지 버텨 왔지만 이젠 늘어나는 환자들과 쌓여가는 업무량에 너무나도 지칩니다. …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환자 안전을 위해 임금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인력 부족과 임금 인상 억제 등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입사 2년 내에 간호사 사직률은 59퍼센트에 이른다. 숙련 인력의 유출은 의료서비스를 악화시킨다.

제비뽑기

심지어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에 임금 억제와 노동자 간 경쟁을 강화시키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부서간·직종간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병원에 직무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직원 간 경쟁과 갈등이 부추겨지고, 전체 노동자 임금은 하향 평준화될 것이고, 병원은 돈벌이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인력 확충, 실질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불법 의료(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들에게 맡기는 것)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고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려면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두 병원 사측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단칼에 거절하고선, 서울대병원의 의사들에게만 706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직원 8000여 명의 임금 상승 총액은 고작 70억 원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공공부문 긴축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와 병원 측에 맞서는 서울대·경북대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