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의 강경 우익 정부에 맞서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가 의회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있게 법을 바꾸려는 것을 반대한 시위였다. 일란 파페는 8월 영국 혁명적 좌파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내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분석했다. 그 시위가 시온주의 국가의 근본 문제에서 비롯했다는 것과 함께 이 시위를 이유로 이스라엘이 민주적으로 개혁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란 파페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해 온 유대인 역사학자다.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 청소》 등의 책이 한국에도 번역돼 있다.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 ⓒ출처 Hossam el-Hamalawy

현재 [2023년 8월] 이스라엘 내 유대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운동을 이전에 벌어진 사건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여러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비싼 생활비에 반발해 2011년에 일어났으며 “사회 혁명”이라고 불렸던 시위들과 일부 유사하지만, 시위의 지속 기간과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볼 때 전례가 없습니다. 유대인 이스라엘 사회가 국가의 성격과 미래 지향을 둘러싸고 양분돼 내전 또는 직접적인 대립을 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 갈등의 초기 국면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현 단계와 비교할 만한 사례조차 이스라엘 역사에서는 없었습니다.

이 운동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왜 이렇게 규모가 크고 오래 가는 것일까요?

이 운동을 구성하는 유대인들은 1948년 건국 이래로 이스라엘 국가를 세우는 것을 도왔고, 그 국가의 모습에 만족했던 사람들입니다. 시온주의 국가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서안지구(과거에는 가자 지구도)를 통치하는 방식 둘 다에서 여러모로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국가의 모습은 세속적이고 유대인 우월주의적인 ‘민주주의’이며, 그 속에서 자유주의적인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가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예루살렘과 공존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 이런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방식은 다소 삐그덕거리기는 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문제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내부, 점령된 서안지구, 포위된 가자지구 중 어디에 관해서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스라엘(저는 이를 ‘환상 속 이스라엘’이라고 부르는데요. 민주적이고 문명화된 사회라는 이미지를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죠.)과 더불어 또 다른 유대인 국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것이 제가 ‘유대 국가’라고 부르는 정착민들의 국가입니다. ‘유대 국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환상 속 이스라엘’은 한 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대 국가’가 ‘환상 속 이스라엘’을 잠식하기 시작하자 ‘환상 속 이스라엘’은 국가가 신정(神政) 체제로 변할까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유대 국가’는 젠더 문제, 성소수자 권리, 사법 제도 및 공공 영역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의 비전이나 이란 같은 국가가 공공 장소와 인권을 감시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대중 중에 매주 시위를 벌여 온 이들은 시위를 통해서만 ‘유대 국가’가 ‘환상 속 이스라엘’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국가 안보 기관, 대기업, 첨단 기술 기업, 금융 기관 등) 이스라엘 지배층 일부의 지원을 받는데, 그 지배층들도 ‘유대 국가’가 자신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의 경우,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 사법 제도를 부적절하다고 규정할 경우 자신들이 전쟁 범죄로 기소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2023년 2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의 사법 개편안에 반대해 열린 대규모 시위 ⓒ출처 Lizzy Shaanan

이 운동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네타냐후에게 어느 정도까지 실질적 위협이 될까요?

현재 이스라엘 입법부가 9월까지 휴회 중이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네타냐후가 사법 개혁을 포기하고 정통파 유대인의 군 복무 면제 문제에 대해 합의한다면, 운동은 자신이 승리했다고 여기고 다음 번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잠깐의 진정기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네타냐후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 자신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안으로부터 붕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예언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조만간이든 한참 후든 이런 국가 붕괴는 일어날 것입니다. 시온주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무력을 사용해 적어도 오늘날까지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극복해 왔으며, 아랍과 이슬람 세계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곤경에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는 한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온주의의 근본적 역설을 극복하려고 무력을 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유대교를 국가 정체성으로 내세우면서도 그것이 민주주의·자유주의 가치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역설 말이죠. 이 내적 모순은 어떤 종교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유대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정 체제와 민주주의 사이에 중용이란 없습니다(논의를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 문제는 잠시 제쳐둡시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전투에 일시적 휴전은 있을지언정 그것을 낳는 갈등 자체는 결국 제로섬 게임입니다.

물론 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아랍 세계 안에서 제자리를 찾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유한 정치 모델들을 앞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모델일 수는 없고 바라건대 경제적·사회적으로 더 정의로운 정치 체제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전통과 현대, 세속주의와 종교를 다소 어색하더라도 상호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연계시키는 느슨하고 다종교적이며 다문화적인 국가 요소들에 기초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이 아랍 세계 안에서 서방에 속하는 유대인들의 섬이 되겠다고 주장해서는 이스라엘 사회의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비록 거의 소멸됐지만) 이스라엘 좌파는,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해 아랍 좌파들이 나누는 유의미한 논의를 완전히 놓치고 있습니다. 아랍 좌파들은 전통과 종교를 비웃었던 좌파의 과거 실수에 대한 자기비판적인 평가에서 그런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논의는 보편적 사회주의 가치를 각 집단의 정체성·권리와 장차 융합시킬 방법, 또한 과거와 역사적 문명의 가치를 존중할 방법을 모색하는 더 큰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런 논의가 많은 아랍 국가들의 암울한 상황과 괴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랍의 봄”이라고 잘못 불려온) 아랍 세계에서의 혁명의 다음 단계를 정의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스라엘 우파와 네타냐후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던지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유대인들이 이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은 특히 비극인데요. 그들은 수도 많을 뿐 아니라 1948년 이전까지는 아랍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었기 때문입니다.

이 충돌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결국에는 ‘유대 국가’가 승리할 것이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특별한 역사적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이 누려 온 국제적 정당성은 ‘유대 국가’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유럽 전역의 극우파와 같은 ‘유대 국가’ 나름의 동맹이 있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이 버림받은 국가로 바뀌는 것을 막지 못하고 지연시키는 데 그칠 것입니다.

노파심에 말하건대 그런 일이 내일이나 모레에 벌어질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은 단선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선거에서도 네타냐후에 대한 반발과 ‘환상 속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 생각에 이는 일시적인 방향 조정일 뿐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시위 운동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실제로 ‘환상 속 이스라엘’을 구하려고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점령”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대인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받길 바라는 것이죠.

그러나 시위 운동은 국가를 안으로부터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금융 기관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회수하며, 정예 부대 및 공군 소속 예비군들이 군 복무를 거부하는 현상이 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회적 응집력이 총체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언젠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역사적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그 시점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적절한 민족 운동을 통해서 단결하고, 사람들을 제대로 대표하며, 미래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2021년 셰이크 자라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자신의 집에서 쫓아내고 이스라엘인들이 들어가 살게 했다 ⓒ출처 Activestills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위 운동을 들며 이스라엘이 여전히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잘못된 해석을 반박하는 일입니다. 팔레스타인 억압에 관한 이스라엘인들 사이의 합의는 여전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서방 언론이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엉터리로 보도하는 해악을 중화시키는 데서 중요합니다. 그것을 넘어, 연대 운동을 벌이는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팔레스타인 운동이 명확한 전망을 갖도록 북돋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더 단결할 수 있는 전망, 우리 모두를 해방으로 이끌 그런 전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