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가명)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출신 여성으로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했던 10월 11일 광화문 인근 시위에도 함께했다. 박이랑 기자가 그녀를 만나 최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에 대한 의견, 고향 팔레스타인의 실상과 지난 투쟁의 경험, 한국 연대 시위의 소감을 물었다.


점령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점령하에서 태어나고 자란다는 것이 어떤지 말씀 드릴게요. 저는 1998년 헤브론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수도인] 라말라로 이사했어요. 아버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에 민감했어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보안 기구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에게도 쉬운 현실이 아니에요.

월급을 예로 들어 볼게요. 이스라엘 정부가 돈을 전부 줘야만 우리도 월급을 받을 수 있어요. 그들이 삭감하면, 우리 월급도 깎여요. 그 정도로 우리 정부가 무기력해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식민지 장벽 뒤의 팔레스타인 마을과 이스라엘 정착촌에 있는 직장으로 매일 이동하면서 서안지구의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출처 ahmad.al.bazz/Activestills

자치정부하에서 사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지지는 낮아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이스라엘과 협력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협력에 동의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하려고 해요. 협상에 진척이 있기나 한가요?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검문소도 모든 곳에 다 있어요. 서안지구에만 800개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라말라 인근 마을에 사는 제 언니가 라말라로 출근하려면 검문소를 3개 통과해야 해요. 언니는 아이도 둘이나 있어요. 목요일의 교통 체증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는 주말이 금·토요일이니까 사람들이 목요일에는 다 집에 가려고 해요. 그런데 검문소에 줄을 선 모두가 군인 단 한 명을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그 군인이 총구를 겨누고 “지나가”라고 한마디 하기를 말이에요.

이런 검문소를 모두 통과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들은 불타 버린 타이어들이에요. 왜냐하면 검문소를 지나는 곳이 충돌 지점이에요. 특히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가 벌어져요. 우리 팔레스타인인 청년들이 보호막으로 타이어에 불을 질러요. 그리고 이스라엘군 장갑차에 던질 돌을 준비해요. 사실 검문소 인근에는 이런 돌들이 깔려 있어요. 그래서 길이 항상 지저분해 보여요.

안타깝게도 매주 금요일마다 죽임을 당하는 분들이 생겨요. 너무 슬퍼요. 그리고 누군가가 순교하면 우리는 매번 시위를 벌여요. 그러다가 이스라엘이 만약 4, 5명씩이나 죽였다면 우린 총파업을 벌여요. 가게들이 문을 닫아요. 그래서 이렇게 상점들이 순교자들을 기리면서 문을 닫는 것이 일상처럼 돼 버렸어요.

어떤 검문소들은 정말 엄격해서 핸드폰도 만지지 못하게 해요. 차량 냄새를 맡는 개들도 있어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칼로 공격하기 때문이라면서 비난해요. 제가 모든 사람들이 얌전하게 검문소를 통과한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물론 칼로 이스라엘 군인들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이건 매일같이 살해당하는 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에요. 우린 무기도 없고, 반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거대한 군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팔레스타인인이 칼을 휘두르면 난리가 납니다. 이스라엘인 한 명이 사망하면 온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난리가 나요. 우리는 매일 죽어 나가는데도 아무것도 없어요. 저들에겐 일상이니까요.

가자지구에서 죽고 있는 아이들, 여성들 소식을 들으면 ‘누군가의 딸이겠구나, 친척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저도 이스라엘 감옥에서 무기형을 살고 있는 사촌이 있어요. 예루살렘에 사는 제 이모는 종교적으로 굉장히 신실한데, 주말마다 꼭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 가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세요.

사촌 둘이 모두 감옥에 있어요. 한 명은 계속 들어갔다, 나왔다 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이스라엘이 보기에 하마스 지지자라는 이유로 계속 감옥에 가요. 다행히도 지금은 밖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다른 사촌은 무기형을 살고 있어서 절대 나올 수 없어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수감자 교환이 없다면 말이에요. 이제 이 교환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모를 뵈러 가면 항상 “너희들 다음 번에 올 때는 아들이 나와 있어서 잔치를 열면 좋겠구나” 하십니다.

이런 현실에 맞서 2021년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말해 주세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두 거리로 나선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상황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 학교는 ‘순교자들의 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학생이 학기 중에 죽임을 당하거나 체포당해요.

2021년 당시에도 정말 난리가 났었어요. 지금이랑 비슷했는데, 그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퇴거시키려 했던] 예루살렘과 셰이크 자라 지역에 관심이 집중됐어요. 외국인들도 상황을 보러 많이 왔어요. 제 다른 사촌도 이스라엘 시민권이 있어서 당시에 예루살렘에 갈 수 있었어요.

저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이스라엘 정착민들도 많았거든요. 그곳의 광경은 정말 역겨웠어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다른 사람들로 채우려는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아니죠. 우리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쓰레기를 집어 던지는 역겨운 정착민들이니까요.

가자지구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비극 8월 18일 이스라엘의 총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19세 청년의 장례식 ⓒ출처 Wahaj Bani Moufleh / Activestills

그래도 여러 다른 도시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분노하고 맞서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총파업도 벌이고 이스라엘에 맞섰어요. 헤브론, 라말라, 제닌 등 여러 도시들에서 이스라엘군 검문소를 중심으로 충돌이 벌어졌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정말 많이 죽었어요. 사람들은 손에 그저 돌멩이만 들고 시위하러 나갔어요. 그러다가 죽임을 당한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잦아든 상황이긴 하죠. 제가 알기로 셰이크 자라 사람들은 아직도 거기에 있어요. 그렇지만 이 문제[강제 퇴거]가 끝난 것이 아니에요. 일시 정지됐을 뿐이죠. 절대 끝나지 않을 거예요. 이스라엘은 우리 땅을 빼앗고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제거하려는 목표가 있어요. 이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그들은 결코 멈추지 않을 거예요.

당시 벌어졌던 대중 저항이 이번 계기로 또 벌어질까요?

사실 가자지구 인근에도 정착촌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듣기로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살던 도시를 떠나서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해요. 왜 그렇겠어요? 다른 나라에도 집이 있고, 싸워서 지킬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싸워서 죽을 나라가 아니라는 거예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하고는 달라요. 정말 끈기 있죠. 대단해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인구 수는 적어도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에요. 물론 소수는 지치기도 했고, 떠나는 사람, 쫓겨나서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 충돌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정말 간단하게 말씀 드릴게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참을 만큼 참은 거예요. 이제는 정말 우리가 자유를 향해 깨고 나서겠다는 의미입니다.

하마스는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 하마스는 우리가 겪은 지속적인 군사 점령의 결과에요. 하마스는 1987년에 설립됐어요. 팔레스타인이 점령당하고 한참 후에 만들어졌어요. 이것이 말하는 바는, 바로 점령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원인이라는 겁니다. 점령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상황의 핵심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 핵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떻게 현 상황이 해소될 수 있겠어요? 바로 점령 문제에서 시작해야 해요. 점령이 끝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의 고통도 계속 될 거예요. 죽음도 지속되겠죠.

정말 진심으로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더는 참을 수가 없어요.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어요. 심지어 저들, 저쪽 사람들마저도 편하게 있을 수 없어요. 항상 위험하다고 느끼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죠. 당연하죠. 당신 땅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우리더러 “평화롭게 좀 살면 안 되겠니, 두 국가 방안이 있잖아”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정말 역겨워요. 저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이 친구야, 우리가 시도를 안 해 봤겠니. 해 보려고 했는데 되지를 않는 거야. 대체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야.”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평화롭게 살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녜요. 폭력이 만연하죠. 이스라엘에 의한 억압, 체포, 추방이 매번 벌어지는데 왜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제 갑자기 멈춰야 하나요? 이 모든 것은 수십 년 전, 75년 전부터 시작됐는걸요.

하마스가 공격을 먼저 시작했다고 말하기엔 쉬워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기습 공격”이라는 표현이 맞기는 한 것일까요? 언론에서는 “아무 도발도 없었는데” 하마스가 공격을 벌였다고 보도해요. 하지만 이건 수십 년 된 일이에요. 그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에요.

사람들은 하마스가 한 일만 알고, 이스라엘이 1948년부터 저질러 온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요. 이 모든 것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저 최근 뉴스만 들어서 알 뿐이죠. 마치 긴 잠을 자고 있다가 최근 뉴스만 듣고 깨어난 것처럼 보여요. 그런 현실은 너무 슬퍼요.

한국에서 연대 시위를 한 것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어제[10월 11일] 한국에서 벌인 시위 같은 것을 보면 인류애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느껴요. 선량한 사람들이 아직 있고,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10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긴급 집회와 행진’ ⓒ조승진

어제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중요한 말을 했어요. 지금 이곳에는 아랍인도 있고, 무슬림도 있고, 한국인도 있고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이에요.

이런 시위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저항을 존중한다는 것, 저항하는 이들의 편에 서고 억압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줘요.

그리고 그건 정말이지 소중해요. 정말 정말 소중해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을 다른 이들도 느끼고 있음을 알려 주기 때문이에요. 한국의 일제 경험처럼 그들 자신이 억압당한 경험이 있든, 혹은 그렇지 않든 말이에요.

또 사람들이 억압을 지긋지긋해 한다는 것, 국제적 사안에도 관심을 갖고 세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보여 줘요. 또한 우리에게 계속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을 줘요. 심지어 아랍 현지에 있는 여러 정부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운데 말이에요. 이토록 머나먼 땅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하는 것을 보는 것은 참 의미가 커요. 정말 커요.

제 친구들은 제가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와우”, “대단하다” 하는 반응이었어요. 제 친구들은 정말 진심으로 감탄했어요. 왜냐하면 팔레스타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아주 멀잖아요. 우리는 시간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모든 게 다른데도 일부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상황을 아주 잘 알아요. 한국 분들은 점령당한 우리 땅에 대해서도 술술 잘 얘기해요. 또 이스라엘이 자행한 학살도 잘 알고요. 제게는 충격적일 정도였어요.

어제 시위에서 저는 혜령이라는 분을 만났어요. 그녀는 저를 끌어안았어요. 그 기억은 2023년 최고의 기억이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특별하게 하지 않았고, 그저 나의 나라, 나의 민족을 위해 집회에 온 것뿐인데 혜령은 연신 내게 와 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정말이지 놀라운 감정이었어요. 이런 일이 계속되길 바라요. 왜냐하면 정말이지 너무도 필요한 일이거든요. 전 세계 청년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는 최고의 응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