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알아흘리 침례병원 ⓒ출처 Palestine Chronicle

이스라엘 국가가 가자지구에 있는 알아흘리 침례병원을 폭격해 최소 500명을 살해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제2의 ‘나크바’(대재앙)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나크바는 1948년 시오니즘 무장 병력이 팔레스타인인 80만 명 이상을 상대로 인종 청소를 자행한 사건이다. 이번 병원 폭격 사망자 수는 나크바의 상징적 사건인 데이르 야신 학살 때보다 많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17일 밤(현지 시각) 사망자 수를 발표했는데, 그 수치는 계속 늘 것이다. 알아흘리 병원이 불길에 휩싸인 사진과 영상이 SNS에 공유됐다. 폭격 직후 현장에 있었던 〈알자지라〉 특파원 와엘 알다도우는 이렇게 전했다. “남녀노소의 조각난 시신들이 펼쳐진 참상을 보고 있습니다. 폭격은 병원 외곽이 아니라 한가운데를 타격했습니다.”

이번 참사를 분명한 분수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본질이 전 세계의 눈앞에 숨김없이 드러났다. “테러리스트”를 겨냥한다던 거짓말도 까발려졌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폭격 책임을 떠넘기려 이슬람 테러 단체가 병원을 폭격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10월 18일 이스라엘로 날아가 네타냐후를 포옹해 주며, 병원 폭격이 “여러분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스라엘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를 밝히지 않았다.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진실을 덮기 바쁘다.

그러나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8일 보고서를 내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병원과 학교를 빈번히 공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아흘리 병원 폭격 전까지 이미 57건의 의료시설, 20건 이상의 학교 공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주민 보호 시설이라고 이스라엘에 위치를 알려 준 곳들도 폭격당했다. 이번 알아흘리 병원 폭격은 예고된 참사였다.

이스라엘이 폭격한 알아흘리 병원에는 아프고 죽어가는 남녀노소로 꽉 차 있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 맞서고 이스라엘군에 수모를 줬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 처벌하려는 것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하는 것을 유대인 혐오라거나 테러 지지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참말이 아니다.(이번 호에 실린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배척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를 보시오.)

윤석열 정부도 이스라엘의 만행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근 주한 이스라엘대사는 “이스라엘에 친구가 되어 준 대한민국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간인 살상, 납치 등 하마스의 비인도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권력자들이 이스라엘의 잔혹한 식민 점령을 계속 편드는 모습은 실로 분노스럽다.

정의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얄팍한 양비론을 폈다.

진보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진보당을 지지하는 자주파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에 연대하는 행동을 할 때다.

폭격 소식이 전해지자, 이라크·요르단·레바논·튀르키예·튀니지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분출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에 협조적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대중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부랴부랴 바이든과의 만남을 취소했다. 이제 가자지구의 항전이 서안지구로 번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스라엘의 테러를 규탄하며 대학과 일터에서 사람들을 모아 거리 시위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즉 팔레스타인 저항을 계기로 세계적 인티파다(항쟁)가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들도 온 힘을  쏟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