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 때문에 중동 지역과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서방의 장악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지적한다.


현재 바이든의 정책은 네타냐후를 그야말로 꽉 껴안는 것이다 ⓒ출처 주예루살렘 미 대사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승리를 향해 돌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 같은 서방 지도자들의 어조도 똑같다. 영국 총리 리시 수낙도 “우리는 당신들[이스라엘]이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승리”란 무엇을 뜻하는가?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식민 지배 국가가 식민지 반란을 진압하려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하는 전형적인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하마스가 좋든 싫든 엄연한 사실은 하마스가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것이 하마스가 가진 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는 2007년부터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2006년에 열린 지난 팔레스타인 선거에서도 하마스가 이겼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선거 결과는 이스라엘과 서방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기에 즉시 취소됐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궤멸시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억압은 새로운 저항 운동을 낳을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굴복시켜야만 존속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 통치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끝없는 전쟁뿐이다. 아니면 팔레스타인인들을 절멸시키거나 모두 추방해 버려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왜 많은 이스라엘 정치인이 인종 학살을 부추기는 언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르몽드〉가 말한 “이스라엘 극우의 환상”을 자극한다. “바로 ‘대대적 강제 이주’라는 환상 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대(大) 이스라엘’에서 요르단과 이집트로 쫓아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꿈이지만, 놀랄 만큼 빠르게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시온주의 정착민들은 10월 7일 하마스가 기습을 감행하자 서안지구의 베두인 유목민들을 요르단으로 쫓아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쫓겨난 베두인 유목민은 545명에 이른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지원 속에서 수년 동안 진행되던 과정이 더 가속된 것이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집트 국경 너머 시나이 사막으로 쫓겨날지도 모른다.

이집트의 군사 독재 정권은 국경을 열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촉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가자 사람들의 대규모 추방은 서방에 가장 고분고분한 아랍 정권들도 차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 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완료되면 가자가 물리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가자에서는 저항이 재건돼 끝없는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이든의 정책은 네타냐후를 그야말로 꽉 껴안는 것이었다. 바이든은 지지의 의미로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중동 일대에 두 항모 전단을 보내고, 이스라엘군에 더 많은 무기를 지원했다.

여기에는 여러 목적이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바이든은 극우 네타냐후 정부가 전쟁을 키우는 것을 자제시키려 한다. 또, 이런 지원은 하마스의 주요 동맹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정권에게 ‘개입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

추측컨대 전쟁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연루되는 것으로 — 역자]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나폴레옹의 것으로 여겨지는 격언, 즉 “적이 실수할 때는 거기에 끼어들지 말라”는 격언을 따를 공산이 크다.

바이든의 문제는 단지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를 위해 그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대리전에 대한 지원을 전용하고 약화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맞서 유력한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전에도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불법 점령과 민간인·인프라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해 그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매우 어리석게도 바이든과 그의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이제 두 전쟁을 연결 짓고 있다. 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과 하마스가 “이웃 나라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말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바이든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네타냐후에게 보내는 확고한 지지가 커다란 반발을 낳고 있다고 보도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G7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개발도상국과 빈국들을 얻기 위한 전투에서 확실하게 패배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 캘리니코스]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기울인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 그들은 앞으로 다시는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의 세계 장악력을 더 약화시킬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