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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주요 고비에 이르다

프랑스의 반란은 계속되고 있다. 3월 28일 파업과 시위를 통해 운동은 새로운 정점에 이르렀고, 그 뒤에도 도로·철로·기차역·다리 봉쇄와 점거 등 학생들의 직접행동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는 80퍼센트가 넘는 프랑스인들이 CPE 법안 시행에 반대했다.

그러나, 지배자들도 완전한 패배를 면하려 필사적이다. 3월 30일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CPE 법안 합헌 결정 바로 다음 날 대통령 시라크는 빌팽을 두둔하며 서둘러 새 법안 승인 의사를 밝혔다. 법안을 상당 부분 수정할 수는 있으되 법안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견상 완강한 태도 뒤에는 심각한 무력감과 위기 의식이 존재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프랑스 지배자들은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에 열을 올려 왔다. 그러나, 프랑스 우파들은 결코 영국의 대처나 미국의 레이건이 이룬 수준의 ‘개혁’에 이르지 못한 채 운동의 저항에 밀려 일진일퇴를 거듭해 왔고, 급기야 지난해 5월 유럽연합 헌법 부결 뒤에는 시라크·빌팽·사르코지 사이에 ‘불편한 동맹’이 형성됐다.

이것은 지배자들의 취약한 처지와 신자유주의 도입의 속도와 방법을 둘러싼 분열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들 사이의 ‘결속’을 지탱해 주는 것은 여기서 물러서면 우파 전체와 그들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 자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거라는 두려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냉소적 지적처럼 “하나가 추락하면 결국 모두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프랑스 지배자들이 운동 무마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노동자와 학생, 특히 교외 빈민가 청년들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일부 의원들은 법안을 실행하되 다른 사회복지 분야를 강화하는 방안을 통해 노조와 학생들의 분노를 달래자고 시라크에게 제안했다. 이것은 1968년 5월에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 드골 정부는 이른바 ‘그르넬 협약’을 통해 최저임금 35퍼센트 인상과 공공 부문 임금 7퍼센트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양보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반란을 누그러뜨리고 점차 학생들을 고립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약한 경제 상태 때문에 이러한 양보가 쉽지 않다. “1968년 5월과 지금의 차이는 프랑스 국가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뉴욕 타임스〉 3월 31일치)

따라서, 지금 프랑스 우파에게 남아 있는 전략은 사실상 “버티기”밖에 없는 듯하다. “그[빌팽]의 선택은 우파 다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 노조와 학생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를 바라며 버티는 것밖에 없다.”(〈리베라시옹〉 3월 29일치)

이러한 책략 아닌 책략의 성공 여부는 아직 결정돼 있지 않다. 전체적인 세력 저울은 아직 운동에 유리하다.

지난 3월 28일 파업 직후 주요 노조연맹의 지도자들은 4월 4일 또다시 하루 파업과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학생 단체들도 파업과 점거를 유지하며 6일과 7일 직접행동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띄엄띄엄 되풀이하는 하루 파업 전술로는 지배자들을 물러서게 하는 데 충분치 않을 것이다. 노조의 4월 4일 하루 파업 계획 발표 이틀 뒤에 시라크는 법안 공포 강행 의사를 밝혔다.

파리의 고등학교 교사인 로스 해롤드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노조 지도자들의 전술을 보면] 2003년 연금 개악 반대 파업의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당시 매주 또는 열흘마다 하루 파업을 반복하는 전술이 여름 휴가 때까지 계속됐고, 결국 쓰라린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각 노조 연맹들이 제한적 행동으로 시간을 끌며 동력을 소진시키다가 결국 개별 협상을 통해 투쟁을 끝내 버린 것이다.
지금도 다가오는 부활절 휴가(4월 8일부터 2주 동안)를 앞두고 학생들이 점거와 동원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부담과 긴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문제는 파업이 적어도 며칠 이상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4월 4일 파업 이후에 어떤 부문이 파업을 지속하느냐, 파업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느냐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주요 학생단체들과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도 무기한 총파업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신문이 제작 중인 4월 4일 밤까지 확인된 소식에 따르면, 이번 시위의 규모는 3백만 명이 참가한 3월 28일 시위보다 더 컸다.
반면, 파업 규모는 3월 28일과 비슷하거나 더 작았던 듯하다.

이번 4일 파업 전까지 노조 지도자들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주요 노조 연맹인 CGT(노동조합총연맹)의 내부 문건을 보면 “정권 위기”를 촉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파 성향의 일간지 〈르피가로〉는 “정부와 CPE를 반대하는 측 모두 사태가 우리 모두의 손을 벗어나기 전에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며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적 본성’에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지도자들과 사회당 지지 학생 단체 지도자가 이번 파업을 끝으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분위기는 여전히 매우 양극화해 있다. 운동이 이번 주에 힘을 결집하고 지속할 수 있다면 CPE를 완전히 좌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성취에 필요한 강타를 날릴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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