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선거, 진보 진영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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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선거, 진보 진영의 도전
김인식
끊임없는 부패 추문은 여권의 선거 전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이 대중의 환멸과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 ‘쇄신’을 시도하는 상황에서조차 비리의 사슬 고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부패 스캔들에는 핵심 권력 기관들
대중 투쟁과 선거
김대중 정부에 도전하는 데서 파업과 대규모 시위 같은 대중 투쟁이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투쟁을 통해 광범한 노동자 층이 정치화 과정을 겪을 수 있다. 투쟁의 규모가 클수록 정치적 파급 효과와 영향 또한 심대하다. 그런 투쟁에 참가했던 일부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많은 노동자들은 투쟁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선거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모순된 의식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모순된 의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모순된 사회적 지위 때문에 생겨난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은 사회적 생산의 기초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단 일주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만큼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자본주의의 운명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경제적 행동에 달려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임금 수준, 노동 시간, 노동 형태, 노동 조건을 주로 고용주들이 결정한다. 고용주들에게 노동력을 팔아야만 한다는 사실 때문에 노동 시장의 변덕에 직면해 노동자들은 자기 자신을 무기력하다고 여긴다. 즉,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 계급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모순된 의식의 근원이다. 그리하여 대중의 의식에는 사회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런 변화는 체제가 설정한 경제적·정치적 제도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그 때문에 노동자 집단이나 한 노동자의 머리 속에서 대중 투쟁과 선거는 모순을 겪지 않고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심지어 심대한 사회 변혁 시기에조차 대중은 여전히 선거를 주요한 사회 변화의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1918년 러시아 제헌의회 선거와 1968년 프랑스 총선거처럼 말이다. 한편, 선거는 계급 투쟁이 벌어지는 결정적 장소는 아니지만 계급 투쟁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계급 이익의 충돌이 선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계급 투쟁이 벌어지는
선거는 계급 세력 저울을 반영하는 축소판이기 때문에 선거는 사회 위기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행동과 조직 형태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이 논쟁에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노동 계급의 조직과 의식을 강화하는 데 선거를 얼마간 이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치료하기 위해 선거에 기대는 한 우리는 선거에 적극 개입해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을 발견해야 한다. 이럴 때 우리가 그런 쟁점들을 다루고 그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좌파적 도전
아마 많은 사람들은 기성 정치에 너무 환멸을 느낀 나머지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2000년 4월 총선 투표율은 총선 사상 최저인 57.2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만큼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크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며 좌파의 대안이 기성 정치인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민주당의 ‘개혁적’ 버전
2002년은 좌파들에게 시험대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노동 대중은 김대중 정부를 심각하게 불신할 뿐 아니라 우파 정당인 한나라당의 부상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두 주요 정당은 대중으로부터 불신받고 있다. 다가올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최대한 많은 표를 얻어 두 정당에 대한 좌파적 반대를 시위할 필요가 있다. 한때 김대중과 민주당에 투표했다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린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을 갈망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우리와 함께 김대중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함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활동하려 애써야 한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급진화 물결이 요동치는 시기에 살고 있다. 2002년 양대 선거는 광범한 급진화 물결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급진화 속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퇴보할 것이다. 성장을 위해 우리는 지금 상황에 걸맞은 활동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정치 상황은 좌파가 고립을 강요받는 침체기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대중의 관심사를 정확히 포착해 참을성 있게 대화한다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 끌어당길 수 있는 시기다. 그러러면 주 1회 정기 모임과 정기 판매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다함께” 회원 개개인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그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우리의 정치와 관점을 토론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