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단일전선체'의 계급연합 정치

이 글은 지난 4월 23일 한국사회포럼의 한 워크숍인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의 전략 - 단일 전선체 논의를 중심으로'에서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이 한 발제이다. 
 

오늘 우리가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의 전략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9년 시애틀에서 반자본주의 시위가 벌어진 지 6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세계적 규모로 성장해 왔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이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이고, 이라크는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150만 시위를 벌인 프랑스의 학생·노동자들은 1968년 반란의 재등장을 선언하고 있다.
이 운동은 성장의 고비마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핵심적인 전략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계적 반전 반자본주의 운동의 일부로서 남한 운동도 이 운동의 방향을 표현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의 국내 정치 상황의 전개와도 맞물려 있다. 1987년 이래 남한 사회는 정치 체제의 자유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이 동력은 노동운동이 제공했다. 그런데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개혁 정권”은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에게 개혁을, 진정한 개혁을 선사하기는커녕 신자유주의 추진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그 결과 대중적 환멸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을 한층 발전시키고 결국에는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운동 세력은 여기에 답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바로 단일전선체 건설 논의로 표현되는 계급연합 전략이다. 계급연합 전략을 통한 자주적 또는 진보적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 전쟁과 신자유주의 시대 우리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단일전선체는 “사안별 공동투쟁체와는 달리 전략적 지위”1)를 갖는 조직이고, 진보적 민주주의 정권 수립을 위해 투쟁하는 정치 조직이다. 정확히 말해, 단일전선체는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추진체라고 할 수 있다.2)
친미 보수우파의 준동에 대항해 중간계급과 (부르주아 일부까지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노동계급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급 운동 내의 고전적인 논쟁 주제 가운데 하나다. 1930년대 프랑스에서 이런 논리는 노동계급만으로는 파시즘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정당화됐고(1934년 10월에 사실상 시작된 프랑스 인민전선), 그 뒤 여러 나라에서 단결을 통해 ‘우리’ 편의 힘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제시되곤 했다.
지금 단일전선체 건설을 주장하는 동지들은 대강 세 가지 차원에서 노동계급만으로는 안 되고 계급연합 전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첫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민중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농민·중소상인·중소기업·민족자본가도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3) 이것은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식민지 또는 신식민지 문제로 여기는 것과도 관련 있다.4) 미제와 한줌밖에 안 되는 그 주구에 맞서 모든 계급·계층이 단결해야 한다는 “민족통일전선”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5)
둘째, 한반도가 냉전적 남북대결구조에서 평화 구조로 진전되는 것을 가로막으려는 냉전 수구 반통일 세력에 맞서 개혁·진보세력이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6) 이 전선은 대체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느냐 여부로 나뉘게 된다.7) 이렇게 되면 노동계급이 연대해야 할 대상은 민주당, 열우당, 한나라당 일부와 현대, 삼성, 롯데 등처럼 북한과 경제 협력하는 대자본까지 포괄된다.8) 요컨대 북한과 우호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세력들은 다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에서 적진에 있던 인물도 여기에 대거 포함된다.(예. 철도공사 이철)
셋째, 2006년부터 2008년에 이르는 기간에 지방선거, 대선, 총선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이 한국사회가 계속 민주개혁 흐름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한나라당 재집권으로 후퇴할 것인가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9) 이런 판단에 따라 재편될 전선은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10) (반한나라당 전선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서총련 투표전술’,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 사퇴 압박 등으로 드러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단결하면 좋은 거 아니냐’는 소박한 심정에서 단일전선체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얘기했듯이, 단일전선체 건설 논의로 표현되는 “대동단결” 요구는 실제로는 계급연합 전략, 곧 인민전선(민중전선)이다.
민중전선은 ‘단결해서 더 큰 힘을 내면 좋은 것 아니냐’는 기본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매우 파괴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노동계급과 자본가 정치세력의 정치연합은 기본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두 계급 사이의 동맹이기 때문에 노동운동 세력을 마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정치 동맹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두 힘은 합쳐져 더 커지기는커녕 기껏해야 제로가 되거나 아니면 노동계급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역사적 사례를 보면 민중전선은 그 지지자들의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강령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 프랑스 민중전선 정부 등장 이후 노동자 파업 물결이 거세지자 급진당[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정당]은 갈수록 겁을 먹었다. 그러자 공산당은 급진당을 민중전선에 묶어두기 위해 모든 것이 급진당과 합의한 민중전선 강령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노동계급에게 요구했다.
6.15 공동선언 이후 자민통 계열 동지들과 민족화합적 자유주의 세력 사이에 (비록 공식적으로 민중전선을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계급협력적 관계가 형성됐는데, 이 때도 이런 논리가 작용했다. 2001년 대우차 노조가 해외 매각 반대 시위를 벌였을 때 김대중 정부는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테러 진압 특수 부대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자민통 계열 동지들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김대중 퇴진이라는 “무모한” 발상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그 덕분에 정부는 더욱 자신만만해져 공세를 지속했다.
계급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족적’ 또는 자유주의적 자본가들과 적대적이 되지 않도록 노동자 투쟁을 어느 수준에서 억눌러야 했다. 조덕원 21세기코리아연구소 소장의 표현을 빌면, “이북정권과 친미보수정권 간에 상층 민족통일전선이 형성된 조건에서 반미진보세력은 친미보수정권을 퇴진시키는 전략적 타격투쟁(정권 반대) 대신 그 예속성과 반민중성을 공격하는 전술적 타격투쟁(정책 반대) 선에서 투쟁 수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조덕원, ‘민주노동당의 집권과 높은단계 연방제 통일의 변증법’, 《이론과 실천》 2005년 7월호). 트로츠키가 지적했듯이, 민중전선은 대중 운동의 ‘브레이크’이다.
노동자 투쟁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면 계급세력 관계는 자본가 계급에게, 특히 우파에게 유리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억제당하는 이와 같은 조건에서는 우파가 여세를 몰아 반동 공세에 나선다 해도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부르주아 정당과 동맹하는 정책의 문제점은 노동계급이 반동에 저항하지 못하게 마비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1973년 칠레에서 벌어졌다.
아옌데가 이끄는 칠레 민중전선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고 이에 우익이 저항하자, 노동계급이 매우 전투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기업주들은 아옌데에 반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공장을 장악했고, 노동자 평의회 비슷한 조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잠재적으로 혁명적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중전선 정부는 노동자들이 너무 멀리 나아가지 못하도록 뜯어말렸다. 노동계급은 동원을 그만뒀다. 그러자 피노체트 장군의 군대가 1973년 9월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노동자 조직들을 파괴했다.

계급연합 전략을 반대한다고 해서 노동계급 혼자 싸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무릇 모든 변혁운동이 그렇듯이, 노동계급은 승리하기 위해 농촌과 도시의 중간계급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농민과 도시 중간계급이 노동계급과 척을 지고 대자본가 계급 쪽으로 간다면 노동계급은 분열해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많은 노동자들이 농민의 자식이고, 도시 중간계급의 자식이나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농민과 도시 중간계급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중간계급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중간계급을 하나의 단일한 계급으로 여긴다. 하지만 중간계급은 온갖 잡다한 계층들로 구성돼 있고, 서로 단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상층 중간계급은 대자본과 연결돼 있는 반면 하층 중간계급은 노동계급과 가깝다. 파산에 직면한 하층 중간계급은 결코 자기 계급의 상층에 대해 동질감을 갖지 않는다. 동질적이지 않기는 농민도 마찬가지다. 부농과 빈농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노동운동이 부르주아지와 이해관계의 최소공배수를 도출해 그것에 복무하려고 한다면, 중간계급은 자신을 위기에 빠뜨린 정책의 재탕을 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노동계급을 대안세력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노동계급이 독립적인 투쟁으로 전쟁과 빈곤으로 얼룩진 세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힘을 내보여야만 농민과 도시 중간계급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하층 중간계급은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고, 자신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에게 환멸을 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노는 가벼이 볼 수준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반한나라당 친열우당개혁파 전선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만약 열린우리당의 일부 세력(김근태의 개혁파)과 동맹하려 한다면, 열린우리당에 진저리가 난 중간계급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할 것이다.

민중전선 전략의 또 다른 폐해는 독립적인 노동계급 투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돈키호테식 모험”11)으로 냉소받는다. 단일전선체 옹호론자들은 노동계급이 자기 계급의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 되며 전체 민중의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12)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들 자신의 고유한 요구를 제출하는 투쟁을 마치 이기주의적인 것처럼 백안시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집권 내내 ‘대기업 노동자 이기주의’ 같은 이데올로기 공격 때문에 가장 잘 조직된 부위의 노동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동 내부에서마저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면 노동자들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운동을 돌아보더라도, 자기 계급의 이익을 주저없이 내놓았던 노동자 투쟁이 사회 전체의 진일보를 가져오거나 민중의 삶을 방어한 경우가 적지 않다. 1998년 현대차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투쟁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투쟁은 비록 노조 지도자의 양보로 비기는 데 그쳤지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느 정도 방어하고, 동시에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폭 수정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1998년 당시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한국이 IMF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지 않은 덕분에 경제 공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나중에 지적했다(《세계화와 그 불만》, 세종연구원 펴냄, 220쪽). 이것은 노동자 투쟁이 경제 위기의 해결책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37년 만의 정권교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1997년 총파업도, 한국 사회의 전환점을 이룬 1987년 노동자 대투쟁도 모두 노동계급의 이익을 앞세웠던 투쟁이다.
물론 노동자 운동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투쟁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거꾸로 노동자들 자신의 요구가 억눌려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자기 자신의 해방을 위해 싸울 때만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민중전선이 광범한 단결을 이루고 우리 운동의 힘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아니라면, 과연 어떻게 연대와 단결을 이루고 운동을 한층 전진시킬 수 있을까?
코민테른 3~4차 대회에서 제안된 공동전선(United Front) 전략·전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중전선이 부르주아 정당까지 포함하는 계급 협조 노선인 반면, 공동전선은 노동계급 정당들 사이의 행동통일이다. 민중전선이 정부 수립을 위한 공통의 정치강령을 가지고 움직이는 반면, 공동전선은 특정한 구체적 목표를 위해 싸운다는 합의에 바탕을 둔다.
단일전선체가 갖는 공통의 정치강령은 노동계급의 행동을 제약할 뿐 아니라 더 큰 연대의 가능성도 제약할 것이다. 서로 강령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들도 특정 쟁점을 둘러싸고는 함께 큰 운동을 건설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적 운동은 서로 다른 강령과 전략을 갖는 다양한 세력들의 연대 속에서 성장해 왔다. 이 속에서 각 정치 세력들은 자기 주장의 올바름을 입증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연대를 위해서 독자적 강령을 유보하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한다면 단결을 이룰 수 없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반대 운동에는 여러 세력이 모일 수 있지만, 이 운동이 민족 자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훨씬 더 적은 세력만이 모일 수 있을 것이다. 분석과 대안을 둘러싼 차이들은 공동전선 안에서 자유롭게 토론돼야 한다. 공동전선 안에는 비판할 자유, 간행물을 만들고 선전할 자유, 필요하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공동전선이 특정한 쟁점을 둘러싸고 결성돼야 하는 이유는 조직의 독립성과 정치적 명확성을 유지할 필요에서 나온다.
만약 지금 계획대로 단일전선체가 추진된다면 그것은 사실상 하나의 정치 조직 성격을 띄게 될 수 있다. 제2의 전국연합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조직의 이름이 어떻게 됐든 조직의 성격으로 무엇을 표방하든 관계없이, 그 조직 밖에서 진정한 연대전선의 필요성은 다시 제기될 것이다.

운동의 지향과 방법들을 표현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무엇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유럽과 브라질 등에서는 “사회적 자유주의”와 단절하고 대안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급진좌파 정치조직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남한 상황에서 정치적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이다. 좌파들은 선거에서 자본가 정당들에 반대해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이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적 운동의 흐름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말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더는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에 정치적 의탁을 하지 않고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구한 결과 등장한 당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정치적 표현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자본가 계급으로부터의 독립은 진일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을 계급연합 정당으로 바꾸자거나13)(“국민정당화”), 민주노동당 밖에서 민중전선을 만들어 민주노동당이 그 통제에 따르도록 만들려는 것14)은 명백한 후퇴다.
단일전선체론자들은 단일전선체와 민주노동당의 관계를 대중 투쟁과 원내 활동의 관계로 그럴 듯하게 설명하려 들지만, 그들에게 핵심은 민주노동당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다.15) 현재의 민주노동당 강화론은 오히려 계급연합 성사를 위해 민중운동 진영의 힘을 모으자는 논리에 불과하다(우리 진영의 단결 없이는 계급연합도 이룰 수 없다는 식). 하지만, 2008년(또는 2012년) 대선에서 모종의 자유주의적 개혁 세력과 연합하는 게 2012년(또는 그 뒤) 민주노동당 집권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까? 열우당과 민주노동당은 공동운명체다, 노무현 정부가 마무리를 잘 해야 민주노동당에 이롭다는 식의 얘기들은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열우당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민주노동당이 선명한 대안으로 호소력을 갖는 것을 방해해 왔다. 오히려 지금은 대중이 모종의 부르주아 개혁 세력(열우당 개혁파든 386이든)의 영향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가속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

1) “단일연대연합체는 사안별 연대체와는 달리 전략적 차원에서 공동의 정치 강령과 목표를 갖고, 진보운동진영의 모든 정치활동과 정치투쟁을 통일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유일한 정치 투쟁 구심체이며, 곧 정치투쟁전선체이다. …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는 사안별 공동투쟁체와는 달리 전략적 지위를 갖는다. 단일연대연합체의 공동의 정치적 강령은 민중주체의 진보적 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되어야 실현될 수 있는 전략적 과업인 것이다. … 진보적 민주주의 정권수립을 목표로 한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는 당연히 전략적 목표 실현을 위한 연대연합체이니만큼 전략적 지위를 갖고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2005. 12. 12))

2) “진보운동진영의 단일한 정치적·조직적 구심을 확고히 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강조는 인용자] 전체민중들이 대동단결할 수 있는 조직적 틀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난립된 연대연합질서를 재편하여 진보운동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를 구축해야 한다.”(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2005. 12. 12))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횡포로 피해를 입고 있는 계급 계층은 소수 매판 대기업들을 제외한 전체 민중들[강조는 인용자]이다. … 노동자 계급의 이익과 전체 민중들의 이익은 하나로 통일되고 있[다]. … 노동자 계급만의 고립적 투쟁은 어리석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승리의 길]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총단결이다. 단결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결의 무기가 있어야 하며, 그 단결의 무기가 바로 단일연대연합체이다.” (박경순, 노동운동의 혁신과 단일연대연합체(2006. 1. 2))

4) “사회양극화는 종속경제의 산물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박경순, 2006년 정세전망과 진보운동진영의 과제(2006. 2. 7))
“사회양극화의 본질과 원인을 정확히 폭로함으로써 … 반미투쟁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나가야 한다.”(박경순, 2006년 정세전망과 진보운동진영의 과제(2006. 2. 7))

5) 단일전선체의 계급연합 전략은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또는 반제반봉건(반자본주의)민주주의혁명을 위한 “인민전선” 또는 “민족통일전선”의 현대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반제반봉건민주주의 혁명의 대상은 제국주의자들과 지주, 예속자본가, 반동관료배로 되며 이 혁명의 동력은 노동계급을 비롯한 광범한 근로인민대중으로 된다. … 여기에는 양심적인 민족자본가와 종교인도 혁명의 동력으로 참가할 수 있다.
“자본주의 발전의 정상적 길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하여 계급구성이 복잡한 식민지·반식민지 나라에서는 노동자, 농민 외에도 혁명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모든 계급과 계층을 혁명의 편에 인입하지 않는다면 반혁명세력에 대한 혁명역량의 압도적 우세를 보장할 수 없다.”(주체사상총서(4) 중에서. (사회과학출판사, 1985년, 평양))

6) “‘9.19 베이징공동성명’은 한반도 냉전 체제의 종식 선언이다. … 미국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유지 온존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9.19베이징공동성명 … 실현을 가로막으려 혈안이 되어 있다. … 이러한 정세에서 미국을 완전히 몰아내고 자주와 평등에 기초한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민중들이 하나의 정치전선으로 총결집[해야 한다.] … 이를 위해서는 진보운동진영의 단일한 정치적·조직적 구심을 확고히 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 전체민중들이 대동단결할 수 있는 조직적 틀을 세워야 한다.”(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2005. 12. 12))
“최근 반통일 보수세력들은 집요하고 치밀하게 남북 화해협력 흐름, 개혁 진보흐름을 뒤집고, 반북대결구조를 되살리려고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 … 이들의 움직임을 차단하지 않는 한 6.15 공동선언 이행은 물거품으로 될 것이다. 현 정세는 반통일·보수세력과 개혁·진보세력의 대결전의 시기[강조는 인용자]가 점차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는 통일운동발전의 디딤돌(2005. 12. 19))

7) “통일운동에서는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하는가 아닌가(현 시기에서는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가 아닌가)가 유일한 기준”(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는 통일운동발전의 디딤돌(2005. 12. 19))

8) “통일운동에서는 집권세력이나 일부 보수세력도 참여[강조는 인용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연대연합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은 통일운동을 밀고나가는 추동력을 갖추는 사업이다. …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가 건설되어 이 조직이 6.15민족공동위에 조직적으로 참여[강조는 인용자] … 6.15민족공동위 강화를 위해서도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은 매우 절실하고 시급하다.”(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는 통일운동발전의 디딤돌(2005. 12. 19))

9) “2006년에서 2008년까지의 시기적 특성입니다. 물론 우리는 불만족스럽지만,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룩했다 … 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지자체 선거, 내년 대선 그 이후의 총선이라는 기간 동안 과연 이런 한국사회의 민주개혁 흐름을 발전시키 나갈 것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이 재집권에 성공해서 역흐름이 형성되진 않겠는가, 이런 중요한 전진 도상에 있어서 한국사회가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갈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이러한 시기에 있어서 우리가 단결해 투쟁하지 않는다면 이런 어려운 정세를 돌파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바로 진보운동진영의 대동단결요구가 흘러나왔다고 봅니다.”(민중의 소리 기획좌담(2006. 1. 26) ‘진보운동의 전선재편, 왜 필요한가’ 중에서 박경순의 말)

10) “향후 제반 정치일정(선거)에서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여 친미수구세력들과의 정치적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친미 보수세력들의 신보수대연합에 맞서 반보수대연합을 구축[강조는 인용자]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 신보수대연합을 통한 정권 탈환 음모를 저지 분쇄하는 것을 현 정세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야 한다.”(박경순, 2006년 정세전망과 진보운동진영의 과제(2006. 2. 7))

11)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노동자들만의 고립적인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돈키호테식 모험에 불과하다.”(박경순, 노동운동의 혁신과 단일연대연합체(2006. 1. 2))[그러나 노동자들의 독자적 투쟁이 꼭 고립적인 투쟁인 것은 아니다 ― 인용자]

12) “노동자들은 전체민중들의 이익을 맨 앞자리에 내세우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박경순, 노동운동의 혁신과 단일연대연합체(2006. 1. 2))

13) “근본적으로 집권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세력화의 근본취지라면 … 노동운동은 진보적 대중정당을 노동자 계급만을 위한 정당,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맨 앞에 놓고 투쟁하는 정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강조는 인용자]. 집권을 위해서는 전체 민중들의 통일단결을 이룩해야 하며 … 노동자 계급의 이익보다 전체 민중의 이익을 맨 앞자리에 놓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노동자가 맨 앞장서서 투쟁하는 그러한 대중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박경순, 노동운동의 혁신과 단일연대연합체(2006. 1. 2))

14)[단일연대연합체는] 협의적 성격의 조직이 아니라 연합적 성격의 조직이다. 연합적 성격의 조직이란 정치적 행동의 통일성과 규율성을 보장함으로써 대중적 단결을 실현하기 위해 단일한 지도집행체계를 갖추고, 지도집행체계의 의사결정사항들을 모든 소속단체와 개인들이 의무적으로 집행하는 규율[강조는 인용자]을 갖는 조직 활동 체계이다.
“단일연대연합체 중심으로 결집하여 통일적인 전략과 노선을 갖고 통일적인 정치투쟁방침 아래에서 일사분란한 정치활동과 정치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박경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20055. 12. 12))

15) “민주노동당은 합법정당인만큼 그 형식과 틀에 맞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매일 거리에 나가서 가투나 하는 운동권 정당으로 낙인찍히면 민주노동당은 성장, 발전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결국 의회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정당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민주노동당이 과연 집권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는 많이 생각을 해야겠죠. 민주노동당의 집권이라는 것은 한국사회의 정치 구조적 변혁과 밀접하게 결합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 그런 측면에서는 의회활동만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거리에서의 대중정치활동과 투쟁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통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당 밖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강조는 인용자] 하는 생각입니다. … 민주노동당이 당 밖에 우호적인 대중단체연합을 건설하는 것은 당 발전 뿐만 아니라 집권에도 매우 유익하다 … 봅니다.”(민중의 소리 기획좌담(2006. 1. 26) ‘진보운동의 전선재편, 왜 필요한가’ 중에서 박경순의 말)
“단순히 의회활동, 진보정당의 독자적 활동만으로 불가능하다. 사회적 개혁과 진보를 지향하는 모든 대중단체와 정치세력, 개별인사들이 하나의 정치전선에 총 단결하여 대중정치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박경순, 진보적 대중정당을 혁신·강화하자(2005. 12. 26))

이 기사와 함께 다음 기사를 읽으시오
은밀한 “비지론”(비판적 지지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