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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후보의 사회주의 선거운동을 방어하라

지금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매우 중요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와 한국의 핵심 문제가 엄청난 빈부격차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이런 사회 양극화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운영 원리로 작동하는 사회 ― ‘민주적 사회주의’ ― 를 건설할 때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김종철 후보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cjinbo를 참조하시오.)

그의 이런 주장은 수많은 서울시민이 느끼는 불만을 예리하게 표현하는 것이며, 주류 정당들 ― 열우당과 한나라당 둘 다 ― 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상당수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교육·보육·주택·의료 등의 공공성 강화와 동일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치 투쟁을 선전·선동하겠다고도 했다.

당연하게도, 김종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은 당 안팎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우파들은 문성현 당 대표와 김종철 후보의 ‘노학연대’ 호소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좌파를 표방한 민노당의 대표라 하더라도 대학생들까지 시위로 끌어내려는 태도는 한참 벗어났다.”(〈중앙일보〉 3월 31일치.)

이들은 프랑스의 투쟁 ― 전형적인 학생과 노동자의 연대 투쟁 ― 이 한국의 투쟁을 자극할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한편, 당내 우파에서도 김종철 후보의 선거 캠페인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다. 좌파적 선거 캠페인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불편함 때문이다.

이들은 “국민 정서에 맞는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자랑하는 정책인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도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런 요구들을 삼가야 하는가?

‘신빈곤층’이 1천만 명에 이르는 현 상황에서, 기득권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만을 내놓아서는 결코 위기의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 양극화가 빚어낸 비참한 고통을 끝장내고 싶어하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간절히 원하는 적잖은 대중의 마음에 투쟁의 정열을 불러일으킬 요구들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요구들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논증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대중 투쟁과 연결시켜야 한다.

사실, 앞에서 말한 공약들은 이미 1백여 년 전에 영국과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내놓았던 것들이다. 이 공약들은 그 나라들에서도 거의 50년에 걸쳐 이뤄졌다. 러시아 혁명, 세계 대공황,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대규모 노동자 투쟁, 1950∼60년대 장기호황 등 역사적 격변의 조건에서 형성됐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급진적인 선거 캠페인이 열우당의 입지를 넓혀 준다고 주장한다. 열우당이 진보와 개혁을 넘나들면서도 민주노동당 때문에 극단적이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우파들이 터무니없게도 노무현 정부와 열우당을 ‘좌파적’, ‘사회주의적’이라고 비난하지만, 다수 대중에게 집권 여당의 개혁은 매우 불만족스럽거나 많은 경우에 증오의 대상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열우당 왼쪽에서 좌파적 대안을 일관되게 내놓는다면, 열우당에서 왼쪽으로 이반한 적잖은 사람들이 그 대안에 진지한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그런 대안을 배제한다면, 그리하여 김종철 후보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열린우리당을 아직도 진보라고 인식시키”는 “잘못”(김종철 후보)을 지속한다면 민주노동당의 정견을 경청하려는 사람들은 더 줄어들 것이다.

김종철 후보의 사회주의적 캠페인에 대해 ‘그건 이미 수없이 많은 책에 다 나와 있다’는 식의 반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해서 될 거라면 민주노동당이 벌써 집권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단지 ‘원전’ 속에서나 존재하는 추상적 가치나 슬로건 쯤으로 이해한다.

엄밀하게 말해, 김종철 후보는 “유럽에서 일반화된, 이미 유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이마저도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시”돼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김종철 후보가 “교육·의료·교통·에너지 등 우리 생활의 필수 요소에 대해 ‘공공성의 원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파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사회주의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점을 선언하겠다”는 것은 두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

첫째,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한 구성 요소는 물질적 생산자원을 일반으로 사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적으로, 운동은 사유화에 맞서 수많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것은 흔히 수세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장에 맞서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지만, 경제적 소유의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소유주들은 경제적 소유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대중의 공공성 강화 요구 ― 가령, 사립학교법개정 등 ― 를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대하며, 지적재산권을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라.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 체제에서 주요 생산자원을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꺼려서는 안 된다.

둘째, 자본주의를 이런 사회·경제 체제로 대체하는 것은 밑으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제거하려는 시도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다.

지배자들의 저항을 분쇄하고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변혁은 위로부터 부과될 수 없다. 자본주의 하에서 착취받고 억압받는 많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단지 미래 사회의 모델로서만이 아니라 이를 성취하기 위한 대중의 운동과 투쟁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김종철 후보가 거리 투쟁을 선전·선동하는 후보가 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올바르다.

김종철 후보가 이 주장을 일관되게 고수한다면, 비정규직 확대, 등록금 인상, 한미FTA, 이라크 전쟁, 열우당의 친기업적 정책에 반대해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무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