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현재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40.05퍼센트의 득표율로 총통에 당선됐다. 이 결과는 대만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복잡하고 모순돼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라이칭더의 당선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미·중 갈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반감이 꽤 높고, 야권 분열로 인해 표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민진당 라이칭더가 당선됐으나, 대만 민심이 “친미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 ⓒ출처 라이칭더 (페이스북)

2020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58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2019년 시진핑이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홍콩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영향이 컸다. 이번 선거에서 라이칭더의 득표율은 많이 줄었지만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력에 대한 대만 국민 다수의 반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2022년 8월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나 2023년 4월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제국주의적 대립이 점점 가열됨에 따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변수가 아닌 상수처럼 돼 가고 있다.

그렇지만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두고 대만 민심이 “친미와 대만 독립을 선택했다”는 흔한 평가는 잘못이다.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대만 의회) 선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주장하는 국민당이 52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대만 국민의 다수는 대만을 이미 독립적인 국민국가로 여기며 중국과는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당선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지만 이 또한 과장이다. 대만의 집권당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양안 사이의 긴장은 고조돼 왔다. 그 주된 이유가 미·중 갈등 심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인지는 대만 내부의 정치 지형보다는 미·중 간 갈등 수준이나 중국 경제의 위기 심도, 지배 관료 내의 분열 등이 결정할 것이다.

경기 침체

이번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단지 양안 관계 문제만은 아니었다.

2013년 국민당 마잉주 총통 때도 중국 정부는 대만과 체결한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파기할 수 있음을 내비치며 화학 제품과 기계류 등 일부 품목의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등 대만을 압박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이 신자유주의 조처들이라는 대중적 반대가 큰 상황이어서 중국의 경제적 압력이 당시 총통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가장 친미적인 인물을 후보로 선택했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 시절인 2006년에 경경서장(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에 임명된 인물로 민진당 후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번 선거 전에 민진당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았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른 불만으로 민진당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 컸다. 대만 통계당국에 따르면, 2023년 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2퍼센트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1.61퍼센트) 이래로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지난해 대만 물가상승률(2.5퍼센트)은 임금상승률(2.37퍼센트)보다 높아 노동자들은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고통을 겪었다. 2022년 대만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높았지만, 대졸자 초임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한국의 1~4인 고용 사업장의 대졸 평균임금은 255만 원 정도인데, 대만은 3만 대만달러(127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민진당에 대한 노동계급의 반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 청년유권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는 국민당이 아니라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였다.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26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제3세력으로 약진했고,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8석을 얻었다.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국민당과 민진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바이든의 첫 반응은 기쁜 얼굴색을 감추면서 대만 독립 반대와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천명이었다. 이는 현재 미국의 곤혹스런 처지를 잘 보여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중동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란과 예멘 후티의 부상 등으로 중동에서 분쟁과 갈등이 더 확산될 조짐조차 보이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은 현재 양안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셈이다.

하지만 미·중 간 제국주의적 갈등은 바이든의 이런 제스처로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갈등은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첨예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미·중 갈등에 종속돼 있는 양안관계도 불안정과 갈등이 더 첨예해질 것이다.

총통과 입법의원 선거에서 누구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대만의 선거 결과는 제국주의적 갈등의 한복판에서 대만의 기성 정치체제가 매우 불안정하며, 앞으로 분열과 혼란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