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사일동’ 소속 교사가 서울 서이초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전국교사일동

연초부터 ‘전국교사일동’ 소속 교사들이 서울 서이초와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교사일동은 서이초 교사 자살 이후 교사들의 대규모 항의 운동을 이끈 네트워크이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갑질 의혹이 제기됐던 학부모가 적반하장 격으로 의혹을 제기한 교사 등 26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고소에 항의하고, 서이초 사건 재수사와 교사 순직 인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서이초 사건은 해결된 게 없다. 경찰은 넉 달간의 수사 끝에 지난 11월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유가족과 교원단체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여러 진술과 증거를 경찰이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예를 들어, 경찰은 서이초 교사의 핸드폰이 아이폰이라 비밀번호를 풀 수 없다며 포렌식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참고인 진술 조사만 해 놓고서 경찰은 학부모의 괴롭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언했다.

또, 학부모들이 서이초 교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도 풀리지 않았다. 처음에 경찰은 학부모가 학교로 건 전화가 교사 개인 핸드폰으로 착신 연결된 것을 고인이 착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경찰은 그것이 추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추정을 사실인 양 발표했던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수사 종결 발표 후 유가족이 신청한 수사 기록 공개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경찰의 발표가 진실이고 성의 있게 수사했다면, 공개를 피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수사 기관을 강화해 국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교사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부실한 수사로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가 어이없이 종결되고 수사 자료도 공개되지 않아 고인의 순직 인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교사 순직 여부를 심의하는 인사혁신처는 자료 보완 중이란 이유로 심의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처음부터 ‘진상 규명이 추모’라고 외쳤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말잔치

한편, ‘교권 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와 교육 당국이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바뀐 것이 없다는 점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교권 보호에 나선다는 말잔치만 벌였을 뿐이지, 제대로 된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수업을 방해하는 등 어려운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하는 고시가 시행됐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고시만 발표했을 뿐, 그에 따른 인력·공간·예산 등의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갈등이 많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1월 8일 전교조 서울지부 상담교사 특별위원회가 서울 지역 초등학교 9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분리 조치 공간으로 상담실을 지정한 경우가 19.8퍼센트(18건)였다. 이 중 절반(18건 중 9건)은 상담교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상담교사들은 상담실로 어려운 행동을 하는 학생을 보낼 경우 다른 학생과의 상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상담실이 학생들이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잘못한 학생이 오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 외에도 민원창구 일원화, 악성 민원인 대책 등도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교사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진상 은폐 수준의 경찰 부실 수사와 정부의 무성의한 대책들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교사들의 교권 보호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