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현지 시각 1월 12일, 수도 사나를 비롯해 예멘 곳곳을 공습했다. 그 직후 사나에서는 공습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는 100만 시위가 열렸다. 본지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는 한 예멘인 난민을 만나 예멘의 상황과 팔레스타인 연대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멘의 내전이 벌어진 지 수년 째입니다. 한국에 온 예멘 난민들도 내전을 피해 온 것인데요. 지금 예멘의 상황을 말해 주세요.

예멘의 전쟁은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동맹군이 예멘을 공격하면서 시작됐어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서방의 지원과 승인이 없으면 벌일 수 없는 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투기와 이들이 예멘에 떨어뜨리는 폭탄과 미사일은 모두 어디에서 왔단 말입니까? 예멘을 공격한 동맹군 소속 16개국 모두 미국의 허가가 없으면 전투기를 띄울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들이 벌인 전쟁으로 사망한 예멘인 민간인만 30만 명이 넘습니다. 수도 사나에 있는 제 집도 2015년에 두 차례나 폭격을 당했어요. 예멘은 완전히 봉쇄된 상태입니다. 경제도 봉쇄됐고, 육로, 해로, 항공로 모두 막혔어요. 원래 예멘은 오랫동안 무역업으로 먹고 살아 온 나라입니다. 그런데 전쟁 때문에 수출입을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예멘인이 이른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합법” 정부를 지지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외세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 “합법” 정부도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책임이 있습니다.

내전 중에 또 공습이라니, 서방은 왜 예멘을 공습하는 것입니까?

홍해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수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로이기 때문에 이곳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라비아해와 예멘의 아덴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선박의 40퍼센트가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합니다.

후티는 홍해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행 선박 또는 이스라엘 소유의 선박에 한해서 통과를 금지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을 시 나포하겠다고 경고했어요. 그런데도 서방은 후티가 국제 항로를 공격한다면서 언론에 거짓말을 퍼뜨리고 폭격을 하고 있습니다. 서방은 이 민감하고 전략적 항로를 통제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티가 이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반응을 보려고 도발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미국·영국 공습 규탄!” 1월 12일 사나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100만 명이 참가했다 ⓒ출처 AhlulBayt News Agency

후티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예멘인들의 지지가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멘에서 후티는 초기에는 매우 작은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의 공식 구호인 “알라는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은 당시 제가 사나에 살 때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 구호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들의 구호가 그저 빈 말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들의 활동을 보다 보니, 이들의 구호가 미국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시온주의 국가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도요.

후티가 처음 수도 사나에 진입했을 때, 이들은 혁명가들로서 평화적으로 왔어요.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벌이는 범죄 행위에 분노한 사람들이 가담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만 하더라도, ISIS 같은 테러 단체들이 병원을 폭탄 테러하고 사람들을 암살하면서 활개를 쳤었어요. 지금은 후티가 치안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요.

예멘의 팔레스타인 연대 분위기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말해 주세요.

안사룰라[후티의 공식 명칭, 알라의 지지자라는 뜻], 즉 후티에 대한 지지는 후티가 공격받을 때마다 커지고 있어요. 2014년만 하더라도 예멘인들은 후티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예멘의 친사우디 주류 언론들은 후티를 사탄같이 나쁜 사람들로만 묘사했었어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우리 모두 언론의 영향을 받잖아요. 물론 후티가 처음 사나에 도착했을 때, 이들이 농촌 전통 의복을 입고, 전통 칼을 차고 다녀서 낯설긴 했었어요.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벌어진 이후 후티는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했어요. 그리고 이스라엘 소유 선박과 이스라엘 행 선박을 막겠다고 발표했죠. 예멘인들은 이를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여기고 있어요. 이스라엘의 75년 점령에 맞서 팔레스타인 형제들과 혈맹이 됐다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시온주의에 맞서 전 인류, 전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지키고 있어요.

미국과 영국의 폭격 직후 사나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100만 명이 참가했어요. 후티가 호소해서 열린 집회였죠. 사실 예멘은 유전을 비롯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고, 지정학적으로도 요충지이지만, 아주 가난한 나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데, 그래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겠다고 집회에 나오고 있어요.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면서 연대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산악 지역에서부터 행진해 오는 예멘인들 ⓒ출처 X (옛 트위터)

당신도 매주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집회에 나오는데, 당신에게 팔레스타인 연대가 왜 중요합니까?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장내기 위해서라면, 제가 거리로 나앉아 천막 노숙을 해도,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상관없어요. 저는 지금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지만 아무래도 괜찮아요. 어떤 돈이나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일이 아니고, 도덕적 가치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예멘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나 공항으로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봉쇄 때문에 항공로가 막혀 사나 공항으로 갈 수가 없어요. 경유해서 갈 수도 없어요. 경유지 국가들은 모두 예멘 봉쇄와 공격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유를 하다가 체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돌아갈 수만 있다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