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한미FTA 논쟁이 치열하다. 논쟁은 전 청와대 보좌관 정태인이 한미FTA 준비 과정을 “졸속”, “한건주의”, “삼성의 로비에 놀아난 결과” 등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지배자들의 내분은 우리 운동에 좋은 일이다. 대중에게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 운동 내 논쟁 구도가 “졸속이냐 아니냐”, “국익을 팔아먹은 것이냐 아니냐”가 중심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체결하려고 몸이 더 바싹 달아오른 자들은 미국 자본가들보다는 한국 자본가들이며 이들은 꽤 오래 전부터 원해 왔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회원 상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2001년에 한국의 무역업체들은 가장 우선적인 FTA 체결대상국으로 미국을 들었으며, 2002년 조사에서도 역시 중국과 함께 미국을 FTA 대상국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무역협회가 국내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한미FTA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4분의 3 이상이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 전체의 87퍼센트가 5년 이내 협정이 체결되기를 희망했다.”(정재화, ‘한미 FTA에 대한 산업계 입장’, 미래전략연구원)

사실, 한국 자본가들은 한미FTA에서 단순한 통상 기회 확대 이상을 바라고 있다. 4월 10일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협상을 단순히 두 번째 큰 통상국과의 재화와 서비스 통상 규모를 더 확대하기 위한 협정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를] 남한의 놀라운 경제적 변화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촉매제로 여기고 있다”

한미FTA가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 자본가 사이의 ‘연합전선’을 통해 ‘변화’를 추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주된 내용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나와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하고 공공서비스에서 “불공정 경쟁”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사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겉보기에 미국 자본이 이것을 요구해서 성취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 ‘혜택’을 주로 공유할 대상은 한국 자본가들이 될 것이다.

상공회의소 보고서 중 노동 부문 내용이 노사관계 로드맵과 유사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사유화 과정에서 국내 대자본가들도 한몫 차지하기를 바랄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에서 한국 정부는 이미 단호해 보인다. 그러나 4월 15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한미FTA 한국 정부측 협상 대표인 김종훈은 공공부문이 한미FTA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리 운동이 거짓말쟁이 정부를 믿을 필요는 없지만 정부와 자본가들이 당장 공공부문을 사유화하지 않더라도 FTA를 이용해서 사유화를 위한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서비스 자체, 특히 공공서비스가 국제적 경쟁과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 수 있고, ‘세계시장의 경쟁에 한층 더 노출된 산업 부분이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부문이 사유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을 하기도 더 쉽다.

일례로 캐나다의 경우, 1989년 미국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CUFTA)이나 1994년 나프타에서 공공서비스의 전면 사유화를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캐나다 지배자들은 이 협정이 가져올 국제적 경쟁을 핑계로 부자를 위한 세금감면을 추진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국가 재정을 줄여야 했다. 그 압력은 고스란히 국가 운영 의료보장 제도와 교육 제도와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법률적 사유화는 제한적이었지만 사유화의 효과는 이미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는 FTAA를 이용해서 전면적인 사유화를 시도하려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미FTA를 통해 한국의 서비스 부문이 당장 자유화되지 않더라도, 결국 제조업 부문의 요구 때문에 [서비스 부문]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종훈도 한미 FTA에서 교육과 보건은 개방 대상이라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문제는 해당 부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체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을 위협하는 것이며, 사유화가 성공한다면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건의료와 교육의 시장 논리 종속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한미FTA의 중요한 쟁점이자,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부각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