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올해부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추진하자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생 돌봄을 강화한다며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늘봄학교’로 이름을 바꾸어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정부는 당초 늘봄학교의 전면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학부모 수요가 크다며 6개월 이상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모든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1학기에는 전국 2000여 개 학교, 2학기에는 전체 초등학교 6175곳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전면 이행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제대로 된 지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물론 사회적 돌봄을 늘리는 것은 많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일이다. 2004년부터 실시된 초등돌봄교실은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하는 곳이 많아,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돌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불가피하게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방과 후에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이 학원 저 학원에 보내며(이른바 ‘학원 뺑뺑이’) 돌봄 공백을 메워야 했다.

또, 많은 학부모들은 돌봄 장소를 옮기는 것보다 학교 안에 머무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

그러나 새 학년 개학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는 늘봄학교 시행을 위한 추가 인력과 시설, 재정 확보 계획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 ‘2024년 초등 늘봄학교 단계적 확산 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3개월째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늘봄학교 시행으로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해 왔다. 하지만 새 학기 직전까지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자 늘봄학교 업무가 교사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교사들은 과중한 행정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늘봄학교 운영 업무를 현직 교사나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겠다고 밝혀 반발을 키우고 있다. 교육부는 정규 교원에게는 늘봄학교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을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간제 교사가 늘봄학교 업무를 맡다가 결국 정규 교사들에게로 업무가 이관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이다.

이런 땜질식 대처는 채용된 노동자들의 처우를 열악하게 만들고, 양질의 돌봄도 보장하지 못하게 한다.

지난해에 시행된 늘봄학교 시범학교 200여 곳에서는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대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각 학교가 급하게 퇴직 교원, 자원봉사자나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야 했고, 그래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결국 정규 교원들이 메워야 했다.

늘어나는 돌봄 업무는 돌봄전담사들에게도 전가되고 있다. 돌봄전담사 확충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데다, 많은 교육청들은 돌봄전담사의 거듭된 요구에도 돌봄전담사들을 상시 전일제로 전환하지 않고 시간제로 채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돌봄전담사 노조들은 늘봄학교 확대 운영에 앞서 정부가 인력 충원과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늘봄학교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교육재정을 7조 원 가까이 삭감했다. 교원 정원도 줄이고 있는데 줄어든 예산으로 늘봄학교까지 하라고 하니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교조나 초등교사노조, 교사노조 같은 교원단체들은 정부가 교사와 학교에 업무 가중을 부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해 4차례 집회를 하고 1월 17일 늘봄학교 강행 중단 기자회견을 한 전교조는 1월 19일에도 늘봄학교 업무에서 교사 배제, 늘봄학교 전담 인력 배치, 교육지원청에 방과후돌봄 지원센터 설치, 늘봄 겸용교실 금지 등의 요구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사노조는 1월 15일부터 천막 농성과 함께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초등교사노조도 1월 27일 늘봄학교 저지를 목표로 교사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많은 교사들은 제대로 된 정부 지원도 없이 늘봄학교가 시행되는 것에 불만이 크다. 그래서 상당수 교사들은 늘봄학교 정책을 폐기하고 학교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사노조 천막 농성의 주요 요구 중 하나가 돌봄 지자체 이관이고, 전교조도 오랫동안 “돌봄을 학교와 분리”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단순히 늘봄학교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돌봄 확대를 원하는 노동계급 대다수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게다가 지자체가 돌봄을 맡으면 민간위탁이 늘어나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돌봄전담사들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1월 23일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원단체들의 ‘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요구가 “공공 돌봄”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돌봄 업무까지 맡게 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규 교사와 돌봄전담사, 공무원들이 서로 탓하며 갈등하는 것은 정부에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라며 단결해서 투쟁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초등교사와 돌봄전담사 등이 함께 연대해 늘봄학교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과 시설 확충에 재정을 투입하도록 정부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의 업무 경감과 양질의 돌봄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