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부의 이란 침공 계획의 세부 사항들이 밝혀지고 있다. 세이무어 허쉬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이미 미군 특전사 대원들이 이란 내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핵 시설에 관한 정보를 모을 뿐 아니라 소수민족들의 반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이게도, 일부 국무부 관료들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허쉬의 보도 직후 4월 9일치 〈워싱턴 포스트〉는 전현직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서 “군 장교들은 주요 핵 시설에 대한 선별적 공습부터 기타 군사·정치 표적을 포함하는 포괄적 폭격 계획까지 다양한 대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는 이런 논의들을 “거친 추측”이라고 일축했지만 적극 부인하지 않은 것을 보면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확전 문제에 대해 주류 언론에서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전략 분석가들은 이란 공격이 커다란 재앙을 부를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곧 공격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란에서의 새로운 ‘승전’을 선언함으로써 현 행정부가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다는 평가를 뒤엎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서 보여 준 무모함과 거짓말을 되새겨 본다면 그가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나?”

실제로, 며칠 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선언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는 유엔 헌장 7조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7조는 바로 ‘자위권’을 포함한 군사공격권을 말한다. 이 조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을 정당화해 왔다.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분명,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반전 운동이 경축할 일은 아니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두둔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애당초 이란을 핵무기 개발로 몰아넣은 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위협이었고, 현재 이란의 핵 개발 수준이 세계 평화에 진정한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농축한 우라늄의 양은 핵탄두 1개를 만들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며, 전문가들은 거의 다 그 정도 양을 모으려면 앞으로 적어도 5∼10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즉각 핵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농축우라늄을 이란보다 수천 배 더 많이 비축해 놓았다. 부시 정부는 이들을 쏙 빼놓은 채 이란만 특별 취급하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이란에 대한 부시 정부의 대응은 갈수록 이라크 전쟁 직전의 행보와 비슷해지고 있다.

크루그먼은 양자의 공통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미합중국의 부통령이 주요 연설을 통해 중동의 모 산유국이 미국의 국익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한다. 국무장관은 의회에 나와 이 나라가 국제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고 말한다. 국방장관은 이 나라가 국제 테러리즘의 최대 후원자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 나라가 미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전 운동은 부시의 이란 공격 반대 운동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대다수 민중·시민 단체들은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런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국제 반전 운동은 이란 공격 반대 운동의 돛을 올렸다. 유럽사회포럼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5월 6일 이란 공격 반대 시위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