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와서 참가한 이주민·난민들을 사찰·감시하는 일이 감지되고 있다.

집회에 참가했다가 자신의 난민 인정 심사를 담당하는 출입국 공무원을 목격하고 며칠 후 갑자기 난민 심사 면접이 잡히는 일을 겪은 난민도 있다.

면접에서 집회 참가에 관한 질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을 겪는다면 신분이 불안정한 난민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6년에는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 사업을 진행하는 국립국제교육원이 해당 유학생들에게 ‘한국 내에서 어떠한 형태의 정치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약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법 준수’ 서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현재도 상당수 대학들은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이 정치 활동을 하면 장학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학사지침을 두고 있다.

특히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강제 퇴거까지 할 수 있다.

선거권·피선거권, 공무담임권, 정당 활동,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다양한 활동이 일반적으로 정치 활동에 포함된다.

정치적 의견과 사상을 표현하는 활동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표현의 자유이고 정치적 기본권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이주민은 251만 명이다. 이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주민이 한국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고 있는데도 그들의 민주적 권리를 단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다.

반민주적, 이중잣대

게다가 명백한 이중잣대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점령을 정당화하려고 프로파간다를 적극 퍼뜨리고 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시작되자마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방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대사까지 불러 이런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측이 신속하게 맞대응 기자회견을 열자 취소했다.)

또, 이스라엘 대사관은 지난해 12월 ‘서울 불바다’ 영상을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렸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급하게 비공개로 돌리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이스라엘 대사관은 정치적 자유를 누리는데, 왜 아랍계 이주민은 정치 활동을 하면 안 되는가?

게다가 출입국관리법에는 금지하는 정치 활동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적용할 여지가 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주민의 정치적 주장과 활동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만 탄압받는 효과를 낼 것이다.

서울에서 가자까지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한 축인 이주민·난민들 ⓒ이미진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는 또한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국적이나 민족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까?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더라도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그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 아니다.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을 편들고 아랍 지배자들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지만, 서방과 아랍 나라들의 보통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행동도 벌이고 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각국 정부의 대립은 민족주의 사상이 진실이 아님을 보여 준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탄압받아 피란한 난민의 경우, 정치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인생의 의미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난민들은 쫓겨나기 전에 자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은 난민이 정치적 운동을 하는 것을 억압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주민·난민들이 적극 참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겨냥한 것이 틀림없다.

또한 정부가 이주민 유입을 늘리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민이 더 큰 규모로 조직화되고 운동에 나서는 것을 우려해, 미리 억누를 준비를 해 놓는 것이다.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이주민들을 사찰·감시하는 것은 그 일환이다.

이는 한국인들과 그들의 국제 연대를 억누르는 것이자 한국에서의 반제국주의 운동을 약화시키려는 일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말한다: 이주민·난민의 정치 활동을 억압하는 정부의 시도에 반대한다.

이주민들의 자체 활동을 고무하고, 이주민·난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성장시키고, 한국인들이 이런 운동에 더 많이 참가하는 것이 보수주의자들의 의도를 좌절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독재자 박정희가 만든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법

출입국관리법에 외국인의 정치 활동 금지가 규정된 것은 미국인 선교사 조지 오글(한국명 오명걸) 목사가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을 위해 싸우다 1974년 강제추방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한국 이민법》, 차용호, 2015)

1954년 한국에 처음 온 이래 산업선교 활동을 하며 노동운동을 돕던 오글 목사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맨 먼저 폭로했다. 이 일로 그는 서슬 퍼런 유신체제하의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20시간 동안 조사받는 곤욕을 치른다.

이런 사실이 〈뉴욕 타임스〉에 보도돼 파장이 커지자 박정희 정권은 오글 목사를 강제추방했고, 1977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외국인의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외국인의 정치 활동 금지가 애초부터 반민주적이고, 정당한 저항을 억누르고, 국제 연대를 가로막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독재 정권들이 무너졌어도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은 마찬가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초기 지도부를 거듭 표적 단속으로 추방해 2000년대 대안세계화운동의 일각을 약화시키려 했다. 추방의 직접적인 근거는 미등록 체류였지만, 정부는 그들이 고용허가제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한미FTA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정치적 시위활동에도 적극 가담”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이나 집회 참가, 서명 운동 등에 참가하는 것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