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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 권리 운동 - 프랑스처럼 싸워야 한다

지난 4월 10일 미국의 1백40여 개 도시에서 또다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민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평등과 정의, 사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미등록 이민노동자들을 이등 시민이나 범죄자로 만들거나 그들을 쫓아낼 방안을 둘러싸고 논쟁하고 있다.

4월 7일 상원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새 이민법안이 공화당 우파의 반발 때문에 부결됐다. 그들은 부시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져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이민법 쟁점을 이용해 공화당 지지기반 결속을 노리고 있다.

1996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 밥 돌의 참모였던 토니 파브리지오는 이렇게 말했다. “부시에게 투표한 백인 유권자들이 지금 불만에 차 있다. 이 유권자들에게 이라크 전쟁을 얘기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이민법 개혁을 얘기하는 게 나을까?”

한편,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이민법 쟁점을 둘러싸고 분열해 있다. 지난해 12월 하원의 센센브레너-킹 법안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의 다수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36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또, 미국-멕시코 접경 지역인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주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지난해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경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이민법에 대해 너무 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쪽과 라틴계 유권자 표 획득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분열해 있다.

그런데 일부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조차 이민노동자 단속과 국경 통제 강화를 지지하고 나서는 바람에 논쟁의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이민에 찬성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민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하락시키는 주된 요인이며 미숙련 이민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이 미국 정부가 그들에게 지출하는 사회보장 비용보다 작아서 미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주로 지난 30년 동안 사용자들이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연방 최저임금은 5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반면, 미국 기업들의 이윤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몫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또, 미국 주(州)의회협의회(NCSL)의 2005년 자료를 보면, 정부가 이민노동자들에게 지출하는 ‘비용’보다 그들이 납부하는 세금이 연평균 1천8백 달러 더 많았다.

아무튼 이런 복잡한 구도 속에서 이민자 권리 운동의 주요 지도자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종용하는 ‘타협안’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들은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이 그나마 나은 것이고, 완전 사면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의를 둘러싸고 타협할 수는 없으며, 진정한 이민법 개혁은 오직 모든 미등록 이민노동자들의 무조건 사면과 시민권 자격 부여(그들이 원한다면)뿐이라는 주장도 많다.

1960년대 공민권 운동 때도 이와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 세력들이 지배하는 주 정부들에 맞서 상대적으로 공민권 운동에 우호적인 듯한 연방정부의 지지를 계속 받기 위해서는 온건한 정치와 전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단호하고 대중적인 거리 시위와 투쟁이 거듭됐기 때문에 마침내 의회를 압박해 인종차별 제도를 폐지하고 공민권을 쟁취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이민자 권리 운동은 과거의 공민권 운동보다 더 대규모로 시작되고 있다. 이민노동자들이 원하는 평등과 사면은, 어떻게든 그들을 규제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려는 주류 정치인들과의 타협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 동원과 저항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민자 권리 운동은 5월 1일 또다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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