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배우의 억울한 죽음 이후 한 달 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 죽음에 주된 책임을 져야 할 경찰과 언론은 사과와 반성은커녕 이 사건을 지워 버리려 애쓰고 있다.

지난 1월 22일 경기남부경찰청이 고 이선균 배우의 마약 투약 혐의를 수사했던 인천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관들의 개인 전자장비는 물론 수사 관련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믿을 만한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애초에 경기남부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 바로 인천경찰이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정보 유출이 국가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처벌 기준으로 보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비밀을 유출해 국가 사법 작용을 위태롭게 할 정도가 돼야 처벌될 수 있다. … 수사기관 내부 조율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국민일보〉 1월 30일 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자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한편, 경찰은 연예인에 관한 가십을 주로 다루는 인터넷 신문 〈디스패치〉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수사해야 할 대상은 더 큰 책임이 있는 KBS다.

〈디스패치〉 수사가 KBS를 피해 가려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이유다.

생색내기와 모르쇠

선정적 보도로 이선균 씨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일조한 매스미디어들도 이선균 씨의 억울한 죽음과 자신의 책임을 지우는 데 여념이 없다.

KBS는 지난해 11월 24일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 검사에서 네 번째 음성 판정을 받은 당일, 이선균 씨와 유흥업소 여실장의 사적인 전화 통화 내용을 메인 뉴스인 ‘뉴스9’ 단독으로 보도해 음성 판정 소식을 덮어 버린 장본인이다.

이는 경찰과의 합작품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 장악 시도의 일환으로 KBS 사장 자리에 측근인 박민을 앉힌 바 있다.

1월 12일에는 봉준호 영화감독, 윤종신 가수 등 유명 문화예술인 동료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KBS에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 보도 삭제 조치를 요구했다.(관련 기사: ‘봉준호,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 고 이선균 배우 관련 기자회견: “경찰과 언론의 인격 살인, 진상규명 위해 연대 넓힐 것”’)

그러나 KBS는 어떠한 사과도 반성도 거부했다.

1월 26일 공개된 KBS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KBS 측은 자신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대변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MBC 등 다른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봐 달라”고 말했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것이다.

MBC ‘실화탐사대’는 지난해 11월 23일 “이선균 마약 스캔들…女실장&해커 채팅·통화내용 단독 입수”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 다른 공중파 방송인 SBS는 더 일찍인 10월 24일에 “이선균 협박, 수면제 + 사적 만남이 빌미 됐다?”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그런데 이 세 공중파 방송사들이 문제의 보도들을 소리 소문 없이 삭제한 것이 최근 포착됐다. 만시지탄인데, 아무런 사과도 공지도 없었다.(〈미디어오늘〉 1월 31일자)

이러한 경찰과 언론의 행태를 보면, 애먼 희생양을 낳은 이들의 횡포와 비극은 이선균 씨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이선균법’이라고 부르며 추진 중인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방안처럼 형식적인 대책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그 법이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사용될지, 부패한 권력자들을 위해서 위선적으로 사용될지 알 수 없다. 같은 경찰이 이재명 살해 미수 테러 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

경찰과 매스미디어의 뿌리 깊고 부패한 유착 관계

이번 사건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오른손에는 경찰을, 왼손에는 선정적 매스미디어를 쥐고 휘두르다 벌어진 비극이다.

경찰은 서민층에 대한 억압과 통제를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억압적 국가 기관이다.

언론들은 그러한 경찰에게서 소스를 최대한 먼저 받아서 특종을 터트리려고 안달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정부의 억압적 캠페인의 증폭기 구실을 하기 십상이다.

언론과 경찰 사이의 관계도 매우 긴밀해진다.

예컨대 경찰관은 언론에 글을 기고하면 포상을 받는다. 2015년 한 조사를 보면, 그해 9월 통신사 〈뉴스1〉에 이틀에 한 번꼴로 전국 각 지역 경찰서에서 독자투고 형태의 글이 들어왔다. “‘집회 소음’ 이제 상생을 생각해야” 등이 주제였다.

경찰청 개인 성과평가 지표에 따르면, 전국 대형 신문사에 1년에 4건 이상 기고하면 경찰청장의 표창을 수여 받는다. 이 때문에 기사를 실어 달라며 경찰이 뇌물을 주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조선일보〉는 아예 1967년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경찰청과 공동으로 주관해 경찰관에게 ‘청룡봉사상’을 수여해 왔다. 상금이 1000만 원에 달하고, 경찰청은 수상자에게 특별 진급 혜택을 준다. 얼마나 노골적인 유착인가.

2009년에 성접대 강요에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장자연 씨 사망 사건 담당 경찰관이 이 상을 받고 1계급 특진한 일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범죄와의 전쟁’ 캠페인과 경찰의 억압 강화, 언론 장악, 그에 순응하며 이익을 얻는 언론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본질적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