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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먹튀’ 사건은‘매판 관료’의 작품인가?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 책임이 ‘매판 관료’에 있다는 주장이 개진되고 있다.(〈진보정치〉268호, ‘매판 관료 전성시대!’)

이 글에서 황세영 기자는 노무현을 비롯한 ‘386세력’과 구분되는 ‘매판 관료’와의 ‘일대격전’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은 단순히 ‘외국자본과 야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일부 관료집단’(매판 관료)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당시 매각은 외자유치 확대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정부 정책의 큰 틀에서 결정됐다. 게다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외자 순기능’론은 특정 관료 분파만이 아니라, ‘총자본’의 이해관계에 부응한 것이었다.

전·현직 관료 집단 가운데 ‘이헌재 사단’이 뒷돈을 챙긴 것은 사실이지만, ‘10인 비밀회의’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데서 드러났듯이, 청와대의 최종 결정이 없이는 매각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노무현은 번번히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바람막이 구실을 자처하곤 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투기자본의 횡포에 단지 “정통 수구 관료”들만 연루돼 있는 것도 아니다.

‘외자유치’ 4개월 만에 공장을 청산하고 1천3백 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오리온전기 매각의 경우 이해찬이 있던 총리실이 주도했다.

‘개혁’세력으로 분류되던 이정우나 정태인 같은 청와대 전 관료들도 다르지 않다.

이들이 작성한 청와대 보고서(‘투기성 외국자본 유입과 대응 방향’)는 “(투기성외국자본 규제는)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치”되고, “‘선진 통상 국가’를 지향하는 방향과도 충돌한다”며 규제에 반대했다.

그러므로 투기자본의 횡포 문제에서 ‘매판 관료’ 대 ‘자주적 관료’ 식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이런 구분법은 무엇보다 운동을 엉뚱한 대안으로 이끈다. 즉, ‘매판 관료’가 아닌 나머지 자본이나 분파를 동맹세력으로 가정하는 착각을 조장함으로써 투쟁을 분열·약화시킨다.

황 기자는 또, ‘정통 수구’세력이 노무현 정부에서 재경부를 장악함으로써 “국민국가로서의 경제 정책 주도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FTA도 ‘매판 관료’의 주도 하에 굴욕적으로 강요받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한미FTA는 한국 자본가 계급 대부분의 필요에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매판 관료’ 집단이나 미국에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자본가 집단 전체의 논리와 우선순위에 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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