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피습 사건에 대한 우파 정당과 언론들의 태도는 위선의 총체라 할 만하다.

이들은 사건의 피의자인 지충호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지충호가 미리 한 일이라고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지를 확인하고 범행 전에 학습용 커터를 구입한 게 전부다.

이런 게 “치밀한 범행이라면 ‘만남의 광장’까지 가서 ‘차떼기’ 작전을 벌인 한나라당이나 ‘명절’ 때마다 ‘리스트’를 작성해 ‘떡값’을 돌린 이건희는 전문 범죄 집단이라 불려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건희는 검찰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사건 직후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이 써댄 3류 추리 ‘소설’은 정말 가관이다. 이들은 작심한 듯 얘기를 꾸며댔다.

이것은 모두 황당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사건 현장에서 “죽여, 죽여”라고 외쳤다는 증언들이 보도됐지만 정작 직접 들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범 의혹의 핵심이라는 “아이스크림 6개”는 지충호의 지병인 당뇨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뒷돈”의 실체는 지씨가 유흥업소 ‘바지 사장’을 해 주고 받은 돈 5백만 원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밝혀진 뒤에도 보수 언론들은 “테러 배후가 갈수록 아리송”(〈조선일보〉 5월 26일자), “풀리지 않는 의혹”(〈중앙일보〉 5월 26일자) 운운하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 지충호가 거듭 분명히 밝힌 ‘동기’를 애써 회피한 채, 조직적인 음모가 배후에 있는 양 연막을 치는 것이다.

지충호가 밝힌 동기는 매우 분명하다. 그는 사건 후 몇 차례나 주류 정치인들 ― 특히 한나라당 ― 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밝혔다. “흑심이 많다. 국민을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니고, 우리에게 이익을 준 게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 사학법 개정 반대 선동을 하던 한나라당 의원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는 “한나라당이 싫어 주먹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삶을 망친 ‘보호감호제도’와 이에 대한 항의를 외면한 정치인들에게 절망했고 분노했다. 그의 지인들은 “지씨가 … 보호감호제도로 인해 [원래 형량보다] 5년의 옥살이를 더 한 것에 대해 너무 억울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이렇게 오래 산 것은 보호감호제도를 만든 전두환의 민정당 때문이며, 그 때문에 그 후신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극도의 불만을 품어왔다”고 말한다(〈한겨레〉 5월 23일자). 한나라당은 지난해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될 때도 이에 반대했다.

그가 당뇨병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것도, 정신과 진료를 세 차례 받은 것도, 절망과 울분 속에서 교도관들과 거듭 충돌한 것도 모두 이 보호감호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항의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러한 억압과 차별은 지금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그의 정당한 진술거부권 행사를 두고 “태도가 불량하다”고 말했다. 또, 광분한 우파 단체 회원들이 그에게 3시간이나 욕설을 퍼부으며 물병과 쓰레기를 던지도록 내버려뒀다. 그리고 사건을 부풀려 살인미수 혐의를 부과했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청송보호감호소에 수용됐던 지씨가 … 가출소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안 일어날 수 있었던 셈”(〈조선일보〉 5월 26일자)이라고 말한다.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피습 사건은 체제와 지배자들의 억압에 대한 분노와 소외에 대한 절망이 얼마나 깊은지 얼핏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