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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리스펙트의 전망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 크리스 뱀버리가 지방선거 후 리스펙트의 전망을 살펴본다. 상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지난해 조지 갤러웨이의 당선은 리스펙트의 전진을 위한 발판으로 크게 환영받았다. [그리고] 이 발판은 더 굳건해지고 확대돼야 했다. 올해 5월 우리는 바로 이 일에 성공했다. 런던 동부와 버밍엄에서 리스펙트는 노동당을 궁지로 몰고 있다.

브리스틀, 셰필드, 프레스턴의 일부 지역이나 런던 북부·서부 지역에서 우리는 노동당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머지않아 ― 2년 안에 ― 리스펙트가 런던시장 선거에 나서게 되면 우리는 더 광범한 도전에 나서게 될 것이다. 1년 뒤 우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싸우게 될 것이다.

노동당은 수십 년 동안 자신에게 충실하게 표를 던져 온 동맹 세력들을 이뤘던 벽돌들을 잃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분노 때문에 많은 무슬림 유권자들이 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거뒀고 핵심 활동가들은 당을 떠났다. 이라크의 재앙과 토니 블레어의 야비한 시장경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사이에 이런 과정이 계속됐다.

그러나 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한 세기에 걸쳐 겹겹이 쌓아올려져 왔다. 그것은 단번에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전반기에 노동당의 성장은 계급투쟁의 양상 변화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그러나, 또 노동당은 다양한 이민자 집단들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노동당은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세력을 탄압하려던 자유당 정부와 갈라선 뒤 아일랜드인 지역사회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노동당은 가톨릭 교회가 스코틀랜드에서 학교를 따로 설립하도록 보장하는 등의 타협을 수용했다.

나중에 노동당은 인도 아대륙과 서인도제도 출신 이민자들의 표를 확보했다.

나는 런던 서부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중 해럴드 윌슨[1960∼70년대 영국 노동당 정부의 총리]을 존경하기 때문에 노동당을 찍을 거라는 한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 노인을 만났다. 그 사기꾼[해럴드 윌슨]은 1964년 선거운동 기간에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반대했지만 집권한 뒤에는 인종차별주의에 영합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노동당이 비록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보수당에 대항할 방패로 여겼다. 그러나 노동당도 표를 얻기 위해 고객 관리 차원에서 뭔가를 제공했다.

노동당은 망하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리스펙트가 “종단주의(宗團主義)” 정당이라는 노동당의 비난은 자신의 중간계급 지지층을 묶어두려는 시도이자 리스펙트가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자나 백인들에게는 무관심할 거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이를 맞받아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분야에서 지지자들의 네트워크들을 건설하는 것이다. 리스펙트가 성공을 거둔 곳은 우리가 바로 그러한 과제에 착수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협소한 좌파 집단이나 급진적 무슬림 유권자들에 대한 의존을 넘어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4∼5주의 선거운동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다. 리스펙트는 상시적 근거지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은 지역 쟁점과 운동에 관여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노동당이 ‘반사회적행동규제령(Asbos)’을 떠들어대며 청소년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포럼을 조직할 때 우리는 그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쟁점들이 주요 정치 쟁점들과 대립돼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노동계급 대중은 주택 부족이나 공립 병원들의 상황을 이라크와 연결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세대가 누렸던 복지 혜택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가 더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흔히 기성 정치에 등을 돌리고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많은 청년들의 경우에도 사실이다. 런던의 대부분 지역에 산재하는 다양한 이주민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리스펙트는 이 모든 것들을 노동조합과 대학에서 거둔 성공의 확대와 결합시켜야 한다.

이것은 1890년대 후반 노동당이 등장했을 때와 비견될 수 있다. [당시 노동당 등장의] 촉매는 항운 노동자들이나 가스 노동자들처럼 미조직 부문에서 벌어진 신노조 건설 운동이었다.

이 운동과 사회주의 사상의 부흥을 위한 토대를 놓은 것은 참정권, 언론 자유, 실업 등의 쟁점으로 운동을 벌이며 노동계급 조직과 좌파 조직을 재건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런 문제들을 아일랜드 식민지배와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와 결합했다.

영국은 여전히 계급으로 나뉜 사회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보수당과 노동당의 통치는 우리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약화시켜 왔다. 우리는 기층에서부터 그러한 자신감을 재건해야 한다. 리스펙트의 성공은 이 과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번역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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