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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신자유주의가 낳은 ‘먹튀’들의 천국

론스타는 무슨 수로 2년 반 만에 4조 5천억 원을 벌게 됐을까? 한미FTA로 투자·금융이 더 개방되면 우리의 삶에 어떤 일들이 생길까?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론스타,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털, 매틀린패터슨, BIH펀드 같은 사모펀드들은 하나같이 인수한 기업을 구조조정해서 되팔거나 청산해서 막대한 수익을 내 왔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이 뒤따랐다. 그 수익은 펀드에 투자한 부자들의 배만 불렸고, 그들의 재산이 늘어가는 만큼 노동자들의 삶은 추락하고 양극화는 심해졌다.

투기자본은 IMF 외환위기 후 한국 정부가 추진한 외자유치 확대 정책에 따라 급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는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고용이 늘고, 선진기법 전수로 한국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돼서 결국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정부의 그런 주장이 한낱 ‘미신’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의 검증을 통과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1998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외국자본은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 단기간에 자본수익을 얻고자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직접투자조차 인수합병 자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린다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미미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결실을 가로챈 다음, 세금 한 푼 안내고 수익을 독차지했다.

투기자본의 기상천외한 ‘먹튀’ 사례를 폭로한 것보다 더 큰 이 책의 미덕은 신자유주의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점이다. 저자는 금융세계화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자본 자체의 투기적 속성이 문제라고 옳게 지적한다.

한편, 이 책은 장하준의 ‘국민경제론’에 입각한 개량주의적 반신자유주의를 결론으로 삼고 있다.

장하준은 ‘신자유주의적’ 시장을 비판하면서, 국민국가와 정부의 개입을 강조한다. 물론, 투기자본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무정부적인 움직임을 규제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 기대어 시장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국가는 중립적이지 않고 기업주들의 이해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 자신이 신자유주의를 앞장서 추진하며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해 노동자들이 진정한 민주적 국가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하준은 투자 위축과 경제위기가 금융자본이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라는 ‘금융공황론’의 입장에 서 있다. 이 이론은 금융자본에 비해 산업자본이 더 건전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곤 하는데, 삼성이나 GE가 그렇듯이 산업자본도 못지않게 반노동자적이며 신자유주의적이다.

지금의 세계적 불황도 단지 금융자본의 우위 때문이 아니라, 이윤율 하락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핵심 원인이다. 금융투기의 활성화는 위기의 반영에 가깝다.

그러나 이 같은 약점이 이 책의 장점을 압도하지는 못한다.(다만, 저자가 나[정종남]와 인터뷰를 하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인용한 ‘국부유출’ 관련 인터뷰 내용(251쪽)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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