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부터 3주 가량 지속된 칠레 학생들의 시위와 점거농성이 승리로 끝났다.

칠레 학생들은 1990년에 도입된 신자유주의적 교육법 때문에 지역간 교육불평등이 확대됐다며 불평등 심화 해소를 요구했다. 또, 학생들의 대중교통 무료이용권, 40달러인 대입시험 전형료 폐지, 교사 충원, 학급 규모 축소, 교육시설 개선 등도 요구했다.

피노체트 군사정부에서 만들어진 현행 교육법은 중앙정부의 교육재정 부담을 대폭 줄이고 지방자치단체에 교육재정을 위임했다. 이 때문에 가난한 지역의 학교는 학생당 교육비가 매달 73달러인 데 비해, 부유한 지역은 3백85달러에 이를 만큼 교육 불평등이 심해졌다.

또, 기업이 교육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교육 격차도 커졌다.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의 50퍼센트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사립고등학교 졸업자의 91퍼센트는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31일에는 인구가 1천6백만 명인 칠레에서 80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수백 개의 학교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대학생들도 동맹휴업으로 연대했고, 교사와 학부모 들도 농성장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며 연대를 표시했다.

사립학교 학생들도 “우리는 공립학교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배너를 학교에 걸고, 6월 1일에는 투쟁을 지지하는 행진도 했다.

칠레 학생들의 이번 투쟁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특히 차베스와 모랄레스 등이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역행하는 정책들에서 고무받았다. 그리고 CPE(최초고용계약 법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도 칠레 학생들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다.

게다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구리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칠레 정부에 재정적 여유가 생긴 것도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였다.

결국 올해 초에 당선한 중도좌파 대통령인 바첼렛은 6월 1일 “해마다 1억 3천5백만 달러[한화 약 1천3백억 원]의 교육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약속했고, “학생들의 요구대로 대입시험 전형료를 폐지하고 빈곤층 학생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교육법 개혁안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통령 제안에 대중교통비 무료화가 빠져 있고 추상적”이라며 6월 5일에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는 중고등학생들만 60여만 명이 모였고, 대학생과 교사와 노동자들도 40여만 명이나 가세했다.

결국 칠레 정부는 학생대표 12명을 포함해 74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자문기구를 설치해 교육법 개혁을 논의하기로 했고, 학생들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때문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통받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사실상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되고 있고,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으로 중고등학교 간 교육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강남구의 교육 관련 지원비가 1백70억 원인데 비해 금천구는 4억 원뿐일 정도로 지역간 교육격차도 심각하다.

거대한 시위와 학교 점거 투쟁으로 중요한 승리를 거둔 칠레 학생들은 우리에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