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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동티모르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몇 주 전 오스트레일리아 군대 2천 명이 말레이시아·뉴질랜드·포르투갈 군대와 함께 국제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병됐다.

동티모르는 2002년에 인접국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 지역의 정치에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최근의 파병은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뒤따른 것이었다. 적어도 27명이 죽고, 수천 명이 난민이 됐다.

이 폭력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사병 6백 명의 해고였다. 그들은 임금과 복무조건 향상과 군대 내부의 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파업 중이었다.

1천5백 명 정도 되는 동티모르 육군에서 해고된 병사들은 무기 반납을 거부했다. 이들의 시위는 소요로 돌변했고, 육군과 경찰 내부의 서로 다른 분파들이 충돌했다.

현재 동티모르 정부는 주로 동티모르 민족해방 투쟁을 이끈 고참 투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폭력 사태를 다룬 언론 보도들은 대부분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과 마리 알카티리 총리 사이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정부 내에 긴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알카티리는 구스마오 대통령이나 라모스 호르타 외무부 장관과는 달리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의 개입을 반대한다.

서방의 책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존 하워드는 동티모르 정부의 통치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그리고 다른 서방 열강이 동티모르를 빈곤과 불안정에 빠뜨린 당사자들이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동티모르행동네트워크'가 지적하듯이,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자체가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티모르는 군사 점령에 맞선 오랜 저항 끝에 2002년 독립을 쟁취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이 동티모르를 점령했다. 1974∼75년 포르투갈의 우익 정부를 전복한 포르투갈 혁명 이후 동티모르 독립 압력이 커졌고 포르투갈은 1975년 11월에 철군했다.

일주일 뒤 인도네시아 독재자 수하르토가 동티모르를 침략했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 제럴드 포드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한 지 겨우 몇 시간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언론인 존 필저는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영국·오스레일리아 정부들은 이 침략을 미리 알았을 뿐 아니라, 침략자를 지지하고 장비를 지원했다.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자신이 수하르토 장군에게 [동티모르] 침략을 허가했다."

인도네시아가 24년 동안 동티모르를 점령하면서 인구의 3분의 1인 20만 명 이상이 살해되거나 굶어죽었다.

1999년, 마침내 인도네시아 군대가 철군해야 했을 때, 그들은 1천 명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동티모르의 사회기반시설을 대부분 파괴했다.

독립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오랜 점령과 탄압으로 경제가 파탄난 상태였다.

오늘날 동티모르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세계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아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보다 낮을 뿐 아니라, 에티오피아나 잠비아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발간된 유엔 보고서는 동티모르 주민의 절반이 깨끗한 식수를 제공받지 못하며, 주민의 40퍼센트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소위 '약탈'의 주요 목표물이 '세계식량계획'의 창고였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창고에 들어가 쌀을 가져갔다.

진정한 독립을 위해

동티모르인들을 고통에 빠뜨린 동티모르 점령과 서구 열강의 동조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보상은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소유권] 분쟁이 있는 티모르해(海)의 석유·가스 유전에서 얻은 수십 억 달러의 수입을 동티모르에 반환하기를 거부했다.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아는 라미나리아­코랄리나 유전과 버팔로 유전 등 티모르해의 유전들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대부분을 오스트레일리아가 계속 가져간다는 내용의 협약을 동티모르 정부와 맺었다.

그러나 이 유전들은 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동티모르에 훨씬 더 가깝다.

독립 전후에 동티모르를 여러 번 방문한 오스트레일리아 학자 팀 앤더슨은 이렇게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세계은행은 동티모르 쌀 산업의 재건과 확장을 돕기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구호금을 이용해 곡물창고를 건설하는 것도 거부했다."

앤더슨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역사적으로 동티모르에서 저질러 온 일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평화유지군'파병이 동티모르에 새 정부가 필요하다는 존 하워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언론들의 불길한 주장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 점령군은 민주주의 발전에 악재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솔로몬군도에 개입했지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피 묻은 손으로 이제 동티모르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인들의 독립을 열렬히 지지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이제 하워드의 또 다른 개입을 아주 면밀하게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 독립을 위해 오랫동안 용감하게 싸운 동티모르인들은 정치 독립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것과 경제 독립을 위한 투쟁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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