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FTA 1차 협상이 지난 9일 끝났다. 우려한 바대로, 이번 협상은 한미 양국 노동자와 민중의 이해관계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기업주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합의와 충돌이 벌어진 자리였다.

양국 대표들은 개성공단을 한국 역내로 포함시키는 문제, 섬유(미국)와 농업(한국)의 개방 폭, 반덤핑제도와 상계관세 등에서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이 쟁점들에서도 개성공단 노동자와 양국 섬유부문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농민들이 받을 타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1차 협상에서 이미 양국 협상 대표단들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합의했다.

첫째, 투자자들에게 국경간 송금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한국 협상단은 출국 전에 국제 금융거래에 대한 국가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입발린 말이었을 뿐임이 드러났다. 이 합의는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이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긁어모은 돈을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 신종 파생금융상품을 다루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도 한국 대표단은 수용할 기미를 보였다. 노무현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금융허브 구상은 자본 시장을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측의 요구와 거의 다르지 않다. 신금융서비스는 한국 경제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종속되는 위험을 높이는데도 덩치를 키우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지주는 이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동식물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이미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조차 수입하겠다고 이미 양보한 만큼 한국과 미국 사이에 동식물 검역에 관한 이견은 거의 없었다. 다만, 동식물 검역 관련 상설위원회를 만들자는 미국측 요구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미호주FTA에서도 미국측 요구에 따라 검역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인물이 위원회에 포함되자 유전자조작 식품, 유해물질 함유 어류 등의 수입이 급증했다.

이번 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이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의약분야였다.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국이 현행 약가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미국측은 더 강력한 요구를 내밀었다.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의 40퍼센트까지 낮추고 그 대신 다국적 제약회사의 오리지널을 건강보험 지정 의약품으로 많이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제네릭 가격 인하 효과로 얻는 수익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가져가겠다는 의도다.

그러면서도 미국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소위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에 대해 “한미FTA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미국측이 한국의 의료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은 것을 대단한 양보인 양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한국 정부가 제주도와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굳이 의료시장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호주FTA에서 호주의 공공의료제도(PBS)가 협상 의제로 채택돼 의료의 공공성이 파괴된 바 있다. 미국측의 일부 요구는 한미약품·유한양행·동아제약 등 국내 제약회사들과도 이해관계가 상통하고 있어 한국 협상단이 일관되게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웬디 커틀러는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이번 한미FTA를 계기로 “한국의 시스템에 내재돼 있는 모든 규제의 철폐”를 외치고 있다. 설사 국가가 건강보험을 통해 암을 무상으로 치료하려 해도 삼성생명이나 AIG 등의 민간보험사들은 자유 경쟁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

전미제조업협회의 부회장 프랭크 바고와 한국무역협회의 상무 문석호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가 양국 기업주들에게 “다시 없는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FTA를 이용해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모두 폐지하고 싶어한다. 협상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결정들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내려질 것이다. 우리가 그대로 둔다면 그 결정들은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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