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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전선체 논쟁 ①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에 대한 재반박:
단일전선체는 인민전선을 추구하지 않는가?

지방선거가 끝나자 민중운동 진영에서 단일전선체(최근 ‘단일연대조직’으로 명칭을 바꿨다) 건설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조짐이다. 이번 주에 민중연대 2차 조직발전토론회가 예정돼 있고, 다음 주에는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한다.

단일전선체 건설 논의가 다시 떠오름에 따라, 그 동안 당면 과제 수행을 위해 잠시 뒤로 미뤄뒀던 쟁점 하나를 다루고자 한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민중연대 조직발전을 위한 1차 토론회’에서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일전선체 건설론에 대해 “대표적인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나를 꼽았다. 요컨대, “‘단일연대조직 건설론’은 ‘계급연합론’[인민전선]이 아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단일전선체가 계급연합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비판해 왔다. 단일전선체는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등을 강령으로 표방하며, “어느 한 계급의 힘이나 대중단체로는 이룰 수 없는 전 민중적” 과제를 위해 다양한 계급·계층이 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물론 연합 범위는 ‘자민통’ 경향 내에서도 소경향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얼마 뒤 출범할지 모를 단일연대조직은 그 자체가 계급연합 조직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내가 몇 차례 지적했듯이 “제2의 전국연합처럼”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진보운동세력의 단일전선체가 “한국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압도적 다수의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정비로 자리매김 돼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정확히 말해, 단일전선체는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추진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던 이유다.

열우당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 투쟁과 활용?

만약 정대연 정책위원장이 나에 대해 “오해” 운운하려면 ‘자민통’ 진영의 상당수 지도급 인사들에 대해서도 단일연대조직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해야 일관성 있는 태도일 것이다.

단일전선체 건설에 찬성하며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 치고 이것을 한국 사회 변혁의 성격(민족해방민주주의)에 따른 “통일전선”(민족민주전선/전민족통일전선)의 필요성과 연관짓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들이 모범으로 삼는 “통일전선”은 중국의 1·2차 국공합작(4계급동맹), 프랑스 인민전선 등 대표적인 계급연합이다(이에 대한 비판은 나의 《단일전선체의 정치학》 참고).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합의, 평택 미군기지 확장 등 미국의 침략주의적 패권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족자주(반미)’강령으로 정치연합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내게 반문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 던질 물음이 아니다. 우리 ‘다함께’는 언제나 이런 입장이 운동에 질곡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해 왔다.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열우당 정부가 침략 동맹에 나서고 있는데도 “우리민족끼리”(열우당을 포함한)를 주장하는 북한 당국이요, 북한 당국의 호소에 따르는 자민통 내 일부 세력들이다.

아마도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남북 정권의 관계와 통일은 또 다른 전선(전민족통일전선: 6·15 공동위원회)의 문제라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북한 당국이 “당선 가능한 6·15 평화세력후보”, 즉 열우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에서 보듯이, 하나의 전선은 다른 전선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예컨대 선거에서 ‘비판적 지지’ 형태로).

그런데도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으로 민중을 수탈하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과 손잡고 통일을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묻고는, 이 문제에서는 “둘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투쟁하고 후자[통일]에 대해서는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활용하기 위해 살려둬야 하는가 투쟁해 없애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전제 조건인가 토론 사항인가?

이 처럼 단일전선체 논의는 한국 사회 변혁의 성격, 변혁과 통일의 관계 등 굵직한 쟁점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단일전선체 건설 논의가 “조직발전 논의”일 뿐이라며 “노선 문제”로 이해하지 말라는 정대연 정책위원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단일전선체의 강령 시안까지 내놓은 마당에 노선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것은 자신들은 할 얘기를 다 내놓고 비판자들은 제한적인 얘기만 하라는 것이 될 수 있다.

단일전선체의 강령 시안이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강령이라는 식으로(또는 민중연대 강령과 엇비슷하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도 온당치 않다. 단일전선체 강령 시안은 그 성분 하나하나가 민중운동 진영의 논쟁거리이다. 예컨대 강령 시안 1항은 “친미예속성을 타파하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한다”로 돼 있는데, 민족을 우선에 둘 것이냐 계급을 우선에 둘 것이냐는 민중운동 진영에서 여전히 중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다.

이라크 전쟁과 파병, 한미FTA,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각각의 쟁점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을 포함해 운동 진영이 단결해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하나로 묶어 ‘민족 자주’라는 포괄적 강령을 부여하려 한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단결을 해칠 수 있다. 민족 자주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세력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높은 정치적 통일성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정치방침, 선거방침 등 높은 수준의 정치적 통일성을 요구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침을 갖지 않[는]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물러섰다. 이게 반대 무마용 제스처가 아니라면, “민중의 정치적 지향을 집약해 강령으로 제시하고 이를 통해 민중운동의 전략적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던 단일전선체의 애초 포부는 현실에 부딪혀 거의 누더기가 되는 셈이다.

정말로 “정파적 논리를 넘어 전체 운동진영의 총단결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면, 특정 정파의 강령을 연대의 전제 조건으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한 쟁점과 요구를 중심으로, 즉 매우 협소한 강령을 둘러싸고 공동 행동을 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 고유 강령의 지지자들을 획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나 운동 진영의 단결을 위해서나 훨씬 나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