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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양대 선거와 민주노동당

2002년 양대 선거와 민주노동당

권영길(민주노동당 대표)

1. 20대는 보수층인가?

20대가 보수화됐다고 한다. 학생운동이 죽었다고 한다. 대학마다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투표율 50퍼센트를 채우기 위해 편법(?)까지 써야할 정도라고 한다. 총학이 주최하는 등록금인상반대 집회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집회 투쟁은 한 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 사회운동사는 학생운동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학생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우리의 경우 이승만 독재 정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구비구비마다 청년 학도들이 역사 발전의 불길을 지펴 왔다. 4·19세대, 6·3세대, 386세대라는 말은 청년 학도들의 운동사를 시대적으로 구분하는 용어를 넘어서는 뜻을 담고 있다.

사회로부터 역사의 훈장을 자연스럽게 받아 온 학생운동의 오늘의 모습은 어떠한가? 20대는 정말 보수화됐는가? 학생운동은 정말 죽었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20대의 보수화 탈피는 어려운 것인가. 학생운동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업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그 어려운 사업을 민주노동당이 올해 본격적으로 벌이려 한다.

민주노동당의 올해 사업 중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가 청년 학도를 일으켜 세우는 사업이다.

2. 누가 20대를 보수화시키려 하는가?

대학생들의 저항이 요구되는데도 학생들이 잠자고 있으면 대학은 생명을 잃게 된다. 저항은 청년 학도의 생명이다. 대학생들은 지금 ‘취업’이란 것에 가위눌려 꼼작달싹 못 하고 있다. 청년 실업은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생들을 현혹시키는 ‘20대 벤처 기업가’, ‘대학생 벤처 기업가’라는 신기루가 대학 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국가 정보 기관과 작당해 죽인 아내를 간첩으로 만들어 그의 살인 행위를 북한의 만행으로 조작한 자가, 가장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 인정받아 대통령과 여러 장관과 언론의 찬사를 받아 온 것은 우리 벤처 업계가 얼마나 허상에 차 있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대학생들은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흐름에 빠져들어 자신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취업난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파헤쳐 근본 문제를 풀 생각은 않고 흐느적대고만 있다.

취업난은 왜 일어나고 있는가?‘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판치고 있어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인 대량해고로 취업난이 발생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대량해고를 포장한 용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올해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할 것이다. 그 투쟁 공간이 양대 선거 무대다. 선거의 장을 통해 신자유주의 본질을 파헤치고 민중들을 투쟁대오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3. 2002년이 분수령이다

2002년은 노동자·농민·도시 빈민 등 민중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해다.

지난 어느 해보다도 생존권 쟁취 투쟁을 가열차게 벌여야 할 상황인데 투쟁의 목소리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방선거, 대선에 파묻혀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TV화면은 월드컵과 보수정치만 등장시키는 대선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달이 갈수록 더 심해지다가 4월 들어서는 월드컵 이야기 빼고는 나도는 이야기가 없는 사회처럼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외침은 국운이 걸린 월드컵을 망치게 하는 반국가 행위로까지 매도될지 모른다. 아니 정말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정권과 제도언론이 앞장서서 말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아시안 게임이 이어지고 대선 바람이 뒤덮을 게다. 올 한 해 내내 민중들의 투쟁 목소리를 묻어 버리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거 마당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이 역할이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져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해가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해라고 말했는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게야말로 올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분수령이 될 해다.

올해 말의 대선으로 30년 넘게 이 땅의 정치를 주름잡아 왔던 3김정치는 막을 내리게 된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 3김정치의 내용적 형태인 금권 정치, 지역주의 정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겠지만 말이다.

이 정치세력 재편기에서 민주노동당이 발돋움하는 토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보수정치집단의 공고화로만 상황이 정리되고 만다.

불행하게도 만약 보수정치권 강화로만 정리된다면 진보정치세력은 향후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 못 하는 정치세력으로 장기간 고난과 수모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올 대선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정말 막중하다.

4.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민주당은 올 대선을 개혁 대 반개혁, 한나라당(이회창) 대 반한나라당(반이회창) 전선으로 끌고갈 심산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 보수세력의 집요한 방해공작 때문에 성에는 안 차지만 그래도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반한나라당 전선 주장은 민주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개혁 대 반개혁 구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은 ‘개혁’이란 용어 자체에 빨려들어가 있다. 무엇이 참다운 개혁인지, 누가 진정한 개혁 인물인지 판단하지 않거나 못 하면서 정치인 당사자나 언론이 내세우는 개혁파에 지지표를 던진다.

개혁 대 반개혁 구도를 거부해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민주당이 형성하려는 ‘개혁 대 반개혁’의 그 개혁에 바로 반개혁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뿐 아니라 진보의 본질이 개혁 용어 속에 묻혀 버려 진보세력의 목소리는 독립적이지 못하고 종속변수로만 작용한다.

때문에 올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진보 대 보수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5. 무엇이 진보의 기준인가?

이 시대 진보의 기준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느냐 아니면 수용하느냐다.

신자유주의를 거부, 신자유주의 분쇄 투쟁에 설 때만이 진보세력, 진보인사가 되는 것이다. 신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개혁과 진보를 표방한다면 사이비 개혁, 사이비 진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찬양론자들이 뻔뻔하게도 진보 인사 행세를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오락가락파’들도 많이 있어 국민들이 현상의 본질을 잘 못 보고 혼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진보 대 보수의 대립 구도 구축은 바로 반신자유주의 대 신자유주의 전선 구축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운동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만들 수 있고 진보정치의 토대가 구축된다.

6. 신비판적 지지론에 대해

민주당 내 대선 경선 후보인 노무현 캠프를 중심으로 해서 신비판적 지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 잘못한 게 많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이회창 대통령 탄생만은 막아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는가.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선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의 ‘개혁파’인 노무현 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신비지론이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론이 신비지론이다.

신비지론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무현 씨를 범진보진영의 후보로까지 내세우면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한 곳으로 모우자고 말한다.

그들은 이 주장을 비판하면 “이회창과 노무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며 윽박지른다. 이회창과 노무현은 분명 차이가 있다. 있어도 많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무현과 민주노동당 후보의 차이다. 이 차이는 이회창과 노무현의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 차이다. 민중 생존에 관한 차이다.

1997년 대선 때 “우리 나라 정치 발전과 진정한 사회 개혁을 위해선 진보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한다. 그러나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위해 한번만 더 미루자. 하지만 다음 대선에선 모두가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던 사람들이 1987, 1992, 1997년을 거치면서 발전돼 온 민주당 지지론인 신비지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또 다시 “이번 한번만 더. 진보정당은 다음 번에…” 하고 말할 것이다. 최악과 차악의 순환 속에서 진보정당의 토대 구축은 언제 이뤄지겠는가. 민주노동당의 2002 대선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7. 민주노동당은 2016년에 집권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당이다. 이 땅에서 진보정당의 집권은 요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요원하다고만 생각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국가 권력 쟁취는 지난한 과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움츠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요즘 민주노동당의 집권 15개년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4년 국회 진입, 2008년 원내 교섭 단체 구성, 2012년 제1야당, 2016년 집권을 향한 계획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일정표에 지나지 않고 너무나 기능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강조하는 것은 적어도 이러한 각오를 갖고 당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대만의 민진당은 창당 14년만에 집권했다. 우리와 같은 민주화 운동, 민주노조 운동이 거의 전무한 조건에서도 집권을 이뤄냈다.

영국노동당은 1900년에 결성돼 1923년에 집권당이 됐다. 그때의 23년은 오늘날의 10년의 흐름과 같다.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에서 그러하다.

2016년 집권을 위해서는 씨앗을 잘 뿌려야 한다. 2002대선이 그 씨앗을 뿌리는 출발이다. 민주노동당에겐 올 대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8. 청년 학생이 앞장서야 한다

대학생들은 선거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이 무관심한 대학생들을 선거에 참여토록 하는 게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씨앗 뿌리기는 청년 학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부대가 대선 운동의 중심축을 이룬다면 민주노동당의 대선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청년 학생의 입장에서도 선거운동을 통해 민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20대가 선거에 등을 돌리는 한 정치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올 대선은 청년이 좌우한다.

9. 무엇을 외칠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대선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다.

그러나 내용이 없으면 대중은 우리의 투쟁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구체적이면서 피부에 와닿는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그 알맹이로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내걸자.

부자들에게서 세금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택문제 해결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세금의 봉이 돼 있는 지금의 조세제도를 바꿔내자. 노동자는 세금의 봉이 아니라고 외치자.

“부유세 만들어 공교육 강화하자” , “부정축재 환수하여 나라살림 키우자”고 외치자.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외치면 바람이 일어난다. 먼저 잠들어 있는 대학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게다. 청년 학생이 나서자. 외치자. 2002년 대선은 민주노동당은 물론 우리 진보진영 전체의 앞날을 가름하는 고비다.

민주노동당은 총력을 쏟아 한판의 멋진 승부를 펼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모두가 이 대열에 동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