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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지난 주에 미국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닷새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레바논의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의 10배도 넘는 레바논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이것은 압도적 무력으로 아랍 적들을 쳐부순다는 시온주의 독트린 ― 1920년대에 우파 시온주의자 야보틴스키가 발전시킨 이른바 "철벽 철학"― 이 유혈낭자하게 적용된 것이다. 진보적인 이스라엘 역사가이자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인 아비 슐레임이 이스라엘 현대사를 다룬 탁월한 저서 《철벽》(The Iron Wall)에서 보여 줬듯이,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거의 다 이 잔인한 독트린을 지지해 왔다.

현재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도 예외가 아니다. 야보틴스키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는 시온주의 창시자 헤르츨을 추종했다. 헤르츨은 유럽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식민지 정착촌을 "아시아에 맞서는 유럽의 성벽, 야만주의에 맞서는 문명의 전초기지"로 보았다.

물론 유럽의 유대인 혐오를 피해 팔레스타인 식민지 정착촌에서 "피난처"를 찾은 많은 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온 트로츠키가 말했듯이, 시온주의는 이 유대인들을 "함정"에 빠뜨렸다. 그들은 식민주의자들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실, 초기 이주민들의 다수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땅에서 수백 년 동안 농사를 지어 온 아랍 농민들을 "퇴거"시켜야 했다. 유대인 이주민들은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식민주의자들이 됐다. 사실, 유명한 키부츠 공동체 정착촌은 흔히 아랍인들의 땅을 강탈해 건설한 것이다. 키부츠의 생활은 "공산주의적"인 것이지만, 이는 오직 유대인들만을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성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팔레스타인의 시온주의 정착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상 서방 열강의 지원이 필요했다. 제1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영국 제국의 전시 내각 전체가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명예롭게도 유대인 한 명은 반대했다.) 로이드 조지, 처칠, 밸푸어는 영국 제국을 위해 '성지'팔레스타인을 확보하는 수단이 바로 시온주의 정착촌의 확장이라고 보았다. 여기에는 십자군 전쟁의 '전리품'같은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랍 세계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영국계 시온주의 식민지가 일종의 군사요새가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 군사요새는 서쪽으로는 수에즈운하를 확실히 지배하고 [동쪽으로는] 영국령 메소포타미아(나중에 이라크로 이름이 바뀐)에서 생산되는 석유 공급을 확실히 지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영국을 대신해 미국이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후원자가 됐다. 미국의 닉슨 정부는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확대했다. 닉슨 정부 이후의 역대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대리인'또는 '전략적 자산'으로 여겼다. 이스라엘을 이용해, 아랍 세계가 항구적인 공포와 굴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이다. 20세기 말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군사·재정 지원은 1천억 달러나 됐다. 이 수치에 견주면, 미국이 다른 후원국들에 제공한 지원은 보잘것없다.

21세기에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이데올로기에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추가됐다.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중동 정책의 핵심인 '신보수주의'네오콘) 전략은 중동 전체를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말이다. 특히, 이슬람주의 정권들과 이슬람주의의 정치적 영향력을 뿌리뽑아야 한다. 폭격을 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고, 중동 각국 국민의 민주적 의사와 무관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이스라엘 승인을 철회하라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선출과 위임을 받은 하마스 정부를 미국·영국·이스라엘이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했다.

그러나 이 점을 먼저 인식하면, 정말로 끔찍하고 점차 격화하는 지금의 충돌에 대한 직접적 해결책을 쉽게 알 수 있다. 7월 16일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 2천 명이 참가한 평화 시위가 벌어졌는데, 그 시위의 주요 구호는 "포로 교환 찬성한다!"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은 말 그대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불법적으로 체포해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했다. 당장 일시적 휴전이 선언되고, 붙잡힌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재소자들과 교환돼야 한다. 이 냉각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이 민주적으로 위임받은 하마스 정부를 인정하라고 이스라엘에 강력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

이것은 '철벽'철학 ― 미국의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제안인 무조건 장기 '훈다', 즉 휴전과 포괄적 협상을 거부하는 것 ― 의 파산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왜냐하면 하마스가 이스라엘 승인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영국 같은 옛 제국주의 열강이 북아일랜드를 영국의 일부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신페인당이나 아일랜드공화국군(IRA)과 협상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수감된 '테러리스트'넬슨 만델라와 협상할 수 있었다면, 이스라엘도 단언컨대 하마스와 협상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핵심 요구 세 가지는 ― 모두 유엔 결의안에 근거하고 있고, 국제법에 따라 인정된다 ― 중동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할 것이다.

*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방과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 ― 국경선과 영공을 개방할 것

* 예루살렘을 대등하게 나누는 데 동의할 것

* 1948년 이스라엘 국가 건설 당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을 인정할 것

이스라엘은 이런 요구들을 수용하면 유대인들의 국가라는 시온주의 구조가 해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시온주의 국가와 팔레스타인 해방은 양립할 수 없다. 시온주의는 아랍인들을 희생시켜 유대인들에게 특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온주의 국가 구조의 해체만이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이 평화·평등·조화를 바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시온주의와 강탈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신화를 들춰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