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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민주노동당을 충격에 빠뜨려라’에 대한 반론:
민주노동당을 늪에 빠뜨리려는가?

지방선거의 아쉬운 결과 이후 민주노동당의 혁신 방향과 진로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21〉 제622호의 특집 ‘민주노동당을 충격에 빠뜨려라’도 그 중 하나다.

〈한겨레 21〉은 “민주노동당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에서 소외돼 있다”며 당원들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하고 이 참에 “당을 확 흔들어 버려야” 한다며 당내 우파의 목소리를 키워 주고 있다.

물론 당의 몇몇 잘못들 ― 울산 북구 음식물자원화시설에 대한 대응과 이번 지방선거 때 일부 후보가 저지른 부정선거운동 등 ― 을 지적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한겨레 21〉이 제시하는 길은 당을 늪으로 끌고 갈 위험이 크다.

먼저, 〈한겨레21〉은 “민주노총과의 관계설정 문제는 대중정당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좁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의 토양이자 최대 지분을 가진 민주노총이 이제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울산 민심 탐방’ 기사는 “노동당은 노사분규당”, “노동자들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서민들 좀 생각하라고 하소” 라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당에게 포퓰리즘적 압력을 넣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출렁이게” 한다며 마치 대기업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처럼 암시한다.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을 방어하는 민주노총의 광고에 부정적으로 “삼성이 언급됐다”며 싣기를 거부했던 〈한겨레〉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운운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역시 이번 〈한겨레 21〉기고에서 정규직 노조 양보론을 암시했다. 그는 지난 9일 의원단워크숍 발제문에서도 대기업 노조를 “부동산 재벌 대기업, 의료 재벌, 사교육 재벌”과 싸잡아서 “과도한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리고 대기업 노조에게 “피해 대중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임금”의 도입 등을 적극 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노동귀족론’으로 노동자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려는 지배자들의 의도를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 또, 대기업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위축시켜 투쟁을 억누르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촉구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 투쟁할 수 있도록 보수적인 일부 정규직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해야 한다.

〈한겨레 21〉은 또, 부유세 공약 등이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당이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현실 적용 가능성을 높여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회운동단체’

그러나 부유세, 무상의료 같은 당의 대표적 공약들은 기득권 세력의 대폭적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좋은 구호에 머물 공산이 크다.

만약 〈한겨레 21〉이 말하는 정책의 “구체화”·“현실화”가 기성 권력자 집단에 양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당의 공약을 더욱 가망없는 것으로 만들 뿐이다. 당의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은 대중투쟁을 고무하고 건설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 점에서 〈한겨레 21〉식의 주장과는 반대로 당의 ‘사회운동단체적 성격’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 〈한겨레 21〉은 당 위기의 한 요인으로 “정파 간 대립과 긴장”과 “당내 정치의 과잉”을 꼽는다. 물론 당내 분파주의는 해악적이다. 그러나 〈한겨레 21〉은 이로부터 잘못된 대안을 내놓는다. “당직·공직 후보 선출권이 당원에게만 주어진 상황에서 일반 대중이 참여할 틈이 없”으니 기성 부르주아 정당처럼 ‘국민참여경선제’나 ‘오픈 프라이머리’[개방 예비선거]를 도입해 “대중과 거리감”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의 장점을 버리고 부르주아 정당들의 약점을 취하라는 것이다. 부르주아 정당들의 ‘국민참여 경선제’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들의 ‘국민참여경선제’는 부분적으로는 비민주적인 당 구조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선출된 후보들이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열우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고 생쇼를 해도 지지율은 추풍낙엽인 것이다.

민주적 구조인 당의 진성당원제를 훼손하면서까지 ‘국민경선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좀더 커다란 위험이 있다. 국민경선제를 도입하면 당의 후보들은 대중투쟁보다는 부르주아적 명망을 좇아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이것은 당의 우경화를 촉진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에는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혁신의 방향은 〈한겨레 21〉이 암시하는 것처럼 당이 주류 정당과 비슷해지고, 노동계급 기반에서 멀어지고, 사회운동적 성격을 희석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