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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택 KBS PD가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저항할 수 없는 괴물이 아닙니다”

멕시코와 나프타의 사례를 보았을 때 FTA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A. FTA협정의 조문 하나하나마다 그 배후에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가 직접 반영돼 있죠. 반면 종국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그 나라의 노동자·농민·중산층의 삶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초국적 자본이 상시로 해당 국가의 민중을 수탈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이 FTA라는 거죠.

따라서 FTA 체결 문제는 단순히 ‘어느 부문이 좀더 이익을 보고 어느 부문이 손해를 보고’ 하는 차원이나 한국경제와 미국경제 사이의 문제라는 식의 막연한 민족주의의 틀로 얘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로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로 재편될 것인지의 문제이고, 미국 중심의 질서에 더욱 더 가속해 통합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나름의 지향과 전망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나아가 다른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인 것입니다.

정부는 한미FTA 반대를 “쇄국”으로 몰아붙이며 한미FTA를 맺으면 수출이 잘 돼서 국민들한테 이득이 돌아온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A. 한마디로 전면적인 사기극이죠. 단적인 예로 협정문 어디에도 민중의 자유를 신장시키거나 그 바탕이 되는 권리들을 보장하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제약하고 침해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이행의무 금지라든지 내국민 대우, 기업의 정부 제소권 등 초국적 자본과 국내 자본들의 권리만을 철저하게 보장해 주고 그들이 마땅히 지켜야할 사회적 책무를 면제해 주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멕시코에서처럼 고용의 안정이나 증대가 전혀 없는 지표만의 성장, 그리고 비공식 부문의 엄청난 증가 등 서민 생활의 파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본 질이 그러하기 때문에 현 집권세력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FTA협상의 내용을 제대로 밝힐 수도,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칠 수도 없는 것이죠. 비밀주의와 일방적인 홍보가 판을 치게 되고, 갖가지 거짓말들이 동원되고, 쇼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문 제는 이러한 일련의 기만적 과정을 통해 민중의 사회적 권리와 인간의 기본권들이 극도로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죠. 4대 선결조건 즉 쇠고기, 스크린 쿼터, 자동차 배기가스, 약가 문제들만 봐도 그래요. 경제적 차원에서만 계산할 수는 없는 엄청난 위협들이자 심대한 권리 침해인 이 문제들을 미리 처리해버린 거죠. FTA와 관계 없는 것처럼 미리 처리해서 FTA협상 추진의 부담을 줄여 보려는 얄팍한 계산의 산물인 것입니다.

미국형 FTA는 그 자체가 반민중적이고, 본질에서 기만극입니다. 지금까지는 졸속이라든지 준비가 안 됐다든지 절차의 문제라든지 하는 차원에서 반대가 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정부의 협상 준비가 잘 되면 한미FTA 체결이, 신자유주의 지배질서 공고화가 괜찮은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질 때가 왔습니다. 한 예로 향후 FTA 반대 운동이 더 활발해져서 한미FTA에서 독소조항 일부가 완화되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대신(비공개 이면각서를 쓰고) 얼마 후 한국정부가 ‘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 독소조항들을 ‘자주적’으로 추진하는 형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시작된 한미FTA 반대 운동이 앞으로 더 넓게 퍼져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저들은 모양 갖추기를 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기도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좀더 세련되게, 구체적으로 FTA의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경제적 이해의 차원을 넘어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좀더 근본적인 권리들에 착목하여 FTA 반대 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베네수엘라·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를 폭 넓게 취재해 오셨습니다. 한국의 한미FTA 반대 활동가들이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투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최근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에는 신자유주의가 저항할 수 없는 괴물인 것처럼, 아주 오래 갈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득세해 있지만, 객관적 지표들이 보여 주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체제가 그리 오래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항이 시작되는 곳에서는 그들이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겠어요?

어쩌면 한국의 사회운동은 과도하게 위축돼 있는 것 같아요. 저들이 공세를 강화하는 배경엔 동시에 그만큼의 취약성과 위기의 심화가 함께 있는데 그 모순된 양 측면을 균형있게 볼 필요가 있겠죠. 기본적으로 지금은 낙관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분명한 사실은 준비를 안 하면 기회가 와도 못 잡는다는 거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얼마만큼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고, 그 기회를 결정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여부도 판명이 나는 것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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