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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7월 말 이스라엘 언론은 하이파의 과학자들이 로켓 공격에서 건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철망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 철망으로 정유공장·병원·군사시설·관공서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고, 민간인들은 그 철망을 구입해 자신의 집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그런 계획에 진지하게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중동’ 구상에 대해 여느 분석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이스라엘은 군대를 동원해 점령지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레바논 남부를 간헐적으로 침략하고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는 데서 ‘국내 전선’, 즉 민간인들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군대가 자국의 ‘적’을 끊임없이 공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언론의 무조건 지지가 필요하지만, 감옥 같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장벽을 넘어 날아오는 조잡한 카삼 로켓이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쏘는 카츄사 로켓이든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오는 로켓의 위협 때문에 국내 전선의 의지가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분명히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로켓 위협의 원인을 따져볼 생각이나 미사일 방어 수단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생각이 없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수치스럽게 패배했다고 해서, 끊임없는 군국주의에 대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믿음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의 무적 신화를 재확인시키고, 국내 여론의 초점을 자국의 군사적 패배에서 딴 데로 돌리고, 이스라엘군이 계속 유용함을 관대한 후원자 미국에게 입증하기 위해 더 강력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려 한다.

이스라엘군이 떠나더라도 레바논 남부는 다시 전쟁 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다. 거의 날마다 이스라엘 전투기와 무인정찰기가 레바논 영공을 침범하고, 헤즈볼라를 “억제하기” 위해 공습을 퍼붓고,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 작전이 빈번하게 벌어질 것이다. 똑같은 전투기와 정찰기가 다마스쿠스에 있는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대통령궁 상공을 더 많이 날아다니고, 망명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메샬을 암살하려는 활동이 더 많아지고, 시리아의 헤즈볼라 “보급선”을 공격하는 일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스라엘의 뒤를 이어 핵무장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란에게 묵시록을 연상시키는 경고를 보내는 일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 지상과 공중 공격들을 더 많이 할 것이고, 따라서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도 늘어날 것이다.

레바논에서 벌을 받았음에도, 이스라엘은 이웃 나라들과 관계를 개선할 계획이 없다. 이스라엘은 ‘아랍인들’과 똑같이 산통(産痛)을 겪어야 할 새로운 중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에 참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점령지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되돌려주는 척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그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미국 군수업체들이 좋아하는 공중 폭격 같은 형태의 비대칭적 전쟁을 더 많이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8월 19일]의 사태는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이스라엘이 먼저 유엔 휴전결의안을 위반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레바논 북동부 바알베크 근처의 도로와 다리 등을 공습하며 헤즈볼라 진지를 공격했다. 이 중대한 휴전 위반에 대해 약간의 비난만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엔의 테르제 뢰드-라르센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환영받지 못할 사태 전개”이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휴전 감시 업무를 맡고 있는 레바논주둔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자신들의 관할 지역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며 논평을 거부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휴전 위반인지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편, 언론 보도를 보면 AP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을 “대담한 작전”이라고 했고, BBC 월드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그 뒤 벌어진 이스라엘군-헤즈볼라의 총격전을 “기습”과 “충돌”이라고 불렀다. 훨씬 뒤에 BBC는 그것이 “심각한” 휴전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그 위반이 누구 책임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이스라엘측 대변인 마르크 레게브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헤즈볼라가 휴전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직후에 BBC 보도가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대로 레게브는 헤즈볼라가 무기를 공급받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런 무기 보급을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속임수

사실, 이것은 정보 수집 임무 수행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이스라엘 언론들은 그렇게 보도했지만 말이다. 이스라엘군 특수부대는 이스라엘이 말하는 ‘완충지대’의 북쪽 경계선인 리타니 강 너머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무하마드 야즈바크를 체포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감행했다. 그 암살부대는 아랍인들로 위장 ― ‘미스타르빔’이라는 이스라엘 부대가 흔히 하는 짓 ― 했을 뿐 아니라 레바논 병사들로도 위장한 채 레바논군 차량을 운전했다.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헤즈볼라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격렬한 총격전 끝에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나중의 공식 발표대로라면, 이스라엘군 엘리트 부대는 그들의 정보 수집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도중에 정체가 탄로났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왜 특수부대를 비전투부대인 양 위장해서 위험한 지상 작전을 펼치려 했을까? 무인정찰기와 비행기를 이용하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무기를 운반하는 현장을 쉽게 탐지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는 오웰 식 어법 ― 이스라엘군의 공식 명칭은 가당치도 않게 ‘이스라엘방어군’이다 ― 이 아니라면 이 작전을 어떻게 “방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휴전의 법률적 토대인 유엔 결의안 1701호는 이스라엘에게 “모든 공격적 군사 작전” 중단을 요구한다. 이 군사 작전이야말로 공격적인 것 아닌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유엔의 휴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침략한 ‘완충지대’ 밖에 있는 헤즈볼라 진지를 공격할 뿐 아니라 그 공격에 레바논 군대도 연루시키는 방식으로 휴전을 위반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는가? 이제 헤즈볼라 전사들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군으로 위장한 것 아닌가 의심하면서 레바논군을 향해 총을 쏠 수도 있지 않을까?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이스라엘을 대신해 레바논군이 레바논 남부를 통제하도록 돼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속임수는 레바논군의 입지를 더한층 약화시키지 않을까? 따라서 레바논군이 헤즈볼라와 교전하기를 꺼리는 것을 핑계로 이스라엘이 적대 행위를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스라엘이 또다시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다국적군 ― 이미 그 지역에 있는 레바논 병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착하는 ― 으로 위장한 채 작전을 전개한다면 과연 무슨 말이 나올까? 이런 질문들에 시급히 대답해야 하지만, 늘 그렇듯이 외교관들이나 언론은 이런 질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또 다른 ‘기습’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요르단강 서안지방의 라말라였다. 그 곳에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정부의 부총리를 ‘체포’ ― 결코 믿지 못할 말을 사용하며 이스라엘의 점령을 끊임없이 두둔하는 언론의 표현을 빌면 ― 했다. 그의 ‘범죄’는 하마스라는 정치 조직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었다(올해 초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뜻을 거슬러서 자국 정부를 운영하기를 바라며 민주적 선거를 통해 하마스 정부를 선출했다). 심지어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조차 나세르 샤에르[팔레스타인 부총리]를 “상대적 온건파”라고 불렀다(그가 하마스 소속이라는 사실과 관련해서 이스라엘인들의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6주 동안 숨어 있었기 때문에 샤에르는 다른 하마스 각료들이나 국회의원들처럼 이스라엘군에 체포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갓 피어난 팔레스타인의 민주주의가 이스라엘의 강압 아래서 어떤 운명에 처해 있는지 잘 보여 준다.

하마스와 경쟁하는 파타당의 지도적 국회의원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내각의 절반이 체포됐기 때문에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파타당이 하마스와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런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팔레스타인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대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철수를 둘러싼 협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정부를 질식사시키는 것이 이스라엘에 이롭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평범한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조잡한 로켓을 발사하는 이유를 여전히 궁금해한다. 당연하다!

외교 전선에서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단 길러만은 아랍연맹의 평화 제안을 즉시 거부했다. 아랍연맹이 다음 달[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려 하는 그 제안은 200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아랍 각국이 제기한 포괄적 평화안 ― 그 때도 이스라엘은 이를 간단히 무시했다 ― 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길러만은 새 평화안이 쓸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라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아마 토요일[8월 19일]에 벌어진 것과 비슷한 도발적 ‘기습’들 ― 휴전을 위반하는 ― 이 더 많아질 것임을 뜻한다.

재앙

이스라엘의 이 모든 ‘방어’ 행동을 보며 우리가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그 답은 바야흐로 더 많은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그런 전쟁과 학살의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든 레바논이든 시리아든 이란이든 또는 그들 전부이든 말이다. 지난 토요일 이란군 사령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처지에서 볼 때 이것은 십중팔구 현명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특히 미국 관리들이 주말[8월 19일]에 시사했듯이, 유엔 안보리가 곧 이란 제재 방안을 채택할 것이고 그 안에는 이른바 이란의 핵 야망을 좌절시킬 군사력 사용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새 중동’ 건설 노력에 동참하기를 꺼리는 어느 인접국에게도 싸움을 걸 준비가 돼 있다. 그 인접국이 미국한테 직접 원조를 받는 요르단이나 이집트 같은 나라이든 아니면 값비싼 송유관으로 서방에 석유를 공급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이든 말이다. 공식적인 적들 ― 서방의 석유 이익과 이스라엘의 지역 패권에 저항하는 자들 ― 은 모두 굴복시켜야 한다. 이미 이라크를 그렇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이런 전쟁들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이것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그런 전쟁들은 이스라엘도 포함하는 중동 지역과 궁극으로는 서방에도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자신의 홈구장에서 한 달 동안 헤즈볼라 전사 수천 명과 싸우다가 체면을 구겼는데도, 중동 전역을 무대로 하는 전쟁터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힘을 합쳐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쟁 때문에, 옛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아랍 각국의 지도를 쓸모없게 만드는 시아파의 급부상 때문에, 그에 따른 정체성과 국경선의 구조 변화 때문에 산산조각난 지역에서 이스라엘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주말에 미국 대통령 부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가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그가 옳을지라도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다가오는 전쟁의 결과를 견뎌낼 만큼 크고 강력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