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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민주노동당에 투표하려는 이유

내가 민주노동당에 투표하려는 이유

최승호(전교조 서울지부 정치위원회 준비위원)

지난 2월 14일 재경부 소속의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비전 2011 보고서’는 김대중식 교육개혁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고교 평준화의 폐지, 등록금 자율화, 사립고와 입시학원의 통합, 기부금 입학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것은 내가 속한 전교조 및 참교육학부모회, 교육연대 등의 교육단체들이 줄기차게 반대해 온 내용들이다.

교육부도 반박 성명을 냈다. 이상주 부총리가 직접 평준화 해제와 기여 입학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대해 〈한겨레〉는 경제부처와 교육부처의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한 시각 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 관련 단체들과 일부 시도 교육청까지 반대한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도입했다. 또, 교사와 학부모들의 줄기찬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 논리로 똘똘 뭉친 7차 교육 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교사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도 강행했다. 교육부 자신도 경제 논리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다.

다만, 성과급 지급이 교사들의 반납운동으로 불가능해져 올해 들어 포기 의사를 밝힌 것처럼, 교육부는 조직된 교육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과 교육 기회의 평등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머뭇거리고 속도를 조절해 더 은밀한 방법으로 추진되기를 원할 뿐이다. 여기에 대해 김대중은 2월 15일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 “경제부처의 이야기를 무조건 배척하지만 말라”고 교육부를 재촉했다고 한다. 김대중식 교육개혁의 본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대중은 ‘21세기 교육강국’, ‘신지식인’, ‘맞춤교육’ 등 화려한 언사와 수식어로 장밋빛 교육 개혁을 약속하며 교육 대통령을 자부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일 뿐, 나머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교육 기회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김대중은 장기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교육 부문에서 발을 완전히 빼고, 대신 교육을 시장에 맡겨서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을 ― 심지어 대학 졸업장까지도 ― 돈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진 자를 위한 이런 정책은 비단 교육 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년간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위기에 빠진 남한 자본주의를 건지기 위해 노동자들의 삶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없는 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난 2년간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가정이 깨져 상처 입은 아이들이 한 반에 30퍼센트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 정부’가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올해는 선거의 해라고 불릴 만큼 선거가 많다. 전교조에게는 더욱 그렇다. 전교조 자체 선거를 제외하고도 3월에 학교 운영위원 선거, 6월에 지자체 선거, 8월에 교육 위원 선거,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선거에 대응하고 조합원들의 정치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정치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많은 논의를 거쳐 진보정당,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결의했다. 이것은 지난 시기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펼친 교육 정책이 단지 그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계급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지난 3년간 경험을 통해서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르주아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 계급 정당을 새로운 대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전교조의 많은 조합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망쳐 놓은 교육을 되살려 내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수능 성적이 나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부자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더 높아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부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 정책과 경제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전경련 등에 밀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전가시키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의사들이나 약사들에게 밀려 의료비 부담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떠넘기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구조조정으로 깨져 버린 가정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80이 넘어 등이 구부러진 할머니가 혹한에 하루 종일 거리에 나와 바구니 몇 개에 나물을 올려 놓고 파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