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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내전 중인가?

이라크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마치 상식처럼 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라크인의 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종파 간 반목에 빠져 든 것처럼 묘사하는 주류 언론들의 보도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중동과 이라크의 위기에 대해 매우 훌륭한 기사를 써 온 〈프레시안〉의 이승선 기자조차 9월 1일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이라크 치안 평가 보고서'를 언급하며 안타깝게도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의 진짜 문제는 더 이상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알 카에다 또는 바티스트[바트당] 반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내의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싸움, 즉 내전임을 보여 준다."(〈프레시안〉9월 7일치)

이라크에서 종파간 폭력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이것이 곧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주요 양상이 외국군의 점령에 대한 저항에서 이라크 내 종파 간 반목으로 바뀌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교전

게다가 종파 간 폭력조차 근본으로는 제국주의 점령 정책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이승선 기자가 언급한 미 국방부 보고서를 보더라도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공격 행위의 60퍼센트 이상은 미군과 미군이 지휘·통제하는 이라크 보안군을 겨냥하고 있다.(아쉽게도 이승선 기자는 이 점을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15퍼센트에 불과하다.(다만, 중무장한 미군에 대한 공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문가인 마이클 슈워츠 교수에 따르면, 지난 몇 달 동안 주류 언론들의 보도가 압도적으로 종파간 충돌에 집중돼 있을 때도, 미군과 저항세력 간의 교전은 하루 약 70건에서 90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최근 미시간 대학교가 이라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91.7퍼센트가 점령군 주둔에 반대하고 있고, 심지어 쿠르드족의 다수(63.3퍼센트)도 점령에 반대한다.

그래서 오히려 최근 들어 대체로 수니파 지역에 한정돼 있던 빈번한 점령 세력의 공세는 시아파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전까지 시아파 지역은 미군의 주기적인 군사 공격에서 대체로 벗어나 있었다.

알 사드르

이것은 시아파 대중이 점령을 용인해서가 아니라 2004년 4월과 8월 각각 팔루자와 나자프에서 시아파와 수니파가 점령에 맞서 함께 반란에 나선 뒤 미국이 저항운동을 분열시키기 위해 시아파(특히 시스타니)가 요구한 조기 총선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시아파 지역에 사실상 광범한 자치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후퇴'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미군은 수니파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아파가 주도하는 지방정부들과 이란 사이의 경제적·종교적·군사적 유대에 대한 부시 정부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그리고 강경파 반미 성직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운동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이러한 상황은 끝나고 있다.

상당수 이라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 주에서 미군이 지원하는 정부군과 사드르의 마흐디 민병대 사이에 벌어진 전투는 바그다드 사드르시티(사드르와 마흐디 민병대의 핵심 근거지)에서의 "결전"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충돌의 주된 분단선은 여전히 점령 세력(및 부역 세력)과 그에 저항하는 세력 사이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오직 그 원천인 제국주의 점령 자체가 끝날 때만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