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 등을 얘기할 때 반시온주의나 유대인 혐오 등의 뜻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 몇 가지 개념 정의를 소개한다.

  • 유대교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켜지는 종교다. 유대교를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지만, 모든 유대인들이 유대교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유대교를 지키지 않는 유대인들을 흔히 “세속적 유대인”이라고 한다.
  •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국가를 창건한 정치 신념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모국”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모국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유대인은 아니지만 시온주의자인 사람들도 많다.(서방 각국 정부의 대다수 인사들이 그렇다.)

더욱이, 그 신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이스라엘에 가서 사는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 유대인들 사이에는 실질적·객관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꽤나 명백하다.

이스라엘

  • 반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국가를 창건하고 오늘날 그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을 반대하는 정치 신념이다.
  • 전 세계에 존재하는 유대인들을 순전히 종교나 정치 운동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대인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유대교[의 관행]을 실천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시온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유대인을 자처하기 때문에 또는 어떤 외부의 세력이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유대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흔히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의 부모 중 한 명 또는 부모가 모두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유대인다움”이라는 사상으로 포장된다. “유대인다움’에는 유대인의 언어와 속어를 사용하는 것, 유대인의 음식이나 음악을 즐기는 것, 유대인의 축제를 지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 유대인 혐오는 유대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 언어적·신체적 모욕과 차별 또는 편견 ― 이다. 다른 모든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혐오도 역사상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유대인 혐오는 히틀러의 나찌가 저지른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대량 학살이다.

서방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유대인 혐오와 반시온주의의 차이를 흐린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자결권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방식은 안 된다고 글을 쓰는 유대인이 있다면 아무리 그 사람이 유대인 혐오를 철저하게 반대하더라도 그 사람은 유대인 혐오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시온주의의 핵심적인 신념을 비판한다면 마찬가지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서방 지배자와 주류 언론은 사람들이 유대인 혐오를 숨기는 방편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유대인 혐오를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을 정당화한다. 자유주의 또는 좌파 단체들과 일부 무슬림들이 주로 이런 의심을 받는 두 집단이다.

여기서 기묘한 것은 유대인들과 이스라엘 국가를 모두 미워하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유대인 혐오의 고전적 형태 가운데 하나는 “유대인들”이 세계 정복 “음모’를 꾸미고 있다거나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때로는, “시온주의자들”의 세계 지배 음모가 존재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를 교묘하게 위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런 음모론 안에 있는 유대인 혐오 사상은 “유대인들”이나 “이스라엘’ 또는 “시온주의자들”이 미국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믿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왜냐하면 미국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이른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자본가들, 정부 관리들, 동맹국들과 군대들이기 때문이다.

서방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유대인 혐오가 이스라엘 비판 속에 숨어 있을 뿐 솔직하고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암시해서 유대인 혐오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정책들 ―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학살 등 ― 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낸다.

서방 언론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을 겨냥한 적대 행위와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된 유럽 식 유대인 혐오(가장 잔혹한 기록을 갖고 있는) 때문인지 아니면 중동 [문제]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는 이 매우 이질적인 인종차별이 융합되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유대인들의 묘지를 더럽히려는 사람들에 반대해 행진할 때는 유대인 권력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주장을 했을 때는 비방을 받거나 때로는 위협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에 계속 반대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증오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주장해야 한다.


마이클 로젠은 유대인 출신으로 영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BBC〉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