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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자들이 이란의 기층 운동을 강탈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앞으로 몇 달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정한 최종 시한이 지나고 또 다른 "부정적 보고서"가 나오면서 이란 핵 문제가 다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외부 압력은 이란의 국내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분명한 사실은 이란 개혁 운동의 지도자들이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여성들과 학생들이 주도한 강력하고 역동적인 운동 덕분에 무하마드 하타미와 개혁파가 집권할 수 있었다.

희망과 기대가 커졌고, 각종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왔고, 수많은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보수파가 뒷걸음질치고 개혁 운동이 절정에 달하자 하타미는 운동을 제지했다. 이 결정적 순간에 그는 오직 문화 개혁만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외국인 투자 장려를 골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지지했다.

그래서 하타미는 자신을 선출해 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보수파는 재빨리 내분을 수습하고 다시 뭉쳤다. 그 뒤 보수파의 반격이 잇달았다. 2000년 이후 많은 개혁파 신문들이 금지되고 주요 활동가들이 투옥됐다. 예컨대, 2003년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가 옥고를 치렀다.

개혁파는 정치적 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보수파가 강행한 숙청에 반대하며 의회에서 연좌농성도 벌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기층 운동의 지지를 받지 못해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개혁파 전략 이면의 경제 동역학을 살펴봐야 한다. 하타미의 전임자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는 국유기업들을 사유화하기 시작했다. 하타미는 사유화를 추진했을 뿐 아니라 민간 은행들을 도입하고 주식시장을 다시 설립해 국유기업의 정부 지분을 매각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하타미의 조처들을 지지했다.

신자유주의

그러나 라프산자니와 하타미가 추진한 경제 자유화의 이면에서 불평등과 실업이 증대하고 있었다. 이것이 2005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그들을 괴롭혔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모는 소수 특권층의 지지를 받은 라프산자니는 빈민의 옹호자를 자처하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거의 무명 인사나 다름없던 테헤란 시장이 분열한 개혁파들을 누르고 대통령직을 차지했다.

이것은 하타미와 개혁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국내에서 고립됐다고 느낀 그들은 점차 외부 지원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표적이 되고 있는 지금 개혁파는 훨씬 더 압력을 받고 있다.

혁명수비대 출신의 개혁파인 아크바르 간지의 사례를 보자. 그는 1998년 작가들·지식인들 피살 사건에 이란 지도자들이 연루돼 있다고 쓴 글 때문에 감옥에서 6년을 보내야 했다. 간지의 단식 투쟁은 국제적 지지를 받았는데, 조지 W 부시도 간지의 단식 투쟁을 지지했다. 단식 투쟁중인 재소자들에게 강제로 음식을 투여한 관타나모 수용소를 적극 옹호한 부시가 말이다.

인질

이와 비슷한 최악의 위선은 지금 팔레비[1979년 이란 혁명으로 쫓겨난 이란 국왕]의 아들이 감옥 ― 팔레비가 자신의 군사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고문하기 위해 지은 감옥 ― 에 갇힌 재소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지와 에바디 같은 활동가들이 이라크 전쟁과 이란 공격 계획을 격렬하게 비난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흔히 전쟁 찬성파의 인질이 되곤 한다.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 때문에 지난 몇 주 동안 혼란스런 태도들이 나타났다. 에바디는 영국의 외교 정책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교수이자 하타미 지지자인 알리 안사리 같은 서방 인사들과 함께 서방 언론에 반전 기사들을 기고해 왔다. 그러나 그 기사들은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다.

그 기사들은 이란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하는데, 그 중에는 서방 열강과 협상이나 거래, 관계 개선을 도모하라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타미가 최근 미국 방문 기간에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 자체를 비판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반전 운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특정 주장들을 되풀이해서 태도를 명확히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첫째, 이스라엘과 관계를 트는 것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중동에 주둔하는 제2의 펜타곤[미국 국방부]이나 다름없는 국가다.

둘째, 우리는 이란 활동가들의 과제와 서방에 있는 우리의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 여기 영국에 있는 우리의 긴급한 과제는 미국 제국주의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미국의 공세를 지원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방의 개입이 필요 없는 독자적 운동이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이란의] 보수파가 반정부 세력들을 탄압할 때 들먹이는 것이 바로 서방의 개입이다. 외국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외세에 의한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제국주의자들의 주장만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란의 변화는 오직 아래로부터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서방의 개입 없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란의 운동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그 운동들을 쉽사리 질식사시킬 수 있는 전쟁과 제재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위협에 무조건 반대해야만 우리는 이란인들의 용감한 투쟁이 전쟁 찬성파의 로비에 강탈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