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5주년을 맞아, 9·11이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테러 직후에는 띠에리 메이상이 쓴 베스트셀러 《무시무시한 사기극》이 음모론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전 세계에서 7천5백만 명 이상이 봤다는 동영상 '루스 체인지'가 유행을 이끌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16퍼센트가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는 건물 내에 비밀리에 설치된 폭탄 때문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음모론을 믿는 이유는 미국 부시 정부에 대한 엄청난 불신 때문이다. 부시 일당이라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3천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스 체인지'는 사실을 선택적으로 누락하는 왜곡을 저지르고 있다. '루스 체인지'는 여객기 충돌이 아니라 폭파 공법에 의해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됐다고 주장한다. 붕괴 당시 건물 곳곳에서 나타난 폭발과 비슷하게 보이는 분출들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계무역센터는 건물 곳곳이 폭발한 후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건물이 붕괴하면서 분출이 시작됐다. 세계무역센터는 비행기가 충돌한 바로 밑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건물 중간중간에서 일어난 폭발은 붕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루스 체인지'는 항공유의 연소온도인 섭씨 8백25도로는 철을 녹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화재로 건물이 무너졌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나 철은 섭씨 6백50도가 되면 강도가 반으로 떨어지고, 건물 내의 화재 온도가 항공유 연소온도보다 높아져 철골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은 말하지 않는다.

'루스 체인지'는 AP통신이 펜실베이니아 주에 추락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과 홈킨스 공항에 착륙한 1989편 비행기를 혼동해 오보를 낸 것을 그대로 사실인 양 인용했고[AP통신측은 정정보도를 했는데도], CNN 기자의 보도도 앞뒤 맥락을 떼 왜곡 인용했다.

《무시무시한 사기극》을 쓴 띠에리 메이상이나 '루스 체인지'를 만든 딜런 에이버리는 대부분의 자료를 진지한 사실 취재 없이 야후와 구글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었다. 메이상은 미국까지 가서 조사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고 변명한 적도 있다!

9·11 음모론 확신이 부시 정부에 대한 염증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음모론을 지지해야만 부시 정부를 반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모론은 평범한 대중이 통제할 수 없는 음모에 의해 세상이 좌우된다는 무기력함을 유포해 대중을 수동적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반면, 중동의 정세와 세계 정치의 변화를 파악할 때 지배자들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분석할 수 있고, 우리 운동의 과제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