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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안 - 개악을 향한 일보 전진

지난 20일 유시민은 좌우를 모두 만족시켜 보려는 의도가 담긴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 동안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을 강조했지만 이번 개편안은 '지금처럼 내고, 덜 받는'것이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기층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주들의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에 굴복한 것이다.

이밖에도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요구한 기초연금제와 유사한 기초노령연금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의 노인들에게 고작 7∼10만 원 수준의 '용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개편 방안에 좌우가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금 재정 고갈 시점을 겨우 5년 늦추는 미봉책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연금 급여액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노무현 정부와 우파가 공유하는 '더 내고, 덜 받는'국민연금 개편의 전제는 노령화가 급속해지면서 적립된 기금이 30∼40년 만에 고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 방식은 애초에 기금 고갈을 전제로 설계됐다. 즉, 기금을 적립하다가 고갈되면 현재 의료보험처럼 그 해 걷은 돈으로 그 해 연금 지급분을 지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돼 있다. 정부의 인구 추계도 엉터리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2150년쯤엔 대한민국 인구가 '0'이 된다.

진정한 문제는 기금 고갈이 아니라, 현재 2백조 원이 넘는 적립금이 쌓여 있는데도 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88퍼센트가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있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제안의 목표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미끼로 공적 연금(국민연금) 비중을 약화시켜 사보험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 막대한 적립금 운용을 사기업에 위탁해 시장의 규모를 늘리려 한다.

이렇게 되면, 평범한 다수의 미래는 주식시장의 등락에 저당 잡히고, 노후 생계는 금융회사들의 보험상품에 의지해야 한다. 연기금 고갈에 대한 기업주들의 걱정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

현행 적립 방식은 '낸 만큼 받는다'는 것이 기초 원리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수백조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사각지대 해소 재원으로 우선 사용하고,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누구에게나 충분한 평균 소득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아예 기초연금화하는 방안도 진보 진영이 논의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