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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 오래된 적들

전에는 참을 만했던 것을 갑자기 참을 수 없게 되는 때가 가끔 있다. 레바논 전쟁이 그런 경우 가운데 하나였다. 토니 블레어가 조지 W 부시의 대외 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을 끈질기게 옹호해도 이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박수까지 쳤던 노동당 하원의원들, 지방의원들, 당원들이 갑자기 이제 더는 그럴 수 없다고 외쳤다. 레바논 봉쇄와 폭격, 민가·학교·도로·주유소 파괴, 1천 명 이상 사망자의 대다수가 민간인이라는 사실 등 때문에 즉각적인 휴전 요구가 터져나왔다.

노동당 하원의원 1백 명 이상이 의회의 소환을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많은 노동당원들이 전쟁 반대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그들은 대부분 블레어 ― 세계의 지도자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부시의 휴전 거부 방침을 지지한 ― 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었고, 다수가 블레어 퇴진을 요구했다.

그들 가운데 다수는 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었다. 그들은 영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점령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인정하지 않았었고, 영국군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태세가 돼 있었다. 아마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 그들이 레바논 전쟁을 반대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과거의 전쟁들보다 레바논 전쟁의 사망자 수가 더 많거나 참상이 더 끔찍하거나 파괴가 더 대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 전쟁 경험이 모두 레바논 전쟁 반대 물결에 이렇게 저렇게 반영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는 것뿐 아니라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말이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점차 깨닫게 됐다는 것도 반전 물결 고조에 한몫 했다.

아마 노동당 지지자들을 자극한 더 큰 요인은, 그들이 레바논 전쟁을 보면서 블레어는 결코 바뀔 수 없는 연쇄 살인범이라고 여기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블레어가 이라크 전쟁에서 나름대로 교훈을 얻어서 다시는 부시의 뒤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은 기겁했다.

많은 의원들의 이런 태도 변화에 대한 반전 운동 내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 중 한 가지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지?"

전쟁저지연합 같은 대중 운동은 핵심 지지자들에 의존한다. 그들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조직을 지탱해 주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부의 거짓말을 논박하고,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팻말과 배너를 가져오고, 모임 장소를 예약하고, 우리가 여전히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거듭거듭 주장한다.

그러나 운동이 고양될 때마다 항상 그 대열 안에는 전에 수동적이었거나 심지어 우리의 주장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포함되기 마련이다. 지난 여름 레바논 전쟁 반대 시위나 맨체스터 9·23 시위를 앞두고 그런 일이 벌어졌다. 지난 여름의 반전 모임과 집회·시위 참가자들 중에는 반전 운동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새로운 목소리

만약 선출된 대표자들의 상당수가 ― 아주 많지는 않을지라도 ― 이렇게 반전 운동에 참가한다면 우리는 그런 발전을 환영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고, 그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래서 반전 집회의 연단에 서는 하원의원은 모두 반전 운동에 새로운 목소리를 보태 준다. 이것은 더 광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그것은 운동을 정말로 대중적인 운동으로 만든다. 그런 대중적 운동이 있어야만, 블레어의 정책들을 분쇄하고 그를 쫓아낼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그리고 블레어의 퇴진은 마거릿 대처 이후 가장 인기있는 퇴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운동의 초창기부터 싸워 왔고 한결같이 운동을 고수한 사람들 ― 극소수 의원들을 포함해 ― 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틀렸음을 깨달은 새로운 지지자들도 환영해야 한다. 그 중 일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어쨌든, 부시와 블레어의 전쟁이 지속하는 한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한때 우리에게 반대했거나 우리의 주장을 의심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가 옳았음을 인정한다는 점이야말로 반전 운동이 듣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여성 참정권 요구 투쟁과 흑인 공민권 운동에서 그랬듯이, 한때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현상 유지를 옹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형편없이 꾀죄죄한 소수파로 전락했다. 그것도 겨우 5년 만에 말이다.

번역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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