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부가 지원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이 이스라엘의 패배로 끝나자 일부 언론들은 부시의 이란 군사공격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례로, 9월 20일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의 이란 정책이 외교적 해결책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패배 이후 부시 정부는 이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해 왔다. 그 고리는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과 '핵확산 방지'라는 양 날개다.

9월 8일 부시 정부는 이란이 헤즈볼라뿐 아니라 이라크의 시아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란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를 통과시켰다.

9월 중순 유럽과 이란 간 핵 회담이 벽에 부딪치자 부시 정부는 곧장 유엔 제재안을 내놓으라고 종용했다. 그리고 10월 초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동의 주요 동맹국(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한 목적은 중동에서 반이란 연합전선을 건설하는 것이었다.(물론 레바논 전쟁에서 처음에 헤즈볼라를 비난해서 국내적으로 취약해진 중동 동맹국 지배자들이 쉽게 라이스의 손을 들어 줄 수는 없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움직임이 군사적 준비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9월 17일치 〈타임〉지는 부시 정부가 항구 봉쇄 능력을 갖춘 함대들에 10월 1일까지 출항 준비를 마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이란의 서부 해안 근처인 페르시아만이다. 해상봉쇄가 실제로 진행되면 그것은 사실상 선전포고다. 유엔헌장 51조는, 해상봉쇄의 경우 봉쇄당한 국가가 자위권을 발동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잡지 〈더 네이션〉도 토마호크 미사일로 무장한 아이젠하워 공격함대가 10월 21일을 전후로 이란 해안 근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들에 근거해서 〈타임〉지는 "그 동안 논의는 많이 됐지만 최근까지는 이론적 전망이었던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부시 정부는 안보리 제재와 군사적 준비를 통해 이란을 계속 자극하면 군사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돌발 행동'을 이란한테서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은 잠시 미국의 시선을 동북아시아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북한 핵실험 사후 조치도 이란 압박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듯 하다.

일례로, 라이스는 일본·남한·중국·러시아를 순방중인 지난 토요일에 북한 핵 제재가 이란 압박을 추진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AP통신은 "라이스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만남에서 북한의 10월 9일 [핵폭탄] 실험이 주된 의제였지만, 그녀의 주요 임무는 모스크바가 이란에 대한 유엔의 처벌을 승인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부시 정부로선 당연한데,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위상, 이라크 점령의 위기, 그리고 중동에서 이란 영향력의 확대를 감안하면 부시 정부는 이란 문제를 계속 뒤로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