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정부와 공화당의 지지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부 지역 유권자들과 기독교 보수주의자 등 전통적 공화당 지지기반에서 이탈자들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들은 남부에서 부시와 공화당 지지율의 추락을 보고하고 있고, 기독교 보수단체들은 청년 신도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명백히 공화당의 쟁점이 아닌 환경 문제를 주요 선거 쟁점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으로 공화당의 각종 부패 스캔들, 경제 양극화, 이민자 문제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 점령의 위기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이 이라크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답했다. 또, 최근 CNN 여론조사에서 64퍼센트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이라크 점령 실패 때문에 다른 쟁점들에서도 대중의 분노가 공화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연일 부시의 이라크 정책 실패를 두들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동으로 민주당의 상하 양원 동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근본적 이유는 이라크 문제에서 일관되고 분명한 대안이 민주당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자·동성애자 결혼 문제를 이용해 대중의 후진적 부위를 동원하려는 부시와 공화당의 전략이 2004년 대선 때처럼 일정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비록 성과의 정도는 그 때보다 낮을 것이 확실하지만 말이다.

10월 27일 〈USA 투데이〉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80퍼센트가 만약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구체적 철군 일정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회 지도자들 중 어느 누구도 구체적 철군 일정을 말하지 않고 있다.

철군 일정

물론 이라크 점령이 위기에 빠지면서 미국 지배자들이 미국의 세계 제패 권략을 놓고 심각하게 분열하기 시작했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도 그런 논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놓는 대안의 상당수는 부시 정부의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조지프 바이든이나 리처드 홀브루크 등 일부 민주당 중진들은 이라크 전역을 인종청소의 피로 물들일 것이 분명한 이라크 분할안을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는 즉각 철군에 반대해 ‘점진적 철군’을 주장한다. 일례로 민주당 전국위원장 하워드 딘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특수작전 인원을 중동에 계속 주둔시킬 필요가 있다. 이라크가 아니라면 이라크 주변에 말이다. 그래야 테러리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흔히 지적되듯이 그들이 ‘소심’해서 공화당에 감히 대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동에서의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을 유지한다는 대전제를 부시 정부·공화당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역사를 보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덜 호전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베트남 전쟁을 확대한 것은 린든 존슨 민주당 정부였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외교 정책 차이를 보여 주는 사례로 대북 정책을 언급하는데, 10월 27일치 〈뉴욕타임스〉가 폭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보면, 1994년에 클린턴 민주당 정부가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맺은 유일한 이유는 대북 위협을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 5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흔히 클린턴 정부가 제네바합의 이후 실질적 이행에는 소극적인 이유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방해를 지적하지만 민주당 정부는 공화당만큼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했던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우세는 민주당의 호소력 덕분이 아니라 이라크 점령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뉴욕타임스〉가 말하듯이, “여론조사를 보면, 대중들은 변화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에 부시 정부 정책들의 지속보다는 모호하더라도[강조-인용자] 민주당의 방법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의 미래를 둘러싼 미국 지배자들의 분열이 상당히 깊기 때문에, 의회 내 세력 균형 변화는 세계 제패 전략을 둘러싼 지배자들의 이전투구를 더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라크 점령이 종식돼야 한다고 믿는 다수의 미국인들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부시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이 두 요인들이 결합돼 기층 반전 운동을 고무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치는 없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지지 입장인 유명한 신디 시핸조차 “다수의 민주당 중진들이 반전 문제에서 형편없”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화정의연합(UFPJ) 같은 대중적 반전 운동 세력이 독립 반전 후보보다는 민주당 당선에 더 열심인 것은 아쉬운 일이다.

독립

반전 운동의 일부는 양대 정당에서 독립한 진보진영후보를 냈는데, 녹색당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도 강연을 왔던 마이클 버그 등이 녹색당의 반전 후보로 나섰다.

‘못 참겠다, 부시 정부 몰아내자’ 연합(‘World can’t wait. Drive out the Bush Regime’ Coalition)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 반대하면서 대중 행동 조직을 진행해서 10월 4일에는 부시의 고문 허용 법안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아직은 작지만 민주당으로부터 독립된 정치 경향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들은 매우 중요함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미국 주류 정치에서 중동 제패 전략을 둘러싼 정치적 분열이 더 심각해졌을 때, 그것이 미국의 중동 제패 전략의 종결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는 많은 부분 미국 반전 운동이 얼마나 강력하냐에 달려 있고, 이것은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적 축이 존재하느냐와 연관돼 있다.

그 동안 미국 반전 운동은 이 점에서 취약했고, 2004년에는 차악도 못 되는 민주당에 대한 차악론에 빠져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의 호전적인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면서 반전 쟁점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독립된 정치 세력 건설은 미국 반전 운동의 궁극적 승리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