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을 비롯해 다섯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조선일보〉는 벌써부터 “김대중 정부 이후 최대 간첩 사건이 될 것”이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이 터뜨린 이른바 ‘일심회’ 사건은 아직까지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다.

그래서 검찰조차 이 다섯 명을 ‘간첩’ 혐의가 아니라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이중잣대 적용이다. 고위관료·정치인·재벌총수 들이 방북해 북한 ‘기관원’ ― ‘기관원’과 ‘공작원’을 구별하는 기준은 없다 ― 을 만나는 것은 “남북 교류협력”이고 민주노동당 당원이 그렇게 하면 ‘이적 행위’란 말인가.

더욱이 2000년 6·15 이후 연인원 1백20만 명이 방북했고, 지금도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중국 등에서 북한 주민과 마주치고 있다.

국정원의 수사는 장민호 씨와 손정목 씨가 작성한 보고서에 근거해 있다. 그러나 장민호 씨는 조선노동당 가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최[기영] 부총장은 일심회와 관련이 없다”고까지 진술했다.

국정원은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겠다”며 장민호 씨를 협박했고, 최기영 씨 부인의 증언에 따르면 최기영 씨에게 “성적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북한이 ‘일심회’에 내린 지령이라는 것도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 무산 경위 파악’, ‘환경 문제를 끌어들여 시민단체를 반미 투쟁에 끌어들이는 방안’ 등이다. 이것들은 모두 국내 언론이나 인터넷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이지, “국가 기밀”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우익은 “386 운동권들이 간첩 활동을 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방북마저 문제 삼고 있다.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전쟁 불사”를 외치던 자들이 이제 진보진영을 향해 광기 어린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보수 언론은 여중생 사망 항의 운동, 미군기지 반대 운동, 한미FTA 반대 운동 등에 구속자들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운동들에 ‘친북’ 색깔을 입히며 음해하려는 것이다.

이런 우익의 광적인 선동에 청와대 대변인 윤태영은 “간첩단 수사는 김[승규] 원장의 진퇴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열우당 보수파는 말할 것도 없고 ‘386’들도 소심함과 기회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열우당 대변인 우상호는 “국정원이 아무 근거 없이 조작 사건을 만들 기관이 아니”라며 마녀사냥을 편들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옳게 지적했듯이, 이 사건은 “노무현판 공안 사건”이다. 게다가 국정원은 이 사건의 수사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할 듯하다. 조만간 추가 사건이 터질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진보진영은 정치적 견해 차이를 떠나 자신에 대한 우익과 정권의 마녀사냥에 항의하는 강력한 운동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