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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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로 “서비스 분야를 집중 육성”해서 “버젓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이 칭송하는 미국의 경우, “서비스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서비스 산업에서 가장 많이 창출된 일자리는 식당종업원·경비원·파출부·노인부양인 등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였다.
한국에서도 이미 IMF 이후 서비스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그 중 외국계 대형마트를 몰아낼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마트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끔찍하다. 예컨대 이랜드에서는 3개월마다 재계약해서 9개월 후 해고되는 ‘3·6·9’ 비정규직이 유행이다.
한미FTA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그것이 자동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지도 않는다. 외국 자본이 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후 한꺼번에 1천3백 명을 해고하고 매각한 오리온전기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한미FTA는 또한 노동자와 노동조합 권리의 축소를 노린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각종 구조조정을 강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유연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한미FTA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보고서 ]
노무현 정부는 한술 더 떠 한미FTA 3차 협상과정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국제 기준에 비해 과보호되고 있”다며 향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한편,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민주노총은 주력 대오가 제조업인데 웬일인지 한미FTA로 제조업은 이익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노동계 전반에 그 동안 FTA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철강·휴대폰 등 주요 수출품의 관세는 이미 낮기 때문에 한미FTA로 제조업 수출이 크게 늘 것인지 자체가 회의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설사 수출이 다소 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이득으로 돌아오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1997∼98년 외환 위기 이후 상황을 보면,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그와 동시에 외주 하청 확대 등 노동조건 악화와 비정규직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더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한미FTA의 목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대기업 제조업 노동자들도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