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일으킬 문제들은 결코 농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미FTA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로 “서비스 분야를 집중 육성”해서 “버젓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이 칭송하는 미국의 경우, “서비스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서비스 산업에서 가장 많이 창출된 일자리는 식당종업원·경비원·파출부·노인부양인 등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였다.

한국에서도 이미 IMF 이후 서비스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그 중 외국계 대형마트를 몰아낼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마트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끔찍하다. 예컨대 이랜드에서는 3개월마다 재계약해서 9개월 후 해고되는 ‘3·6·9’ 비정규직이 유행이다.

한미FTA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그것이 자동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지도 않는다. 외국 자본이 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후 한꺼번에 1천3백 명을 해고하고 매각한 오리온전기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한미FTA는 또한 노동자와 노동조합 권리의 축소를 노린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각종 구조조정을 강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유연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한미FTA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년 정책보고서 ] : 이하 보고서 ]).

보고서 ]에 나온 미국측 요구들은 최근 노무현 정부가 한국노총 지도부와 야합해서 일부 통과시킨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과 상당히 일치한다. 공익사업장 대체근로 전면 허용, 정리해고 요건 완화(사전 통보 기간 60일에서 30일로), 부당해고 사용자 처벌 완화 등은 완전히 일치한다.

노무현 정부는 한술 더 떠 한미FTA 3차 협상과정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국제 기준에 비해 과보호되고 있”다며 향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한편,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민주노총은 주력 대오가 제조업인데 웬일인지 한미FTA로 제조업은 이익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노동계 전반에 그 동안 FTA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철강·휴대폰 등 주요 수출품의 관세는 이미 낮기 때문에 한미FTA로 제조업 수출이 크게 늘 것인지 자체가 회의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설사 수출이 다소 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이득으로 돌아오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1997∼98년 외환 위기 이후 상황을 보면,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그와 동시에 외주 하청 확대 등 노동조건 악화와 비정규직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더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한미FTA의 목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대기업 제조업 노동자들도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