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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 부시의 또 다른 수렁

한때 아프가니스탄은 부시가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테러와의 전쟁’의 성과였다.

그러나 미국이 폭격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지 5년이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또 하나의 수렁이 돼 버렸다.

올 여름이 지나면서 ‘탈레반’ ― 서방 정부와 언론들이 흔히 저항세력이라는 말 대신 쓰는 용어 ― 은 완전히 부활했다.

미군 퇴역 장성인 배리 매카프리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달리] 탈레반은 4백 명 규모의 대대 단위로 활동한다. 또, 좋은 무기와 야전 장비, 고도의 도로매설폭탄 기술 등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했다.

영국 육군 준장 에드 버틀러에 따르면, 탈레반과의 전투는 “이라크에서의 어떤 전투보다 격렬하다.”

당연히 미군과 나토군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1백43명의 미군과 나토군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2005년 전체 사망자수보다 55명이나 많은 것이다(〈뉴욕타임스〉11월 5일치).

나토 사령관 데이빗 리처드는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나건 말건 공습과 미사일 폭격으로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반면, 다른 이들은 탈레반 학살이 대규모 보복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예컨대, 영국 국방부 장관 데스 브라운은 최근 “그들[탈레반]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항에 나설] 동기가 돼 … 새로운 차원의 충돌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얼간이짓’

일부 지역에서 점령군은 사실상 저항세력에 포위된 채 점점 더 고립되고 있고, 군 장교들조차 점점 더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 블레어가 가장 신뢰하는 군사령관 출신 상원의원 찰스 거스리가 “[이미]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인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것은 ‘얼간이짓’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상황 악화의 배경은 점령 실패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두 명의 구호 활동가가 내놓은 보고서(〈아프가니스탄: 평화라는 신기루>)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차라리 탈레반 정권 시절 치안 상황이 더 나았다고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탈레반은 많은 지역에서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처신했고, 덕분에 적어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구호활동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수도 카불 밖에서는 이런 일을 꿈도 꿀 수 없다.

또, 보고서는 탈레반 정권 축출 후에 체결된 본(Bonn) 협정이 군벌들을 무장해제하는 데 실패했고, 서방 정부들이 새 정부에 약속한 지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근 카불 주재 미국 대사 로널드 E 뉴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를 만회하려면 “몇 년동안 수십 억 달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볼 때 이조차 지나친 낙관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