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우익의 마녀사냥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듯하다. 저들은 피의자들이 간첩이라는 변변한 증거 하나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사가 뜻대로 되지 않자, 검찰도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과 검찰은 구속된 피의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 혐의 정도는 반드시 적용할 듯하다. 그러나 회합·통신 위반 처벌은 위선일 뿐이다. 2002년 한나라당 박근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은 ‘반란 집단의 수괴’와 회합한 것인데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식인 체제

이처럼 증거도 분명치 않은데도 김승규는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간첩단 사건을 공론화시켰다”고 말한다. 보수 언론들은 이와 같은 김승규의 행동에서 “기독교적 소명의식”과 “애국심”이 배어난다고 추켜세웠다.

현재 국정원은 추가 사건을 터뜨림으로써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우선 ‘일심회’ 사건 피의자들의 구속을 연장했고, 북한에 밀입북했고 인터넷에 친북 표현물을 게재했다는 혐의로 민주노동당 당원인 박 모 씨를 추가 구속했다.

그러나 구속된 박 모 씨는 2003년 북한 국경을 넘었다가 북한군에 체포돼 한 달 가량 조사를 받다가 추방당했다. 그가 인터넷에 올렸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라는 글은 김규항 씨가 《노동자의 힘》(2005년 3월호)에 실었던 칼럼으로 전혀 친북적이지도 않다.

현재 전향한 386들은 “운동권 전체가 ‘대중 간첩단화’했다”고 부르짖고 있다. 검찰·경찰은 이른바 한총련의 ‘배후세력’을 색출하겠다며 학생운동과 시민사회단체를 광범하게 조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주에는 ‘일심회’ 사건 피의자들이 평택 투쟁과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환경단체를 포섭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더니, 이제는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한미FTA 반대투쟁 등에 관해 활동 지침을 전달받았는지를 확인중”이다. 이는 노회찬 의원이 말했듯이 “정부 당국 혹은 공안 당국이 불편해 하는 모든 일의 뒤에 북한이 있고 북한의 관심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공안수사 방식”이다.

국정원·검찰·경찰과 보수 언론이 마녀사냥을 통해 노리는 것은 단순하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성장한 반전·반신자유주의 운동들에 친북 딱지를 붙임으로써 운동을 위축·분열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운동이 단결해 마녀사냥에 맞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동당 대응의 아쉬움

민주노동당 의견그룹 ‘자율과 연대’는 ‘다함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를 꺼렸다. 오히려 그들의 일부는 마녀사냥 반대를 촉구했던 ‘다함께’를 비난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 음해하다 사과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 체제를 시장 자본주의 체제보다 열등한 체제로 보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진심으로 반대하지 않더니, 이제는 남한의 주체주의자들이 마치 운동의 적인 양 대해 우익 마녀사냥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좌파’를 표방하는 당내 의견그룹 ‘전진’이 이토록 오랫동안 침묵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한편, 당 지도부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함께, 국정원장을 고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의원단이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사건으로 그 동안 당이 쌓아올린 성과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남의 문제처럼 치부해선 곤란하다.

마녀사냥에 당당하게 맞서며 단호한 투쟁을 벌일 때 당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