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자, 정부는 11월 중순 국내 시판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수(全數) 검사하고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강기갑, 심상정 의원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것이 완전히 엉터리였음을 폭로했다.

정부 측의 설명과 달리 검사는 크게 두 단계로 이뤄졌다. 육안 검사와 방사선 검사가 그것이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광우병은커녕 일반 전염병을 찾아내는 데도 별 소용이 없다.

설명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한 활동가는 “광우병 검사는 도축 직후 뇌의 연수를 검사해 이뤄지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여부를 검사할 방법이 없다”고 폭로했다.

노무현 정부가 이런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서 한미FTA를 추진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더욱 화낼 만하다. 일부 대기업의 기업주들과 대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평범한 사람들은 광우병 감염 ‘가능성’정도는 감수하라는 게 정부의 태도다.

수입이 재개되자마자 미국 정부는 광우병 유발 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뼛조각’수입까지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국제 기준 운운하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런 태도에는 사실 그 나름의 전통이 있다.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이 1990년대 초부터 쓰러져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영국 정부는 그제서야 10년도 더 된 광우병 경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죽음의 향연》(사이언스 북스)의 저자 리처드 로즈는 10여 년 전 당시 영국의 광우병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미온적 태도를 취한 미국과 캐나다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소 해면상 뇌증[광우병]이 미국에 오게 될까? 대답은 ‘그렇다’인 것 같다. … 미국은 여전히 소 해면상 뇌증 유행병을 피할 기회가 있다 …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 공중 보건과 육가공업계의 이윤 간의 공리주의적 타협이라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우리의 목숨을 가지고 벌이는 도박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암울한 예언은 적중했다. 2003년 12월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고, 지난 1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덕분에 당시보다 훨씬 “구멍이 많아진”검역 체계를 통과한 쇠고기가 한국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광우병이 한국에 오게 될까? 영국과 미국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윤 몰이에 눈먼 정부가 벌이는 ‘죽음의 향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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