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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운동은 승리하고 있다 - 자이툰은 당장, 모두 돌아와야 한다

부시와 네오콘 일당은 궁지에 몰렸다. 그들은 이라크에서 지고 있고, 레바논에서 졌고, 그 결과 미국 국내에서도 경쟁 정당에 패배하고 있다. 부시는 남은 절반의 임기를 철군 여론과 씨름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말하듯, 미국 중간선거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었다. 그리고 부시의 말처럼 전쟁광들은 "벼락"을 맞았다. 공화당은 하루 아침에 상·하원 모두 통제력을 상실했고, 선거 직후 부시는 럼스펠드를 해임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부시와 공화당의 선거 참패와 함께 한때 멀게만 느껴지던 의제인 '이라크 철군'문제가 순식간에 주류 정치권 내 논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민주당은 싫든 좋든 자신에게 의회 다수당 지위를 안겨 준 대중의 염원 ― 이라크 점령 종식과 철군 ― 에 뭔가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차 미국 의회는 이라크 '탈출 전략'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초점 구실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처지가 궁색하기는 부시의 전쟁을 지지한 한국 지배자들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대다수 미국인들이 전쟁을 거부했다는 사실 때문에, 부시를 좇아 전쟁을 지지해 온 자들의 명분이 더욱 꾀죄죄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부시와 전쟁에 반대해 온 국제 반전 운동의 위신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지금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자이툰 철군 주장은 이렇듯 미국 중간선거 결과 이후의 정치적 분위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바로 한국의 주류 정치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사실상 '철군론 무풍지대'나 다름 없었다.

변화

많은 주류 언론들이 지적하듯 정부의 파병 재연장 방침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미국 중간선거 전과 후가 사뭇 다르다.

열우당 임종석 의원은 "정부에 철군계획서 제출을 촉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서에 여당 의원 90명이 서명했다"고 말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여야 의원 30여 명은 20일 오후 국회에 '자이툰 부대 철군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한겨레〉11월 20일) 심지어 열우당의 지도부 내에서조차 철군 계획이 없이는 파병 재연장에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정치권 내 파병 반대론자들이 두 차례 파병 연장 과정에서 보여 줬던 무기력"이나 이들이 중간선거 직전까지도 정부의 파병 재연장 방침에 대체로 침묵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의 '변화'로 곧 파병 재연장 시도가 좌절될 거라고 믿어선 안 된다.

열우당 임종인 의원의 지적처럼 "당장 철군하자고 결정해도 [실제 철군에] 몇 달이 걸릴"수 있고, "어차피 파병 동의안을 1년마다 처리하는 상황에서"임종석 의원이 주도하는 단계적 철군론은 "정부의 장기주둔 방침에 결과적으로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 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열우당은 지난해 파병 연장 동의안을 비준하는 국회 본회의에서도 2006년 이라크의 새 정부 출범 후 철군 논의를 공식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부시를 만나 파병 재연장을 약속한 노무현도 어지간해서는 약속을 깨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류 정치권 내의 분위기 변화는 한 가지 사실, 즉 파병을 둘러싼 정치적 세력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지금 수세에 몰린 것은 노무현 정부다. 그들은 감축이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파병 재연장 통과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만큼 자신감이 떨어졌다.

따라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애초 계획을 바꿔 파병 재연장 반대 집회를 12월 3일로 앞당겨 잡은 것은 다행이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하는 법이다.

남은 일은 이 집회가 성공하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지역에서, 대학에서, 직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조직하자. 12월 3일 집회가 올 겨울 파병 재연장 반대 투쟁의 멋진 출발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