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 미국 제국주의의 탐욕의 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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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 미국 제국주의의 탐욕의 제전
정병호
지난 2월 8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은 미국의 애국주의 광기와, 기업가들과 스포츠계 거물들의 탐욕과 부패로 얼룩졌다.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의 이상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기에 서 있다”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애국주의 전람회”
미국은 개막식부터 이번 대회의 본질이 ‘순수한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쟁광 조지 W 부시가 참석한 개막식은 “9·11 테러 희생자들의 위령제”와 다름없었다. 대회는 뉴욕 경찰과 소방수들이 9·11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찢어진 성조기를 게양하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생중계 도중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모습을 보여 주는가 하면, ‘성조기여 영원하라’
미국의 언론들도 노골적으로 애국주의를 선동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러시아가 금메달을 따자 “스케이트의 ‘냉전’이 시작됐다”며 케케묵은 냉전 논리를 동원했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미국 선수들의 반칙 장면을 교묘히 가리는가 하면, 이 방송 심야 토크쇼 진행자는 “화가 난 김동성이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찬 다음 잡아먹었을지 모른다”며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독일 나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파시스트 정권의 선전장으로 이용했다. 미국 역시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패권을 과시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다.
부패와 탐욕
이번 올림픽은 개최지 선정 때부터 더러운 돈 냄새가 진동했다. 1999년 뇌물 비리가 폭로되면서 6명의 IOC 위원이 해임됐다. 이 부패 사건에는 뇌물 스캔들 조사위원장까지 연루됐다. 대한체육회 회장 김운용도 구설수에 올랐지만, 당시 IOC 위원장인 사마란치의 오른팔 노릇을 한 대가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론을 뭉개어 대기업들을 기쁘게 했다. 코닥, 맥도날드, 코카콜라, 제너럴 일렉트릭 등 미국 거대 기업들에게 동계올림픽은 대규모 광고 시장이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 노숙자들이 급증하고 있을 때, 이들은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총 8억 5천9백만 달러
미국은 대회 보안 경비에 스포츠 대회 사상 최대인 3억 1천만 달러
스포츠와 정치
스포츠 경기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종종 대중의 분노를 끌어 내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격화된 반미 감정은 올해 월드컵 경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축구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국가로 미국을 꼽는 사람이 93퍼센트를 차지했다. 대중의 반미 감정은, 스포츠 경기에서 부시가 미워하는 “악의 축” 국가를 응원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부시 방한 직전 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의 스포츠 경기에서 83퍼센트가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추악함에 많은 이들이 분개하지만,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라는 생각 또한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IOC 위원들은 “1996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02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까지 네 번의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 때 대리인들이 표를 찍어 주는 대가로 유치 도시에 1백만 달러까지 요구했다.” 정치적 필요 때문에 올림픽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각 나라 지배자들은 일상적인 상납으로 이런 “타락한 노인 집단”의 미래를 보장해 준다. 또한 다국적 대기업들의 스폰서 전쟁은 비단 이번 대회에서만 치열했던 것은 아니다. 매번 올림픽마다 개최 도시는 스폰서 수입으로 수천억 원의 이득을 챙긴다. 올림픽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내는 탐욕과 부패, 제국주의의 패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본질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가져다 준 대중의 반미·반제 정서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순수한 스포츠 제전”은 이윤을 위한 체제를 극복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