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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종파 갈등 - 갈등 부추기는 미군이 떠나야 갈등 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11월 23일 시아파 거주 지역인 바그다드 사드르시티에서 벌어진 대규모 공격 ― 수니파 무장조직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 은 이라크의 종파간 폭력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이 공격과 그에 뒤이은 종파간 상호 보복 공격으로 지금까지 거의 3백여 명이 죽었다.

부시 정부는 이러한 참극의 책임이 이라크인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23일 사건 직후 백악관 대변인은 “테러리스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야비하게 전복하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역겹기 그지없는 위선이다. 미군이 이끄는 점령 세력은 이라크 내 종파간 반목을 부추기고 이용해 온 장본인이다. 미군 침략 전까지 종파간 폭력은 이라크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이 아니었다.

점령 초기 미군의 전략은 후세인 잔당 소탕을 구실 삼아 공식 정치에서 수니파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었다. 미군은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에 참여한 주류 시아파 세력들이 수니파들을 배제·박해하도록 부추겼고, 그 결과 일부 수니파들은 점령군은 물론 시아파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미군의 ‘서로 이간시켜 각개격파하기’ 전략은 점령이 위기를 맞을수록 더 요긴했다. 예컨대, 2004년 4월 수니파 도시 팔루자에서 반(反)점령 항쟁이 일어나고, 바그다드와 남부의 시아파 도시들이 이에 동조했을 때가 그랬다. 점령군은 조기 총선 실시 약속을 통해 시아파 주류 세력과 수니파 저항 운동을 분열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그 해 11월 미군이 다시 팔루자 공격에 나섰을 때 시아파 주류 세력은 대체로 이를 묵인했다.

2006년 들어 이러한 ‘각개격파’ 전략의 강조점이 상당히 바뀌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와 이란의 시아파 정부 사이에 연계가 강화되자 이라크 정부 내 시아파 세력들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는 돌연 ‘국민 통합’ 정부를 요구하며 수니파의 정부 참여를 더 많이 보장하라고 시아파 정당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암살단

또, 미국은 총리 말리키에게 현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과 연계된 시아파 민병대들 ― 특히 강경파 반미 성직자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군 ― 을 단속하라는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니파 정치 세력들에게는 시아파 정당들에 맞서 민병대를 만들라고 부추겼다. 여기에는 수니파 엘리트들을 이라크 정치 과정에 끌어들여 수니파 저항세력들이 게릴라 전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이용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지난 주 바그다드의 대규모 유혈 사태에 앞서 벌어진 일련의 종파적 공격들 ― 이라크 내무부(시아파 세력, 특히 이란과 연계된 SCIRI[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 평의회]가 지배하고 있다) 소속 경찰들의 이라크 고등교육부(수니파가 지배하고 있다) 습격과 직원 납치, 수니파 무장조직의 이라크 보건부(알 사드르 지지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습격 등 ― 은 점령 세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토착 정치 세력들 간에 종파적 다툼과 갈등을 부추겨 온 결과 일어난 것이다. 특히, 미군이 훈련시킨 암살단과 경찰특공대들은 종파간 폭력이 고조되는 데서 핵심적 구실을 해 왔다.

다행히, 많은 이라크인들은 종파간 갈등이 고조되는 이유를 꿰뚫어 보고 있다. ‘수니파무슬림학자연합’의 지도자 하리스 알 다리 ― 11월 초 이라크 정부는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며 그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 는 바그다드 종파간 폭력 사태 이후 “점령 세력이 민병대와 범죄자 집단을 보호해 왔다”고 비난했다.

현 이라크 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알 사드르는 11월 29일로 예정된 부시와 말리키의 정상회담에 반대하고 있고, 말리키가 부시를 만난다면 현 정부와 의회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말리키 내각은 아마 붕괴할 것이고,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부시에게 유일한 ‘위안’은 이번 참사가 점령군 증파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미군은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 안간힘을 써 왔고 이를 위해 병력을 증강·집중해 왔다. 그러나 미군이 늘어날수록 미군에 의한 희생자뿐 아니라 종파간 폭력의 희생자도 증가해 왔다.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재건은 오직 즉각적인 점령 종식이 이뤄질 때만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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